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행+] 찰칵…담았다 겨울바다, 건졌다 인생사진

권오균 기자
입력 2020/11/23 04:01
수정 2020/11/23 08:57
泰安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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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도 제대로 못 했는데 단풍이 떨어졌다. 곧 겨울인데 바다라도 보고 싶다. 물결치는 파도 소리도 듣고 싶고 멋진 사진을 올려서 '좋아요'도 받고 싶다. '찍었노라, 올렸노라, (좋아요) 받았노라'가 이번 여정의 테마다.

무작정 달려간 곳은 한반도 서쪽에 작은 반도처럼 툭 튀어나온 태안이었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30분이면 닿는 태안은 이름부터 태평하고 안락하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수상한 시절 제법 잘 어울린다. 사진을 찍을 때도 해변을 걸을 때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먼 훗날 마스크 쓴 사진들을 보면서 빙긋 웃음 지을 날을 고대하며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인트 위주로 정리했다.

해변 옆 해식동굴

태안에는 숨은 사진 명소가 있다. 동해에서는 촛대바위가 자연의 신비로움으로 꼽힌다면 태안에서는 해식동굴(위쪽 사진)이다.


첫 번째 포인트는 둥글둥글한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파도리해변이다. 해변과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어 굳이 사람들이 발길을 주지 않았다. 현재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굴 밖이라고 해서 별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우렁찬 목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좀 나와요!" 해식동굴 안에 들어서면 비로소 이유를 알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웅크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밖을 지나다니는 불청객이 보이면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인물과 동굴, 해변과 수평선만을 담고 싶은 심리가 쉬이 이해된다. 두 번째 포인트는 봉우리 세 개가 어깨동무하고 있는 삼봉해변이다. 가는 길에 얼굴을 내밀고 귀여운 모습을 남길 수 있는 틈새바위도 있다.

아름다운 등대섬 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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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항으로 이동해 통통배에 올랐다. 태안반도 130여 개 섬 중에 등대가 아름다운 섬은 옹기를 닮은 옹도다. 1907년부터 불을 밝혔으니 등대 나이가 백 살이 넘었다. 2013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안흥항 앞바다는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물살 센 장소다. 진도 울돌목, 강화 손돌목 그리고 이북의 황해도 인당수와 함께 한반도 4대 험조처(險阻處)로 불린다. 권문선 태안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오리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물살이 강하다고 했다.


등대가 쏜 등불은 인천과 평택으로 들어가는 선박에 빛이 된다. 등대 전망대에서는 멀리 웅진반도에 딸린 섬들이 보인다. 20일씩 교대로 섬을 지키는 등대지기 김남복 주무관은 "한 해에 만 명 이상 찾는 명소"라며 "특히 봄에 많이들 찾는다"고 했다. 동백꽃 핀 계단길이 특히 예쁘기 때문이다. 봄을 기약했다.

솔섬 품은 가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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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명이 거주하는 유인도인 가의도는 육쪽마늘의 대표 산지로 마늘밭이 펼쳐져 있다. 한 바퀴 쭉 거닐며 둘러보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섬 안에 섬을 찍기 좋은 포인트가 있다. 북항 말고 남항 방면이다. 항구 쪽으로 발을 옮기면 보이는 솔섬이다. 솔방울이 해풍을 타고 날아가 바위에 떨어졌는데, 뿌리를 내리고 소나무가 자라난 것이다. 섬 투어를 인도한 김귀동 21세기관광유람선 선장은 기름값이 비싸서 최소 40명은 돼야 수지가 맞아 출항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여러모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육지로 복귀하는 길에 중국을 향해 고개 숙인 사자바위와 관장목 물살을 가이드처럼 상세히 설명해주며 "서해의 추억을 안고 가기 바란다"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역사 유적 안흥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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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흥항으로 돌아와 안흥성에 올랐다. 태안반도를 두른 성 안에는 태국사가 있다. 절과 성에 얽힌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백제 무왕 때 지었다가 조선 세종 때 복원한 태국사는 호국불교의 최전선으로 승려병을 양성하는 훈련소였다. 태국사라는 절명도 국태민안(國泰民安)에서 따왔다.


안흥성은 해변을 타고 들어오는 왜구를 막으려고 쌓은 성인데, 일제강점기에 일부가 훼손됐다. 동학 농민군이 태안까지 쫓겨와서는 관군에 맞서 장렬히 전사한 배수진이기도 하다. 태안군은 성벽 옆으로 걷기 좋게 길을 조성하고 있다. 세월의 풍파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이 남은 성답게 옆에 서면 결기가 느껴진다.

해변따라 걷는 태안 노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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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빼놓고는 태안을 이야기할 수 없다. 여름에 해수욕장이었던 해변은 가을부터는 걷기 좋은 길로 변신한다. 태안반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학암포에서 영목항에 이르기까지 7코스로 해변길이 조성돼 있다. 총길이는 97㎞로 마음먹고 걸으려면 적어도 사흘은 잡아야 한다. 으뜸은 5코스 노을길이다. 노을길은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석양을 뽐낸다. 싱싱한 수산물을 판매하고, 별미인 꽃게와 새우 튀김도 맛볼 수 있는 백사장항에서 출발한다. 백사장항을 지나 봉우리 세 개가 봉긋 솟은 삼봉해변에 이르면 해송이 쭉쭉 뻗은 곰솔림을 만나게 된다. 시원한 바닷소리와 솔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기지포 해안사구와 두여전망대를 지나면 꽃지해변에 닿는다. 꽃지해변은 할매·할배 두 바위 사이로 일몰을 감상하는 명소다.

찍느라 힘뺐다면 먹어서 힘내자…대하와 바지락 칼국수

사진을 찍다 보면 진이 빠진다. 기왕 태안까지 왔으면 온 김에 기력 회복도 필수다. 태안은 대하의 최대 산지다. 가을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하는 몸통이 실하고 담백하다. 약간 짠 내가 배어 있는 대가리가 별미다. 껍질을 벗겨 먹어도 되지만 껍질째로 먹어도 무방하다. 튀김으로 먹으면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국물 있는 요리가 당긴다면 바지락 칼국수나 바지락 탕이 답이다. 바지락 역시 태안이 산지 중의 산지라서 다른 지역 식당과는 비교 불가한 수준으로 많이 들어가 있다. 먹다 보면 바지락 껍데기가 상 위에 산처럼 쌓인다. 질은 양에서 나오는 법이라고, 바지락 물량 공세 덕분에 국물 맛도 끝내준다.

[태안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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