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눈으로 즐겨라, MTV와 뮤직비디오 시대의 개막

입력 2008/04/18 16:29
1981년 대중음악 역사에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괴물’이 나타났다. 미국에서 개국한 24시간 음악방송 MTV가 그것이다.

뮤직 비디오를 주로 방송하는 MTV는 이제까지 음악을 전달해주던 모든 매체, 즉 TV, 라디오, 음반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었다. MTV는 이내 기존 음악 미디어 질서를 허물어뜨렸고 이전까지의 음악 생산과 유통, 소비 양태를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무나 광범위하게.   

8월 1일 개국한 MTV는 1년 반만인 83년 벽두부터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MTV의 무기는 듀란 듀란, 컬쳐 클럽, 유리스믹스 등 영국 밴드의 화려하고 현란한 뮤직 비디오였다.


영국 밴드들의 화사한 외모도 볼만 했지만 그보다 더 시선을 끌었던 것은 이들을 보여주는 뮤직 비디오의 ‘시선’이었다. 파스텔 컬러와 빠른 장면 전환, 몽타주 기법, 비연속적인 스토리 같은 뮤직 비디오의 기법은 기존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라마에 길들여진 미국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MTV는 개국 4년 만에 뮤직 비디오를 장르에 관계없이 새로 음반을 내는 모든 가수들의 필수품으로 만들었다. 이제 음악은 MTV의 뮤직 비디오를 통해 가장 먼저 세상에 나왔고, MTV의 방송을 통해 인기를 쌓았으며 사람들은 라디오나 음반으로 음악을 듣는 대신 MTV로 음악을 보고 즐겼다.

듣고 감상하는 음악에서 보고 즐기는 음악으로 록의 패러다임을 바꾼 MTV는 수많은 엔터테이너들을 배출했다. 그 중에서도 80년대 3대 스타로 꼽히는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그리고 마돈나는 이제 막 시작된 뮤직 비디오 시대의 요구에 꼭 들어 맞는 스타들이었다. 음악적 배경과 지향은 저마다 달랐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강렬하고 독특한 이미지, 그리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들로 80년대 대중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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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잭슨 파이브의 막내였던 마이클 잭슨은 79년 디스코 풍의 ‘Off the Wall’로 솔로 가수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82년작 ‘Thriller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Beat It’과 ‘Billy Jean’으로 대표되는 이 앨범은 전세계에서 1000만장 넘게 팔리며 대중음악 판매기록을 다시 썼다.


마이클 잭슨과 프로듀서 퀸시 존스는 모타운식 소울과 디스코, 헤비 메탈(‘Beat It’의 기타는 헤비 메탈 기타리스트 에디 반 헬렌이 연주했다) 등 60년대에서 80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절묘하게 혼합함으로써 흑백 시장을 통합 석권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Thriller’ 성공의 결정적 키는 뮤직 비디오였다. 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는 기술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한 편의 짧은 할리우드 영화였다. 스토리는 기본이고 음악과 영상이 의도적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실제 마이클 잭슨은 할리우드의 공포영화 감독 존 랜디스를 영입해 20분에 달하는 타이틀 곡 ‘Thriller’의 뮤직 비디오를 감수토록 했다.

뮤직 비디오 속 마이클 잭슨 춤은 굳이 할리우드식 장치가 아니더라도 눈이 번쩍 뜨일만한 것이었다. 검은 선글라스에 반짝이 양말과 장갑을 낀 마이클 잭슨은 때로 로보트처럼, 때로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이전까지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춤을 선보였다. 흑인들의 스트리트 댄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춤은 브레이크 댄스라고 불렸다. 곧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너나 없이 마이클 잭슨의 브레이크 댄스를 따라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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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

마이클 잭슨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동갑내기 프린스였다. 그는 춤을 앞세운 마이클 잭슨과 달리 작곡과 연주, 그리고 프로듀싱에서 천재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데뷔작부터 다섯번째 음반까지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프로듀서까지 혼자 해냈다. 하지만 그 역시 영화 출연을 비롯해 비주얼과 이미지를 강조했다.  

프린스는 84년 자신이 주연한 반자전적 영화와 그 사운드트랙 앨범인 ‘Purple Rain’으로 마이클 잭슨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두었다. 프린스의 음반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록의 역사 교과서와도 같았다. 사용된 악기도 많았지만 50년대 로큰롤부터 80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시기의 음악 스타일을 완벽하게 섭렵했다. 단순히 과거 스타일의 완벽한 재현을 넘어 각각의 음악 스타일에서 비트, 사운드, 리듬 등을 뽑아내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프린스 음악의 이 같은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 ‘Purple Rain’에 수록된 ‘When Doves Cry’다.


헤비 메탈 기타와 드럼을 사용하되 기타, 드럼과 더불어 하드 록의 필수요소인 베이스를 과감히 제외시킨 점은 프린스가 아니면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역발상이었다. 동시에 그의 음악은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보편적인 매력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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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프린스는 노래는 물론 뮤직 비디오와 공연을 통해 노골적인 성적 메시지를 담았으면서도  음악을 제외하면 거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한것으로 유명했다.      

80년대 가장 성공한 여가수 마돈나는 프린스의 성적 메시지와 마이클 잭슨의 춤을 합쳐 놓은 인물이다. 83년 ‘Holiday’로 데뷔한 마돈나는 이듬해 ‘Like A Virgin’으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MTV 시대의 새로운 여가수상을 제시했다.

치렁치렁한 머리에 겹겹 치마, 그리고 주렁주렁 액세서리를 달고 성을 노래하는 그의 이미지는 영락없는 거리의 창녀로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이름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강렬하고 색다른 마돈나만의 매력은 누구도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다.  

마돈나는 ‘Crazy for You’(85) ‘Live to Tell’(86) ‘Papa Don’t Preach’(86) ‘Open Your Heart’(86) ‘Who‘s That Girl’(87) ‘Like A Prayer’(89) 등 80년대 내내 끊이지 않고 1위곡들을 쏟아냈다. 그  음악은 부담 없는 과거 팝 스타일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그리 창조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새 노래를 들고 나타나는 마돈나는 달랐다.

마치 배우가 영화마다 다른 배역을 맡듯 음반을 낼 때마다 새로운 컨셉트와 이미지를 들고 나오는 마돈나는 자신의 어떤 점을 어떻게 부각시켜야 하는 너무나 잘 아는, 타고난 엔터테이너였다. 혹자는 마돈나가 여성과 여가수에게 드리워진 성적 굴레를 해방시켰다고 찬사를 보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역겹고 불쾌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프린스와 달리 마돈나는 자신을 둘러싼 논쟁을 즐겼고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그 수위를 조절했다. 덕분에 마돈나는 노래와 춤은 물론 작곡, 안무, 프로듀싱까지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며 30년 가까이 롱런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 프린스, 마돈나 등과 함께 급성장한 MTV는 그 출현 직후부터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뮤직 비디오가 가수들의 재능보다 외모를 중시하게 만들고 가수의 기본인 투어에 소홀하도록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여성을 대상화하고 음악에 대한 소비자 개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파괴하며 상업성과 예술성간의 경계의 허물어뜨린다는 것도 주된 근거였다. 이 같은 비판은 89년 자신들의 노래를 무명 가수에게 부르게 하고 뮤직 비디오에서 입만 벙긋거린 밀리 바닐리의 립싱크 파문으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록의 역사에서 MTV가 처음은 결코 아니다. 로크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도 당시 기준으로는 외설이 분명한 골반 흔들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볼거리가 음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단 마돈나 뿐 아니라 탄탄한 엉덩이를 지닌 브루스 스프링스틴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력이 떨어지는 가수를 스타로 만들어낸 막후의 실력자들은 부지기수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조차도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음반에 담아왔다. 결국 MTV는 록의 역사에서 이미 존재해왔던 여러 경향을 뮤직 비디오라는 형식을 통해 극대화한 셈이다.

[김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25호(08.04.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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