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내년부터 소주·맥주에도 열량 표기한다

입력 2022/08/18 17:12
수정 2022/08/18 22:54
모든 주류제품 겉면 표기

소주 한병 칼로리 400㎉
밥 1.5공기 분량과 비슷

MZ세대 인기 높은 과일소주
열량뿐 아니라 당 함량도 높아
73242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내년부터는 주류 제품의 겉면에도 열량(칼로리)을 표시하기로 최근 정부와 업계가 합의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해 '깜깜이'로 여겼던 주류 영양성분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주류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술의 맛과 알코올 도수를 중심으로 제품을 선택해왔지만 열량이 표기될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저열량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한국주류산업협회·한국주류수입협회·한국막걸리협회·한국수제맥주협회 등 6개 주류협회는 이르면 이달 중 식품의약품안전처·공정거래위원회·소비자단체협의회와 '주류 제품의 열량 자율표시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2025년까지 품목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음료, 과자 등 일반 가공식품과 달리 그동안 주류에 열량이 따로 표기되지 않았던 것은 주류 과소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알코올 도수가 더 주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매김하면서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주류에도 열량을 표기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OB맥주 관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 주류 열량 표시를 위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 등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각 제조사나 수입·유통 업체에서 제품의 열량을 산정해 표기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량 외 상세 영양성분은 표시 대상이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주류 가운데 한 잔당 열량이 가장 높은 것은 맥주다. 500㏄ 기준 생맥주는 185㎉, 일반 맥주는 238㎉에 달한다.


이어 와인(150㏄, 133㎉), 위스키(40㏄, 110㎉), 막걸리(200㏄, 92㎉), 샴페인(150㏄, 65㎉), 청주(50㏄, 65㎉)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 잔당 열량이 가장 낮은 것은 소주로 50㏄ 기준 54㎉ 수준이다. '맥주는 살이 찌고 소주는 살이 안 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소주를 딱 한 잔만 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주 역시 열량이 결코 낮다고 볼 수는 없다. 100㏄당 열량으로 비교하면 맥주가 47.6㎉, 소주가 108㎉로 오히려 높기 때문이다. 소주 한 병(360㎖)의 열량은 약 400㎉로 쌀밥 한 공기(200g)의 열량인 272㎉의 1.5배에 해당한다. 500㎉ 수준인 라면 한 봉지와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은 열량이다.

특히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 소주 등 리큐어(혼합주)의 경우에는 열량뿐 아니라 당 함량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제품 한 병당 당 함량은 소주(4종)는 평균 0.18g인 반면, 리큐어(9종)는 24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병을 마시는 경우에는 리큐어 소비만으로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당 섭취량 권고 기준(총 섭취 열량 2000㎉ 기준 50g)에 육박하게 되는 셈이다.


막걸리 등 탁주·약주는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일괄 적용된다. 소비기한 시행에 따른 포장재 교체 시기에 맞추는 것이다. 소주와 맥주는 병 제품에 우선 적용하고, 캔 용기는 포장재 소진 후 추진한다. 수입 맥주 등은 2024년 이후 추진할 계획이다. 와인은 대형마트 유통 제품에 우선 적용된다. 적용 대상은 연 매출 120억원 이상 업체를 중심으로 한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주류시장의 72%를 차지한다.

당초 공정위는 올해 초 주류 제품의 열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려 했지만 식약처와 정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업계 자율 적용으로 선회했다. 주류 열량 표시를 의무화할 경우 라벨 교체로 인해 중소 주류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수입 제품 통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다만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주요 대형 업체들은 2025년까지는 사실상 의무적으로 모든 제품에 대해 열량을 표시해야 한다. 이후 정부는 주류 제품의 열량 표시 의무화를 재추진할 예정이다. 일종의 유예 기간인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라벨에 표시돼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주류협회 관계자는 "라벨 내용이 계속 추가되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수시로 라벨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소관 정부 부처만 8곳에 달할 정도"라며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일괄적으로 라벨을 바꾸는 방식으로 정책 추진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