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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신작 발표·작품 거래…미술시장이 된 SNS

전지현 기자
입력 2020.08.02 16:57   수정 2020.08.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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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심·강태구몬 등 작가
온라인으로 그림 알리고
폴로어와 작품 거래도

SNS 전시·경매 갤러리 가세
미술지형 바꾸고 저변 확대
공허해보이는 남자의 건너편 의자가 비어 있다. 재털이 안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자리를 떠난지 얼마되지 않은 듯하다.

화가 강태구몬(본명 강태규·26)은 세상을 떠난 친구를 기리는 신작 'Vacancy(빈자리)'를 인스타그램에 발표했다. 이 그림이 업로드된 후 "너무 멋진 작업", "와 사이즈가 크니 그림이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인스타그램은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그림을 직거래하는 유통 플랫폼이다. 한달에 많게는 수십만~수백만원대 그림 7점을 팔로워에게 판매한다. SNS는 서울 낙성대역 인근 작업실에서 고독하게 작업하던 그를 세상에 알린 홍보 매체이기도 하다.


강 작가는 "신진 작가여서 기성 갤러리 입성이 오래 걸리고 아직은 작품을 쌓아두는데 집중해야 해서 인스타그램에서만 판다. 고객을 만나 그림과 보증서를 드리는게 번거롭지만 자유로워서 좋다"며 "신작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작가로서 나 자신을 알릴 수 있어 SNS을 활용한다. 이제 작가도 아이돌처럼 스스로를 마케팅해야 하는 시대다"고 말했다.

그처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실시간 영상 중계로 미술품 경매와 전시를 진행하는 온라인 갤러리까지 등장해 SNS가 새로운 미술 유통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20~30대 신진 작가들 뿐만 아니라 기성 작가들도 작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SNS를 활용하고 있다. 박서보, 하종현, 김호득 등 화단 거장들까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작업현장, 전시 등을 알리면서 대중과 친밀도를 높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기존 화랑들까지 SNS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미술 지형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작업하는 잭슨심(심우찬·41)은 낙천적인 팝 아트 작품과 더불어 유쾌한 일상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SNS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낙서기법으로 그날의 기분과 좋아하는 글귀, 만화 캐릭터 등을 일기처럼 그려 팔로워 3만여명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그의 팬이자 그림을 구입하는 컬렉터이기도 하다. 연간 30~40회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 구입 문의가 들어오면 잭슨심의 거래 갤러리로 안내한다. 그의 작품은 수백만~수천만원대에 팔리며 SNS로 쌓은 인지도에 힙입어 지난 5월 개인전 전시작 16점이 완판되기도 했다. 국경이 없는 SNS 장점 덕분에 서울과 대구 등 전국 곳곳과 홍콩으로 팔려나갔다. 심 작가는 "옷이나 전자제품처럼 그림도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 사서 놀랐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보고 쌓은 신뢰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대 예술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달 10~15회 신작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이는 수년에 한 번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신작을 발표하는 기성 화단의 관성을 깨는 것이다. 심 작가는 "예전에는 작가 이름을 100명에 알리려면 수십년 걸렸지만 SNS 시대에 하루 100명에게 알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시간 절약 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어 물리적 거리까지 단축되고 있으며, 미술 시장 저변 확산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서울 북촌에 사무실을 둔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전시를 열 수 없게 되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온라인 갤러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임규향 러브컨템포러리아트 대표는 "SNS에서 아트페어와 경매를 열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대중의 예술 향수 욕구가 온라인으로 발산되고 있다"며 "컬렉터들과 온라인 소통을 통해 미술 시장을 확장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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