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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람을 부르는 예술섬으로…신안군 '1島 1뮤지엄'

전지현 기자
입력 2020.10.18 16:43   수정 2020.10.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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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섬 미술관 가보니

화가 김환기 고택 미술관으로
섬마다 총 24개 뮤지엄 추진
작은 예배당 12곳 따라 걷는
'12사도 순례길'도 조성

색다른 문화예술 향기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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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김환기가 유년 시절을 보낸 신안군 안좌도 고택. 신안군은 이 고택을 미술관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안군] 10월의 전남 신안군 안좌도 바다는 옅은 하늘색이었다. 그러나 이 곳에서 태어난 한국 추상화 거장 김환기(1913~1974)의 그림 속 바다는 지독하게 파랗다. 파리와 뉴욕에서 살았던 그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겹겹이 더해진 듯 하다. 김환기가 유년 시절을 보내고 그의 상징색인 '환기 블루'의 근원이 된 섬의 고택은 단아한 한옥이다. 지주 집안 답게 1920년대 백두산에서 가져온 목재로 지은 ㄱ자 기와집이다. 18세 김환기가 일본 유학을 가기 직전에 꿈과 열정을 붓질하던 화실이 있던 이 곳은 20세기초 한옥 모습을 간직해 2007년 국가민속문화재 제251호로 지정됐다.

신안군은 고향의 바다와 섬을 그렸던 김환기 고택을 미술관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신안군의 자연과 역사유산,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프로젝트 '1도(島) 1뮤지움' 일환이다.


현재 김환기 미술관과 더불어 박물관·미술관 24개를 추진 중이다. 먼저 올해 7월 개관한 자은도 해변 '뮤지엄파크'는 축구장 70배 면적으로 조개박물관과 1004섬수석미술관을 운영중이며, 유리공예미술관과 국내 대표 화랑이 운영하는 현대미술관 건립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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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면 순례길에 있는 작은 예배당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 외관이 백합조개를 닮은 조개박물관에 들어서니 멸종위기종인 나팔고둥 등 전세계 1만1000여점의 신비한 조개·고둥 표본과 조개 공예작품이 펼쳐졌다. 특히 조개로 만든 거북이, 공중전화 부스, 화사한 꽃병과 화환 등이 감탄을 자아낸다. 1004섬수석미술관도 폭포수와 연못, 파도와 비바람에 사람이나 동·식물 모양 등으로 깍여진 바위 등으로 사계절 꽃이 피는 수석 정원을 꾸몄다. 일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부족한 연료로 대체하기 위해 송진을 긁어낸 흔적이 가득한 소나무로 만든 정자는 수난의 역사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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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집: 베드로`. 신안군이 미술관과 박물관에 승부를 건 이유는 '사람'이다. 신안군 인구는 현재 4만여명으로 매년 500~600명이 줄어들고 있으며,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문화예술이 고령화로 늙어가는 섬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준다고 확신한다.


지난 16일 현지에서 만난 박 군수는 "이 곳에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문화예술을 선택했다. 관광객이 와야 농수산물도 팔 수 있다"며 "뮤지엄을 건립하면 기반시설을 조성해주고 건축비와 운영비 50%를 지원하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이우환 미술관이 있는 일본 나오시마 같은 미술관 군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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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집 가롯 유다 신안군은 2009년 개장한 압해도 천사섬 분재공원에 관람객 발길이 뜸해지자 그 옆에 2014년 저녁노을미술관을 지었고 올해 공립미술관으로 등록했다. 신안 출신 한국화가 우암 박용규 화백이 작품을 기증해 지은 미술관으로 서해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금방이라도 물이 튈 것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폭포수 그림과 더불어 혼자 엄청난 누에고치를 정리하는 할머니, 우산을 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소년이 화폭에 애잔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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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 세계 각국 작가들이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에 세운 10㎡(3평) 남짓 작은 예배당 12개를 따라 걷는 12㎞ 순례길 '섬티아고'는 사색과 명상의 시간을 선물한다. 예배당 12개가 베드로와 안드레아, 마태오, 요한, 시몬, 가롯 유다 등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해 '12사도 순례길'로도 불리며 걷는데 왕복 6시간이 걸린다. 하얀 외벽과 푸른 돔(반구형 지붕)이 그리스 산토리니 성당을 닮은 김윤환 작가의 '건강의 집:베드로' 예배당은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등대 역할을 한다.


그가 섬과 섬을 잇는 소악도 노둣길 중간에 세운 '기쁨의 집: 마태오'는 섬의 특산물 양파 모양 지붕으로 러시아 정교회 성당과 비슷하다.

프랑스 작가 장 미셀 후비오, 파코 슈발, 얄룩마스, 브루노 프루네가 소악도 호수에 서식하는 새와 연꽃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예배당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는 영롱한 무지갯빛을 발산한다. 진섬 해변 너머 딴섬에서 손민아 작가가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지혜의 집:가롯 유다'는 순례길 종착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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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집 마태오 자은도 무한의 다리 앞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하고 조각가 박은선 작품을 전시하는 인피니또 뮤지엄 터가 닦여 있으며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1025개 섬(유인도 72개)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뮤지엄 외에도 지붕과 다리 등을 보라색으로 칠한 '퍼플섬' 박지도·반월도, 수선화 천국 선도, 맨드라미 섬 병풍도 등 색과 꽃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해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접근이 쉬워졌고, 내년에 자은도에 라마다프라자 호텔&리조트가 문을 열면 숙박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안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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