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웰니스] 텔레비전도 없고, 스마트폰도 먹통…오직 휴식

입력 2020/11/23 04:01
수정 2020/11/23 09:00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명상 체험·트레킹 코스 등
심신 안정 프로그램 마련

삼시세끼 저염 건강식 제공
느릿느릿 최소 30분간 식사

탄산탕 스파에서 피로 풀고
고요한 밤하늘 보면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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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종자산에 들어앉은 웰니스 리조트 힐리언스 선마을. 서울에서 1시간 2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선 `힐링`을 테마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1월은 삭막하다. 낙엽이 지고 난 후부터 흰 눈이 내리기 전까지 1년 중 가장 볼품없는 시기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보면 마음이 쓸쓸해진다. 헛헛함을 핑계 삼아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방전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힐링'을 테마로 잡고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을 찾았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다. 웰니스 관광은 힐링과 명상 등 활동을 통해 행복을 찾는 여행을 말한다. 붐비는 걸 피하기 위해 남들과는 엇박자로 떠났다. 11월 가을 여행은 단풍놀이의 부산함이 끝물에 접어들 때쯤 한 박자 늦게, 내 연말 여행은 송년회 이야기가 나오기 전 한 박자 빠르게 시작됐다.


# 1시간20분,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

"거기 TV 없고, 휴대폰도 안 터져. 각오하고 들어가야 해." 힐리언스 선마을을 다녀왔다는 지인이 경고를 한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다. 온전한 휴식을 목적으로 스마트폰 전파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저염식 저당식으로 삼시 세끼를 챙겨주는, 지금 요양을 온 건지 여행을 온 건지 헷갈린다는 그곳이 바로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지난 5일 낮 12시 잠실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홍천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미니버스에 사람이 꽉 들어찼다. 10대부터 70대까지, 어떤 단체관광 버스도 이보다 다양한 연령 구성은 없을 것 같았다.

홍천은 서울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강원도 땅이다. 힐리언스 선마을은 홍천 중에서도 경기도와 가까운 서쪽 끝 서면에 위치한다. 잠실역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차례로 거쳐 설악톨게이트(가평)로 빠진 다음 지방도로 86번을 타고 20㎞쯤 달리자 종자산(해발 582m)에 푹 둘러싸인 힐리언스 선마을이 나타났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처음엔 '우와', 그다음에는 '으억' 했다. 힐리언스 선마을이 들어앉은 형국이 근사했다. 말발굽처럼 생긴 종자산 남쪽 산줄기가 힐리언스 선마을을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으억' 한 이유는 경사도 때문이다. 산을 깎아 리조트를 만들었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많이 걷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경사도를 그대로 살려 건물을 배치했단다. 여기에서 하루 1만보는 기본이다.


강원도를 간다고 해서 두꺼운 패딩 재킷으로 꽁꽁 싸맸는데, 바람은 산이 막아주고 남향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 추운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가을의 절정은 막 지나간 참이었다. 잎을 반쯤 떨군 나무, 바닥에 뒹구는 바삭한 단풍잎과 은빛 억새까지 한발 늦은 가을 여행임에도 알찬 광경을 마주했다.

# 숲속 트레킹과 싱잉볼로 심신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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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체크인을 했다. 숲속동 F423, 숲속동은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3년 전 신축해 비교적 새 건물이다. 숙소를 고를 때는 2층이 좋다. 숲속동과 정원동 모두 2층 건물로 돼 있는데 2층 객실엔 천장에 창문이 나 있어 침대에 누우면 자연스레 하늘을 볼 수 있다. 숲을 마주하는 널찍한 테라스와 천장에 난 창문을 통해 객실 이곳저곳에서 자연이 느껴졌다.

힐리언스 선마을의 핵심은 다양한 체험이다. 객실에 들어가면 1박2일 체험 진행표가 있어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짐을 풀고 일정을 정리했다. 첫째 날엔 숲속 트레킹 '포레스트 힐링'과 '싱잉볼 음악 명상', 둘째 날엔 아침 일찍 목욕을 하고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기로 했다.

포레스트 힐링 '사색 1코스'(1.6㎞)를 걸었다. 사색 1코스는 5개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쉬운 길이다. 산책길은 그다지 깊지 않은 계곡을 따라 만들어졌다. 길 중간 강의장에서 수령 50년 된 잣나무 사이에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과 명상을 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추운데도 잠이 솔솔 쏟아진다.

새롭게 발견한 건 바로 '싱잉볼'이었다. 동으로 만든 싱잉볼을 두드려 진동을 만드는데 그 진동이 뇌파를 낮춰 몸을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싱잉볼 체험은 자리에 누워 이뤄진다.


불을 끄고 머리를 싱잉볼이 있는 쪽으로 대고 눕는다. 강보경 강사님이 싱잉볼을 울리면 차분하게 소리를 따라가면 된다. 그렇게 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잠시 생각하는 것을 멈추게 된다.

#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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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일정엔 식사 3끼가 포함됐다. 저당 저염식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입에 맞았다. 무엇보다 재료들이 신선해서 좋았다. 아침에 나오는 시리얼은 꼭 먹어야 한다. 특히 시리얼에 부어 먹는 우유가 정말 맛있다. 우유에 꿀과 배 등 각종 재료를 넣고 잘게 간 거라고 했다. 현미콩밥은 찹쌀이라도 넣은 건지 아주 차지고 맛있었다.

힐리언스 선마을 밥상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전식(과일 같은 후식) 먼저 먹기, 둘째, 한입에 30번씩 꼭꼭 씹어 먹기, 셋째, 최소 30분 이상 천천히 먹기다. 식당에 가면 테이블마다 먼저 과일을 내준다. 이걸 먹고 나서 음식을 퍼와 먹는다. 한입에 30번씩 씹는 건 처음엔 좀 어색하지만 하다 보면 적응이 된다. 가장 큰 난관은 최소 30분 이상 식사. 식사 시작 때 뒤집어놓은 모래시계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느릿느릿 식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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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대했던 건 바로 밤 시간이었다. 도시의 피로는 낮보다는 밤에 있으니까. 불 꺼진 밤은 그림처럼 고요하다. 먹통이 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까만 하늘을 바라보는데,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은 오롯이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엄청나게 역행한 듯한 낯선 밤도 똑같이 시간은 흘러갔다. 다음날 오전 7시에 알람을 맞췄는데 6시 50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대충 짐만 챙겨 나와 향한 곳은 바로 목욕탕 '자연세유 스파'. 코로나19 시국에 꼭 목욕탕을 가야겠냐마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최대한 사람들을 피해 가보기로 했다. 안내데스크에 물으니 이른 아침 시간이 가장 한가하다고 해서 이때를 노렸다.

7시 15분쯤 도착한 스파에는 아무도 없었다. 먼저 몸을 깨끗이 씻고 탄산탕에 몸을 담갔다가 온열탕에도 들어가고 조금 힘들다 싶으면 탕 옆 창문으로 가 차가운 바람을 쐬었다. 아무도 탐하지 않은 것 같은 새벽 공기가 맨몸에 와닿는 느낌이 새삼 상쾌했다.

목욕을 끝내고 아침을 먹고는 다시 언덕을 올라 객실에 왔다.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1시까지는 1시간 반 정도 남았다. 짐 정리를 끝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보다가 목이 아프면 테라스 밖 풍경에 잠시 넋을 잃다가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힐링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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