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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뜨거워진 기본소득 논쟁 | 贊 “줄어드는 일자리…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 反 “재원마련 어렵고 불평등 더 심해질 수도”

김병수 기자
입력 2020.07.28 11:10   수정 2020.08.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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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형태, 의미 있는 규모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소요돼 증세가 불가피하고, 실제로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능력에 따른 소득과 부에 대해 상당 부분 과세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행정 비용과 사각지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홍인기 대구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속출하자 정치권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기본소득을 도입해 시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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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제도다. 아예 일자리를 잃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자는 취지다.


원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산업 자동화 경향이 커지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대한 대책으로 거론되던 이슈였지만, 여권 잠룡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제 공론화를 주장하던 가운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논의할 수 있다며 화두를 던졌다.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이번에 시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을 위한 논의의 실험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은 경기 부양을 목표로 도입됐고 무엇보다 일회성에 그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논의 초기 당시 일부 적극적이었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정부가 ‘지원금’이라 명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본소득 제도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국가 단위로 기본소득을 도입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도 “아직 이르다”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현실적인 난관이 크다는 방증이다. 반대론자들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개념일 뿐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반면, 찬성론 측에선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에 무게를 둔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은 다양하다. 기존의 복지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대두된다. 재원 마련 문제는 당연지사다. 일부 국가의 실험에서도 드러났듯 효과를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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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1재원 마련 어떻게

기본소득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국가가 전무한 핵심적인 이유는 재원 마련 문제에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 총 규모는 약 232조원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2.1%를 차지했다. 이를 전액 현금화해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눈다면 매월 37만원의 기본소득을 줄 수 있다.

순수 현금복지지출액(73조39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연간 141만원의 기본소득을 줄 수 있다. 현존하는 복지지출 대부분을 기본소득에 쏟아 붓는다 해도 지급액수가 1인당 월별 최저생계비(105만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구조다. 또한 이런 계산은 기존 소득보장체계를 없애거나 축소한 뒤 이를 대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기존 복지제도를 일정 부분 남겨둔 채 이 같은 수준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하면 소요 재원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에 달할 수 있다.

최근 한국지방세연구원은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했을 때 드는 비용을 추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모든 국민에게 매달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준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총 186조원이다. 연구원이 가정한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은 가장 낮은 수준의 최저생계비다. 연구원은 기본소득 재원 중 약 50조원은 기존 사회복지지출 예산을 줄여 충당하는 것으로 보고 올해 우리나라의 기본소득을 뺀 사회복지지출 규모는 130조원으로 가정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기본소득을 포함한 사회복지지출 규모는 316조원이 된다.

해가 갈수록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이 늘어나는 걸 감안하면 기본소득은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2060년에는 현 3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은 77만5000원이 된다.


연구원 측은 매년 2.4%씩 기본소득 지급액을 늘려가고, 기본소득을 제외한 복지지출은 앞으로 연평균 5% 늘어갈 것을 가정,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김필헌 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용추산 결과 기본소득 총지급액은 향후 나타날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해 2060년에는 398조원에 이르게 된다”며 “결론적으로 현재 논의되는 기본소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며 “복지는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며 국민에게 20만∼30만원씩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탄소세나 데이터세를 신설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려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면 기존 복지체계를 축소하거나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주장을 편다.


하지만 증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게 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연 18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세금을 부담하겠다는 의식이 우선해야 한다”며 “부유한 소수가 보유세 몇 %를 더 부담한다는 식으로는 풀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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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2 기본소득 vs 기존 복지제도 효과

어떤 식으로든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기초연금·아동수당·근로장려금 등 기존 현금성 복지 제도는 통폐합해야 할 필요가 발생한다. 김필헌 선임연구위원은 “현 복지제도를 종합적으로 정비해 합리성을 높이고 기본소득으로 전환 가능한 재원 규모를 엄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기본소득 vs 기존 복지제도’의 효과 논쟁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측에선 소득재분배 효과를 든다.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랩2050 등 단체들은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과세가 누진적이라면 현행 사회보장제도에 비해 획기적으로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현행제도에서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자 비율)이 15.3%지만 내년에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빈곤율이 15%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학자도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모든 계층에 지급하기보다 실업급여와 근로소득장려세제 강화 등 선별적 형태로 소득이 낮은 계층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며 “대규모의 재정 수입을 필요로 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처럼 대규모 예산을 지속 조달하기는 현실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재빈 서울대 교수는 “기존 복지를 대체해서는 한계 계층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실제 일부 국가의 실험에서도 기본소득의 효과는 뚜렷하지 못했다. 핀란드는 2017년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골라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3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다. 실험 목적으로 ‘노동 시장에 대한 참여를 증가시키고, 사회보장 혜택과 관련된 관료주의를 감소시킬 수 있는지 연구한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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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험 결과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은 2017년 49.6일 일했고, 받지 않은 실업자는 49.3일 일했다. 소득 비중은 각각 43.7%, 42.9%였다. 실업급여를 받는 실업자들이 구직을 기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본소득제의 실업률 감소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알아보려는 취지였다.


결과는 실패로 나왔다. 핀란드 정부의 최종 보고서는 기본소득이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당초 목표했던 고용 촉진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삶에 대한 만족감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실험집단 만족도는 7.3점으로 통제집단(6.8점)보다 0.5점 높았다. 삶에 대한 만족도와 관련해 실험집단은 특히 우울감이 줄어들고 사회적 신뢰감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핀란드 VATT 경제연구소는 “기본소득은 큰 당근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모든 시민을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감안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핀란드 정부가 이번 실험에 들인 돈은 2000만유로(약 265억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2017년부터 3년간 저소득층 4000명에게 매달 1320캐나다달러(약 115만원)를 지급했다. 하지만 재원이 고갈돼 당초 3년으로 계획했던 실험을 1년 만에 중단해야 했다.


스위스는 2016년 전 국민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적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재원 마련 방안이 불확실하다는 여론이 일면서 국민의 77%가 반대해 시행하지 못했다. 증세와 현재 복지제도의 철폐 가능성에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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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3 현실적 어려움에도 논의 이어지는 배경은

이처럼 서구 복지 선진국에서조차 제대로 배울 만한 성공 사례가 전무한데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 미래 사회로 갈수록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성장잠재력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한국 고용 시장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상당한 점은 분명하다. 국가가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전해야 실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생업에 매진할 수 있고 복지 측면에서 효과가 높다는 게 찬성 측의 논리다.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는 복지체계를 기본소득으로 일원화해 불필요한 행정비용의 낭비를 없앨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존의 선별적 복지제도들은 일부 가난한 사람들을 누락시키긴 하지만 극빈곤층을 더 많이 포괄한다.


그러나 기존의 선별복지가 기본소득에 비해 빈곤 감소에 조금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행정비용, 지원신청비용, 낙인효과처럼 빈곤과 관련된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게다가 예산 중립적인 기본소득 방안은 상당한 재분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논의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는 복지제도가 비효율적이고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은 수준”이라며 “복지제도를 먼저 잘 갖추고 재정 투입이 효율화된 이후에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인지 논의한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대해 중립적인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기본소득 전환에 수반되는 현실적 어려움과 재정부담을 생각하면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더 효과적”이라면서도 “복지 전달체계로서의 일반적 효율성은 기본소득 형태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경제학자 중 다수는 한국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최적의 형태가 기본소득이나 고용보험 확대인지를 두고는 이견이 있다. 특수고용직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문제에는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가,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재원과 효율성에 의구심이 들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기본소득 정책의 최대 장점은 명료함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각종 복지 정책을 기본소득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고려해볼 만한 방향”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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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한국경제학회서 설문해보니

기본소득 찬성비율 12%에 불과


한국경제학회가 회원 교수들에게 설문한 결과 ‘나눠 먹기’식 기본소득에 찬성한 비율이 12%에 그쳤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근거로는 재원 고갈에 대한 우려와 기본소득의 재분배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경제학회는 지난 7월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거 8개를 정리해 회원들에게 동의·비동의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가장 대표적인 근거는 정해진 재원을 갖고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면 기존 복지제도보다 인당 지급액이 낮아져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두고 설문 참여자 중 73%가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충분한 액수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소모되는 반면 그 재원을 계속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기본소득의 주장 근거로는 ‘사회의 공공 재원(common wealth)을 배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반대는 73%에 달했으며, 찬성은 12%에 그쳤다. 최인 서강대 교수는 “공공 재원이 있다 해도 경제적 약자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재분배 과정에 비효율이 있는 만큼 이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찬성은 27%에 그쳤다. 선별적 복지제도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으며, 복지제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반대에 부딪힌다는 기본소득 찬성론의 주장도 있었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 70%가 반대 뜻을 밝혔으며, 찬성은 21%에 그쳤다.


‘소득 재분배나 양극화 문제 완화에 있어 기존 사회안전망이 기본소득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이라 기본소득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55%가 동의 입장을 보였고, 27%는 부동의 입장을 나타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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