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문화

[여행+] 코로나 블루 날려줄 '처방전 여행'…강원도 정선

장주영 기자
입력 2020.09.21 04:01  
  • 공유
  • 글자크기
처음 느낀 상쾌함
방긋 웃는 다정함
전망이 탁! 정선으로~
이미지 크게보기
병방치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 한여름도 아닌데, 뜀박질한 것도 아닌데 숨이 턱 막힌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우리의 요즘 상태가 그렇다. 이름이라도 무서웠으면 덜 밉겠지만 언뜻 예쁘장하게 들리는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에 지치고 화도 난다. 최근에는 우울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코로나 레드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정상이 그리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에 표정과 입을 감추다 보니 속내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 더욱 안으로 되새기고 생각이 많아진다. 잠깐의 콧바람마저도 말을 꺼내기 힘들다. 여행을 금기시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마음 방역이 간절하다.

정선 여행은 그렇게 출발했다. 쉼이 필요했다. 거리 두기가 물론 뒤따라야 했다. 그러다 유튜브 영상 한 편에 눈과 귀가 꽂혔다. 폴킴의 '여름 안에서' 뮤직비디오였다. 여기어때 광고 영상으로도 쓰인 정선은 답답하지 않았다. 싱그러웠다. 향긋했다. 감칠맛이 났다. 하지만 조심스러웠다. 그 어느 때보다 준비를 단단히 했다. 마음 방역을 위해서는 실제 방역에 더 힘을 쏟아야 했다.

# 뮤직비디오 속 고즈넉한 간이역…선평역

이미지 크게보기
선평역 첫 목적지로는 영상 속 그곳을 찾았다. 선평역이란 무인 간이역이다.


폴킴이 파란 벤치에 앉아 노래를 읊조리던 그곳엔 무성한 풀 사이로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여기를 일컫는 '시간이 멈춘 곳'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시계를 한참 과거로 돌린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는 코로나 블루를 잊게 하는 한 알의 아스피린 같았다. 선평역을 찾는 이들은 대개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정선아리랑열차를 이용한다. 10분가량 정차했다 떠나는데 그 10분을 요긴하게 활용하게끔 장터도 선다. 지금은 때가 때인 만큼 경험하기 힘들지만 정상으로 돌아온 후라면 꼭 즐기면 좋을 체험거리다. 아예 선평역에 하차해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권한다. 일상이 힘겨운, 아니 일상에 찌든 이라면 더욱 하차를 추천한다. 선평역 플랫폼이나 자그마한 광장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내내 귓가에 들린 소리는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뿐이었다. 역 건너편으로는 동강 줄기의 하천이 흐르는데 힘찬 물소리도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그만이었다. 백색소음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폐광촌의 아기자기한 변신…마을호텔 18번가

이미지 크게보기
마을호텔 18번가 선평역에서 동강을 곁에 두고 구불구불 드라이브하는 길은 흡사 동해안 7번국도 느낌도 든다. 운전하는 '맛'을 좋아하는 이라면 꼭 누려볼 만하다.


40분 남짓 남쪽으로 가다 보면 고한읍이 나온다. 하이원리조트가 있는 마을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쉽다. 이곳에서도 폴킴은 뮤직비디오 한 편을 남겼다. '칵테일 사랑'이란 노래 뒤로 아기자기한 거리 풍광이 등장한다. 이곳이 바로 마을호텔18번가다.

거리에 딱 들어서자마자 떠오른 곳은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였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집마다 손수 자그마한 화분을 열 개 남짓 가꾼 모습에서는 플라워 돔이, 거리 곳곳을 콘셉트에 맞게 벽화로 단장한 모습에서는 슈퍼트리 그로브가 그려졌다. 물론 규모나 인프라스트럭처를 비교할 수는 없다. 사실 이런 비교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가당치 않다. 하지만 폐허에까지 이르렀던 폐광촌 골목을 주민이 직접 나서 화원과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는 뒷얘기에 마음이 끌렸다.

한참 거리를 걷다 보면 자그마한 시장이 나온다. 이름도 재밌는 구공탄시장이다. 마치 미로 찾기같이 작은 골목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 있는 형식이다. 그곳에 정선이 강원도이고 탄광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특별한 먹거리가 있다.


석탄빵과 감자빵이다. 누군가 말하지 않고 전시해뒀다면 석탄, 감자로 착각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석탄빵이 스콘 느낌 맛이라면, 감자빵은 짭조름하다.

# 한반도 지형이 파노라마처럼…병방치 스카이워크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에는 북쪽으로 20여 분 산길을 거슬러 올랐다. 정선 주민에게 정선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을 꼽으라고 하면 이구동성 얘기하는 병방치 스카이워크다.

전국에 스카이워크가 많이 설치돼 있지만 병방치만의 매력은 역시나 한반도 지형을 닮은 동강변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해발 583m 절벽 끝에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이 툭 튀어나오게 설치돼 있다 보니 마치 절벽 끝에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느낌을 받는다. 좀 더 활기찬 기분을 누리고 싶다면 스카이워크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된다. 무려 시속 100㎞로 계곡과 계곡 사이를 질주하는 집와이어가 있다.


스카이워크가 구름 위 산책이라면 집와이어는 하늘 곡예 느낌이니 취향에 맞게 즐겨보시길 바란다.

정선을 누비다 보면 흥미로운 플래카드나 설치물이 보인다. '보고 싶다. 정선아!' 마치 정선이란 분을 찾는 듯한 이 글귀. 맞는다. 정선 관광 슬로건이다. 한번 보면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인지 정선을 향한 그리움은 여전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먼저 달려갈게. 보고 싶다. 정선아!"

[정선(강원) = 장주영 여행+ 기자 / 사진 = 유건우 여행+ PD]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