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문화

도심 속 춤추는 콘서트홀

입력 2020.08.02 06:01   수정 2020.08.02 07:20
  • 공유
  • 글자크기
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스마트폰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을 활용해 촬영했다.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8]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 마주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마치 건물이 파도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경쾌했다. 외관을 둘러싼 곡면들은 저마다의 리듬을 타는 듯 보였고, 곡면을 이루는 거친 표면의 스테인리스 스틸이 빛을 사방으로 반사시키면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항해(航海)를 콘셉트로 지어진 디즈니 콘서트홀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본거지로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게리는 종이를 구겼을 때 나오는 비정형적인 형상을 본 떠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다. 디즈니 콘서트홀 역시 종이 모델과 그 형상을 옮긴 스케치를 통해 탄생했다.


제멋대로 구겨진 종이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의 외관을 구상하고 이를 발전시켜 공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종이 모델을 토대로 스케치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외관 초안. /사진 제공=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디즈니 콘서트홀은 비정형적인 건축 요소로 특징지어지는 해체주의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초 게리는 디즈니 콘서트홀의 외관 곡면을 석재로 구상했지만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로 지어진 게리의 또 다른 작품인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본 건축주의 요청으로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뀌었다. 게리는 한 인터뷰에서 "밤이 되면 금속은 어두워지지만 돌은 빛나기 때문에 돌로 만들었다면 밤에 더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재가 얇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뀌면서 건물의 디자인은 더욱 모험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곡면은 더 드라마틱하게 휘어졌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소재의 특성을 이용해 구조적으로 지면 위에 붕 뜬 듯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직사각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을 이어 붙여 만든 정교한 곡면들은 서로 만나 날카로운 모서리를 이루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면서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미지 크게보기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의 외관. 얇은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웨이브를 타는 것처럼 부드럽게 휘어 있는 곡면과 날카로운 모서리가 경쾌한 분위기를 낸다.


/사진=송경은 기자


디즈니 콘서트홀 외관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낳기도 했다. 무광 패널임에도 불구하고 볼록한 형태의 일부 패널이 주변 햇빛을 모아 반사시키면서 인근 거주민들이 눈부심과 고온 현상을 호소한 것이다. 도로에서 반사광으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설계팀은 일부 패널의 표면을 더 거칠게 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디즈니 콘서트홀은 1987년 월트 디즈니의 아내 릴리언 디즈니가 작고한 남편을 기려 로스앤젤레스에 콘서트홀을 세우기 위해 5000만달러를 기부한 지 16년 만에 대중에게 공개됐다. 게리의 설계안은 당시 치러진 디자인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하지만 비정형 건축물의 특성상 비용 문제로 1994년 건설이 중단됐다가 2년 뒤 모금 운동을 통해 재개돼 2003년에야 문을 열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는 무려 2억7400만달러가 들어갔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