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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허진의 문학 속 공간] "아아, 님은 갔습니다"…만해는 없지만, 그가 시 쓰던 집은 남았네

입력 2020.10.1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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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흔적 선명한 성북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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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울 성북동은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성북동에 살았던 문인으로는 한용운·염상섭·이태준·박태원·김광섭·조지훈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兮谷) 최순우도 성북동에 살았다. 현재 이 문인들의 집이 모두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최순우 옛집, 상허(尙虛) 이태준이 작품을 집필했던 수연산방, 만해(萬海)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은 한번쯤 가볼 만하다. 법정 스님 유품이 보존돼 있는 길상사도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여유를 누리기 좋은 곳이다.

성북동 나들이는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1968년 개업해 올해로 만 52살 된 나폴레옹과자점이 여기에 있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나폴레옹과자점을 지나 600m쯤 걷다가 신한은행을 지난 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최순우 옛집이 있다. 이 집은 한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단아한 한옥집이다.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 책으로 널리 알려진 미술사학자로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을 지냈다. 최순우 옛집은 2002년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일환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사들여 보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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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허 이태준의 집 수연산방. 최순우 옛집에서 나와 큰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오른쪽에 조지훈을 기린 '시인의 방-방우산장' 조형물이 있다. 조지훈은 '방우산장기(放牛山莊記)'(고려대학교출판부)에서 방우산장의 의미를 "방우산장은 내가 거처하고 있는 이른바 '나의 집'에다 스스로 붙인 집 이름"이라고 밝혔다. 이 조형물 한쪽에는 조지훈의 시 '낙화'가 새겨져 있다.

'시인의 방-방우산장' 조형물을 봤다면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서 성북03번 마을버스를 타고 이태준 가옥인 수연산방으로 갈 차례다. 쌍다리 정류장에서 내려서 2분쯤 걸으면 수연산방이다. '시인의 방-방우산장'에서 수연산방까지는 약 700m 거리로 걸어가면 10분쯤 걸린다. 이태준은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수연산방에 살며 '달밤' '까마귀' '복덕방' '패강랭' 등 소설을 집필했다.


수연산방은 현재 이태준 후손이 한옥카페로 운영하고 있는데 전통차, 단호박 빙수, 단호박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수연산방을 둘러본 뒤에는 5분쯤 걸어 만해 한용운이 생애 말년을 보낸 심우장으로 가는 것이 좋다. 좁다란 계단을 올라 심우장에 도착하면 고졸한 분위기의 한옥을 만날 수 있다. 만해는 이 집에서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살았다. '심우(尋牛)'란 '소를 찾는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경지 중 하나다. 심우장에는 만해가 쓴 서예 작품, 한시집 등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길상사를 방문하면 성북동 나들이가 마무리된다. 길상사는 특히 가을에 찾기 좋은 곳이다. 길상사 안쪽에는 진영각이 있는데 여기에는 법정 스님의 진영, 친필 원고, 저서, 다기 등이 전시돼 있다. 길상사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면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허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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