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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극 ‘스위치’ 코믹과 공포의 롤러코스터

입력 2020.09.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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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연극 ‘마법의 꽃병’으로 대학로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극단 아루또가 두 번째 연극 ‘스위치’로 돌아왔다. 이 작품 역시 극단의 장점을 살리고 정체성을 이어 갈 공포극. 코로나19가 진짜 공포로 다가온 지금, 공포를 공포로 이기려 한다면 이 연극도 충분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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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장소 아루또 소극장

-기간 ~오픈 런

-티켓 전석 3만 원

-시간 평일 오후 7시 / 주말, 공휴일 오후 4시, 6시30분

-출연 고연출 역-정영성, 정의광, 장용웅 / 박지혜 역-류현주, 엄선영 / 이달수 역-도지훈, 최종관 / 이유리 역-권순미, 문민경

손대는 작품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 가며 연극계 흥행 신화를 몰고 다니는 주인공 고연출. 그는 열한 번째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또 한 번의 흥행 신화를 이루기 위해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극장을 임대한다. 고연출의 신작에 출연하게 된 이달수와 박지혜, 그리고 조연출 이유리는 새로 임대한 극장에서 귀신을 보는 등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극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누군가와 비밀스러운 통화를 주고받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하는 고연출. 지혜는 과거 그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하나 둘 쓰러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연출의 수상한 행동들이 연속된 흥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다.


사실 그녀는 고연출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에 의구심을 갖고 작품 출연을 빌미로 고연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인물이다. 연기에 소질 없는 이달수는 어리바리한 성격과 발 연기 탓에 사람들에게 자주 무시당하고, 조연출 유리는 이상하게도 고연출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알고 있다. 도대체 이 극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학교마다 괴담이 있어 소풍날이면 그 괴담 주인공의 장난으로 비가 오고, 음반을 녹음하던 가수가 귀신을 보거나, 음반에 귀신 소리가 녹음되었다는 괴담들을 알고 있다. 여기 연극 극장도 마찬가지다. ‘극장에 귀신이 산다’는 어디에나 있음직한 괴담에서 시작된 이 연극은 탄탄한 스토리에 ‘극장과 귀신’이라는 특유의 상상력을 더했다. 여기에 공포에 가장 특화된 연출 기법을 총동원했다. 일테면 스위치를 끄는 순간, 암흑으로 변하는 공간에서 인간은 시각 대신 청각과 촉각으로 공포를 감지한다. 즉, 암전을 이용한 손전등 빛으로 공포를 빚어내고 귀를 파고드는 소리는 공포를 심연으로 끌고 간다.


또한 이른바 4D 기술이 더해져 더 무서운 좌석과 덜 무서운 좌석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공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객석에 있는 관객은 ‘딸각’ 하고 스위치를 끄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이 소리는 바로 공포가 시작된다는 시그널이다. 그러면 누군가 나의 몸과 머리를 만지는 듯하고 이내 물이 뚝뚝 떨어진다. 더구나 기괴한 배경 음악은 스산한 분위기를 극강으로 치닫게 한다.

극장 속의 극장이라는 독특한 무대 배경이 몰입감을 높이고, 상상하지 못한 반전이 극의 관전 포인트다. 100분 동안 소름 끼치는 공포가 이어지는데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믿지 않되 함부로 의심하지 말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공포만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피곤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상상하지 못했던 유머 코드가 곳곳에서 폭발하고, 관객들은 무대로 올라가 극에 참여하는 색다른 경험도 한다. 극 중 여배우는 자꾸 쓰러지고 남배우는 연습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관객은 쓰러진 여배우를 대신할 오디션에 참여하고 남배우와 무대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연기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코믹과 공포의 롤러코스터를 한바탕 탄 느낌이다.


시원함과 함께 찾아오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재미있는 연극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아루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8호 (20.10.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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