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플루티스트 최나경 “솔로 독립 후 다른 세상 나는 행복한 연주자”

전지현 기자
입력 2014/12/28 17:27
수정 2014/12/28 22:31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출신 플루티스트 최나경
유튜브 연주 동영상 조회수 200만건…제작도 클라우드 펀딩으로 음반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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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작가 강태욱]

전화위복이다.

지난해 여름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떠날 때 슬픔은 잠시였다. 이제 플루티스트 최나경 씨(31)는 누구보다 바쁜 독주자가 됐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온전히 무대를 독차지하면서 그의 이름을 관객들 뇌리에 또렷히 새겼다. 내년에는 거장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에스토니아 파르누 뮤직 페스티벌, 독일 바덴바덴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예약되어 있다.

최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행복의 종류가 다르다”고 말했다.


“빈 심포니에서는 세상이 내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세상이 열렸죠. 투어를 할 때는 매일 독주회와 마스터 클래스가 열려요. 예전에는 큰 연주 제안이 들어오면 오케스트라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는 수석 지위 유지를 묻는 단원 투표에서 탈락해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당시 인종과 성차별 논란에 휩싸여 마음 고생이 심했다. 빈 심포니 113년 역사상 수습 기간 이후 탈락한 연주자는 일본인 여성 악장 이후 두 번째 사례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제 솔로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에요. 예전에는 투잡 뛰느라 힘들었거든요. 오케스트라와 솔로 연주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죠. 항상 시간이 모자르고 삶이 불균형했어요. 지금은 연주하고 싶은 곡만을 연습하고 친구 만날 시간이 생겨 좋아요.”

오케스트라를 나온 후 유럽과 미국, 한국 매니저 8명이 생겼다. 그만큼 매력적인 독주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매니저는 그에게 “첼리스트 요요마를 보는 것 같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아우르며 열려 있다. 클래식을 넘어서 세상을 흔들 비전이 보인다”며 계약을 제안했다.


“유튜브에 뜬 제 연주와 인터뷰 동영상을 보고 연락이 왔어요. 매니저들이 제 음악과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줘서 좋아요. 허무맹랑한 희망을 말해도 실현시켜 줘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는 오케스트라 협연 기회가 많지만 플루티스트는 5년에 한 번 초청받기도 힘들다. 그만큼 플루트 협주곡은 잘 연주되지 않다. 오케스트라에 굉장한 믿음을 줘야 연락이 온다. 다행히 그에게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한 번 호흡을 맞춘 오케스트라들이 또다시 그를 찾는다.

“지금 제 인생의 변화기예요. 음악과 생각의 폭이 커지고 있어요. 제 삶에 날개를 달아진 기분이죠.”

지난달에는 큰 모험을 했다. 미국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킥 스타터’에서 2만9000달러(약 3100만원)를 모금해 음반을 제작했다. 그의 팬들이 정성을 모아준 덕분에 내년 1월 음반 ‘텔레만의 판타지’가 나온다. 그의 유튜브 연주 동영상 조횟수는 200만건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맨땅에 헤딩하기였죠. 매니저들이 용기를 줬어요. 정해진 기간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아예 없는 일이 되기 때문에 막막했어요. 40일 동안 모금을 진행하면서‘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감동받았어요. ”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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