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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영의 냠냠아시아] 고소한 게 튀김에 옐로 커리를 듬뿍…푸님팟퐁커리

입력 2020.09.21 04:01   수정 2020.09.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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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팟퐁커리는 카레가루에 볶은 게 요리다. 태국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힌다. 푸(Poo)는 게, 팟(Pod)은 볶다, 퐁(Pong)은 가루라는 뜻이고, 커리는 태국에서 인도식 카레를 부르는 말이다. 쫄깃하고 담백한 게살을 부드러운 코코넛밀크를 넣은 향긋한 옐로 커리로 볶아내는데, 카레 향보다 게살의 고소함과 단맛이 훨씬 진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게 요리를 먹을 땐 딱딱한 껍데기 사이로 보드라운 속살을 발라먹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푸팟퐁커리는 게살을 발라 먹다 보면 양손과 입에 양념이 잔뜩 묻기 일쑤다. 그래서 방콕에서 푸팟퐁커리를 먹을 때면 신중하게 식당을 골랐다. 게의 순살만 발라내어 푸팟퐁커리를 만드는 집을 일부러 찾아가곤 했다.

호찌민에서 처음 소프트셸 크랩(꾸어롯) 튀김을 먹었을 때는 딱딱한 게 요리에 대한 그동안의 기억이 싸악 갱신되는 느낌이었다.


소프트셸 크랩은 게가 딱딱한 껍데기를 벗어내고 쑥쑥 자라는 단계에서 잡기 때문에 껍질까지 먹을 수 있다. 튀기거나 볶아먹으면 게 풍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게를 껍질째 먹을 수 있다니! 이렇게나 바삭바삭하고 고소할 수가! 꽃게 철마다 입맛을 다시는 엄마를 호찌민으로 모셔와 하루 종일 게 요리를 대접하고 싶었더랬다.

우연이었다. 종로에 있는 서점에 나간 김에 근처에서 밥 먹을 곳을 찾다가 말도 안되는 음식점을 발견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푸님팟퐁커리를 판다고? 태국에서도 꽃게로 요리한 푸팟퐁커리는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소프트셸 크랩으로 요리한 푸님팟퐁커리는 드문데. 밑져야 본전, 언제 또 먹어보겠냐며 입간판에 쓰여진 메뉴만 보고 들어간 음식점은 구석구석 태국 분위기가 물씬 났다. 내부가 꽤 넓고 칸막이로 막힌 공간이 많아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동남아 음식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에게 그 나라 특유의 향과 맛을 살린 음식, 그 나라만의 재료를 살린 음식을 만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맛도 좋고, 인심도 좋았다. 한두 마리 나오려나 했는데 큰 그릇에 가득 담긴 푸님팟퐁커리라니.

소프트셸 크랩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고, 코코넛우유와 계란을 넣어 부드러운 옐로 커리에 버무린 푸님팟퐁커리가 나오자마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방콕에서 먹었던 푸팟퐁커리와 호찌민에서 먹었던 꾸어롯의 맛이 종로 한복판에서 근사하게 조우했다.

[배나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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