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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승계 포기 끌어낸 준감위…'투명 삼성' 뒷받침

정유정 기자
입력 2022/08/17 17:38
수정 2022/08/17 19:34
노사관계·시민사회소통 성과
법적 권한·책임 없는 건 한계
◆ 이재용의 뉴 삼성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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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우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관한 시각은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준감위가 4세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철폐 등을 이끌어내며 투명한 삼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반대편에서는 준감위가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어 한계가 명확하다며 각 계열사 이사회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0년 준감위가 출범한 이후 삼성은 준감위의 다양한 권고 사항을 이행했다. 준감위는 2020년 3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에 대한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권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4세 경영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했다.


삼성이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노동조합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 17곳은 준감위 권고에 따라 과거 미래전략실을 통해 임직원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 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라는 권고에 삼성전자는 시민사회 원로 인사들과 주요 경영진 간 간담회를 실시했다. 준감위가 임원 승진 또는 평가 시 준법 의무 준수에 대한 사항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라는 의견을 제시하자 삼성전자는 내부 규정을 정비하고 임원 평가 시 준법항목 배점을 상향했다.

다만 상법에 준감위 존립과 권한에 관한 근거가 없어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상법은 개별 회사를 이익의 단위로 보고 있다. 기업 집단 차원에서 회사법적 효력을 갖는 조직을 설립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한 셈이다.


준감위가 7개 계열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준감위가 독립성을 바탕으로 한 감시·견제를 목표하지만, 사실상 그룹 총수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에 존속 여부가 좌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준감위와 계열사가 체결한 협약에는 준감위 존속기간에 관한 규정이 없다. 계열사들의 합의로 준감위 역할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준감위는 이사회와 달리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준법 행위를 하는지 감시하는 것 외에 경영 영역에 개입하는 점은 상법과 회사법 체계상 월권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상법 개정을 통해 그룹 이사회에 컨트롤타워를 견제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각 계열사 사외이사들이 모일 수 있는 일종의 이사회 기구를 만들어 내부 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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