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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회장님의 파격…70년대생 기술자에게 회사미래 맡겼다

입력 2022/08/15 18:08
수정 2022/08/16 09:55
구광모 회장 70년대생 중용
신사업확장·기술개발 가속
개발조직 확대 사업역량 키워
직원에 레터 보내며 소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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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발탁된 1970년대생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면서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CTO들은 50대 중후반에서 60대 전문가들이 맡아왔으나 구 회장이 첫 인사에서 젊은 CTO들의 중용을 주문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김병훈 LG전자 CTO다. 퀄컴 출신인 그는 6G(6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문가다. 차세대 통신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CTO는 가전이 주력이었던 LG전자에서 통신기술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의 주도로 LG전자는 최근 '넥스트 G 얼라이언스' 의장사로 선정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넥스트 G 얼라이언스는 미국 통신산업협회(ATIS)가 6G 개발을 위해 결성한 전 세계 연합체다. 미국 3대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통신장비, 반도체 등 총 48개 글로벌 기업이 뜻을 모으고 있다.

김 CTO가 점찍은 분야는 통신뿐만이 아니다.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등 미래 기술로 꼽힌 영역에서 도전을 확대하고 있다. 김 CTO는 LG AI연구원과 LG그룹의 초거대 AI인 '엑사원'을 개발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엑사원은 문장 하나를 입력하면 7분 만에 그림 256장으로 바꿔주는 등 연산을 넘어 예술의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IBM퀀텀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양자컴퓨팅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거대 AI뿐 아니라 CTO 부문 산하 '아이랩' 조직을 통해 대체불가토큰(NFT)과 블록체인 사업 고도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스마트TV에 NFT 플랫폼 등을 탑재할 계획이다.

1970년대생 CTO가 이끄는 새로운 바람은 LG전자뿐만이 아니다.


신영준 LG에너지솔루션 CTO는 배터리 개발은 물론이고 공정, 생산, 상품기획 전 공정을 이끈 경험이 강점이다. 신 CTO는 더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독일 뮌스터 대학 등 전 세계 유수의 대학과 협력 연구실을 만드는 등 전방위적인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존에는 연구개발 조직이 작고 주로 외주에 의존하던 개발역량을 내재화했다. 이상엽 LG유플러스 CTO는 최근 2년 사이 직속 조직 내 인원을 100명가량 늘리면서 규모를 키웠다. 그 성과로 올 8월까지 국내 최초로 IPTV를 클라우드 기반 방식으로 전환해 서비스 업데이트가 실시간으로 가능해지게 만들었다.

LG CNS도 새로운 1970년대생 수장과 함께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김선정 LG CNS CTO는 전문가 집단인 '아키텍처' 조직을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 등 2개로 분할하고 인원도 400명 규모로 늘렸다. 여기에 더해 언어·비전·데이터·엔지니어링 등 4개 부문의 AI 연구소를 조직 내에 신설했다. 신규 조직들은 지난해 백신 예약 시스템이 과부하로 장애가 일어났을 때 현장에 즉각 투입돼 문제를 해결하는 공을 세웠다.

젊어진 CTO들은 단순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을 도모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TO 문화의날'을 운영한다. 단체 영화관람과 각종 봉사활동은 물론, 타운홀 미팅도 열면서 구성원들 간 소통을 장려하고 있다. 신영준 CTO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담은 레터를 정기적인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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