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새해 ‘다이어리 노마드’에서 벗어나기…나를 기록하는 습관, 불렛저널 (Bullet Journal)

이승연 기자
입력 2019/01/03 15:24
연말연시, 이 시기쯤 우리가 꼭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다이어리 쓰기’다. 온·오프라인 상점을 수없이 헤매고, 수많은 다이어리를 고민하며 비교한 결과 새해 다이어리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두근거리는 첫 글자를 써 넣은 지 채 두 달이 지나기도 전, 어느 순간 글보다 빈 칸이 많아지면서 다이어리는 점차 단순한 수첩으로 바뀌어만 간다. 이처럼 내가 새해 다이어리를 찾아헤매는 ‘다이어리 노마드’라면, 세계의 젊은 세대에게서 빠르게 유행하고 있는 일정관리법을 주목해보도록 하자. 나만의 아이콘과 컬렉션을 통해 만드는, 나의 맞춤 일정관리법의 고유명사가 된 ‘불렛저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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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분 불렛저널 열풍

‘불렛저널(Bullet Journal)’은 전 세계의 젊은 세대에게 빠르게 유행하고 있는 일정관리법으로, 국내에는 약 2~3년 전쯤 도입됐다.


누군가는 이를 ‘아이콘으로 활용하는 일정관리법’ 정도로 여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프랭클린 플래너 열풍에 뒤이은 다이어리 작성법’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역시 불렛저널을 정의하는 한 부분이다. 한 가지 알고 가야 할 것이 있다면 ‘불렛저널’은 몰스킨이나, 프랭클린 플래너와 같은 다이어리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렛저널은 간결하고 명확한 정보성 문장(불렛Bullet, 총알)을 기록하는 일종의 개인 맞춤 일정관리법, 기록 형식이다.

해외에서 시작된 불렛저널 작성법은 초반에만 해도 디자이너나, 1인 창업자, 프리랜서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사실 그들의 주 업무는(전공과는 별개로) 넘쳐나는 정보와, 일정과의 싸움이었다. 그것을 한눈에 정리하고 파악하기엔 버거운 일. 그러던 중 불렛저널 작성법을 알게 되었고, 노트 한 권에 자신만의 기호를 정해 목차, 기본 원칙에 따른 일지 작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달력, 메모지, 핸드폰 등 여기저기 작성하던 기록이 단 한 권으로 정리가 가능해졌고, 그들은 곧 업무의 요지 파악이나, 일정 설립, 일상 속 효율성과 여유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넓은 직업군들이 자신만의 불렛저널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국내 역시 마찬가지이다. 디지털 기기가 확대될수록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주의력은 분산되어 가고 있다. 몇몇은 일상에서 명확함, 방향성, 집중력을 불어넣어주는 적당한 도구를 찾기 시작했고, 불렛저널 작성법의 기본 골조와 활용이 이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렛저널 노트 한 권 속에 자신만의 ‘아날로그’와 ‘오프라인’ 장소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일을 처리하거나, 한 가지 일에 집중해 나가는 방법을 깨우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종이를 앞에 두고 펜으로 기록하는 ‘손 글씨를 쓰는 행동’이 디지털 경험과는 다르게 우리의 생각에 집중하게 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해독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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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렛’에는 정답이 없다

불렛저널은 기본적인 뼈대 속에서 연간, 월간 계획을 수립, 목표 설정하기, 개인의 일정과 행동을 기록, 측정하기 등 각자의 ‘컬렉션’들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기록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더 잘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듈식 구조(큰 전체 시스템 및 체계 중 다른 구성 요소와 독립적인 하나의 구성 요소를)로 인한 ‘융통성’은 불렛저널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거기에 각자의 개성이 더해지면 불렛저널의 작성법은 더욱 다양해진다. 다이어리나 플래너가 되기도 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스케치북이, 일정 정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투 두 리스트(To do list)’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또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형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불렛저널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경험을 기록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큰 특징을 가진다. 자신의 일상과 내 선택과 행동이 어떤 효과와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 기록하고, 이를 확인함으로써 내 경험의 기록을 보는 일종의 나만의 도서관이 되는 것이다.

불렛저널의 창시자이자, 크리에이터인 라이더 캐롤은 스스로가 주의력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불렛저널 작성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독창적이고 생기 넘치는 다수의 불렛저널 사용자(불렛저널리스트)로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힌다. 이처럼 불렛저널은 안팎으로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동시에, 의도적인 삶,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나를 기록한 로드맵이자, 그 무엇보다 특별한 나만의 도서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렛저널리스트 입문자를 위한 작성법

불렛저널 창시자인 라이더 캐롤의 방법에 따른 불렛저널 작성법을 소개한다.


불렛저널을 작성하기 전, 먼저 종이 한 장을 꺼내 ‘현재 하는 일’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각각 적어보자. 그리고 각 리스트를 ‘왜 하는지’를 생각해본 뒤, 굳이 필요하지 않는 일은 차례차례로 삭제해나간다. 이는 우리를 불필요한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고, 해야 할 일에 보다 효율적으로 집중하게 한다.

라이더 캐롤은 불렛저널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적어도 2~3개월을 꾸준히 하기를 강하게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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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개념

-색인(Index) 불렛저널에서 주제와 페이지 번호를 이용하여 내용을 찾는 데 활용한다.

-퓨처 로그(Future Log) 당월 이후 발생하는 미래에 계획하는 일과 이벤트를 저장하는 데 이용된다.

-먼슬리 로그(Monthly Log) 당월에 발생하는 할 일과 시간에 대한 요점을 보여준다. 시간을 들여 검토한 항목들을 넣도록 하자.

-데일리 로그(Daily Log) 하루 동안의 생각을 빠르게 기록하기 위한 잡동사니 주머니 역할을 한다. 데일리 로그의 목적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빠른 기록(Key Icon) 기호와 짝을 이룬 짧은 형식의 표기법을 이용하여 빠르게 생각을 포착하고 노트, 이벤트, 할 일로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컬렉션(Collection) 모듈로 방식으로 불렛저널을 구성하는 요소로 관련 내용을 저장하는 데 이용된다. 핵심 컬렉션은 색인, 퓨처 로그, 먼슬리 로그, 데일리 로그지만,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어 무엇이든 기록할 수 있다.

-이동(Move) 매달 노트에서 의미 없는 내용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작성법

① 다이어리를 준비해보자-만년형 다이어리나, 모눈 다이어리 등을 추천한다. 불렛저널에는 줄과 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꼭 정해진 것은 아니니 취향껏 준비하도록 한다.

② ‘색인(Index)’ 만들기-첫 장부터 네 번째 장까지 하단에 페이지 번호를 매기고(1~4), 페이지 제목으로 색인(Index)을 기재한다.

③ ‘핵심 키(Key)’ 아이콘 만들기-해야 할 일, 이벤트, 메모, 중요, 완료, 연기, 취소 등 자신의 불렛저널에 맞는 키 아이콘을 정한다(※, ▣, •, △, <, > 등). 아이콘은 가능한 간단하고, 알아보기 쉽게 설정한다. 쓰게 되는 키는 몇 개로 정해져 있기 때문.

④ ‘퓨처 로그’ 만들기-5부터 8까지 페이지 번호를 매기고, 2페이지씩 6칸으로 나눈다. 칸에 당월 이후의 달부터 기재한다. 미래의 할 일과 이벤트를 추가하고, 퓨처 로그를 색인에 추가한다.

⑤ ‘먼슬리 로그’ 만들기-9부터 10까지 펼쳐진 양면 페이지를 이용, 당월 이름을 주제명으로 쓴다. 왼쪽 페이지에는 달력의 형태를 오른쪽에는 해당 월의 할 일, 목표, 다짐 등을 써준다. 한 눈에 그 달의 중요한 일이나 약속을 확인하기가 쉬워진다. 색인에 페이지 번호 ‘9~’를 추가한다.

⑥ ‘데일리 로그’ 만들기-페이지 번호를 추가한다. 오늘 날짜를 주제명으로 쓴다. 키와 함께 오늘 스케줄 약속 등 오늘의 일정을 적는다. 메모 같은 것을 적어도 된다(데일리 로그는 색인에 추가하지 않는다). 해당 일정을 완수했으면 약속된 키 표시를 해준다.

⑦ 맞춤형 ‘컬렉션’-그밖에도 목표, 프로젝트, 위시 리스트, 좋아하는 음악 리스트 등 자신만의 컬렉션을 추가해보자. 매 추가하는 컬렉션은 위와 같이 주제와, 페이지 번호, 색인에 추가하면, 덧붙이거나 수정하는 일도 쉬워진다. 컬렉션은 연이어 작성할 필요는 없다. 색인을 활용해 우선사항 사이를 쉽게 옮겨 다녀보자.

⑧ ‘먼슬리 로그’ 만들기-해당 달이 지났다면, 다음 달로 넘어가자. 날짜와 요일을, 중요한 스케줄 키와 함께 적도록 한다. 하단에 페이지 번호를 적고 인덱스 페이지로 돌아가 해당 달의 페이지 번호를 적자.

[글 이승연 기자 참고 및 자료발췌 『불렛저널』(라이더 캐롤 지음/ 최성옥 옮김/ 한빛비즈 펴냄) 사진 포토파크, 픽사베이, 인스타그램 스크린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1호 (19.01.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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