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허진의 문학 속 공간] 수종사에 올라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면…

입력 2020/11/23 04:01
수정 2020/11/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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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의 '양수리 가는 길'은 두물머리(양수리)에 가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동남아 오지로의 파견 근무를 앞두고 있다. 아내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그는 두물머리를 떠올린다.

남자는 대학교 3학년 때 속초로 가는 새벽 버스 안에서 두물머리의 물안개를 처음 보았다. 그 무렵 남자는 가두시위에 참여했다가 보름간 구류를 살았다. 새벽 첫차를 타고 도착한 속초에서 남자는 바다가 자기를 정화해주기를, 세상과 타협하려는 자신의 이기심을 지워주기를 바라며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10년쯤 흘러 남자는 동부지사로 가는 출장길에 다시금 두물머리를 지나간다. 그 당시 남자는 차를 사게 되면 가장 먼저 두물머리에 가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를 사고도 그는 소망하던 대로 두물머리에 가지 못했다.


더구나 남자는 이제 그 차를 아내에게 넘겨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아내는 남자에게 차를 달라고 요구하고, 자기가 차를 운전하게 되면 그 기념으로 두물머리에 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남자는 아내가 빼앗아간 차가 두물머리로 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에게 두물머리는 "연극처럼 꿈꿔온" 공간, 물안개처럼 아슴푸레한 기억 속의 공간이었을 뿐인지 모른다. '양수리 가는 길'에서 두물머리는 이렇게 묘사된다.

"아내의 말처럼 양수리에라도 가게 된다면 그 물안개의 분위기에 파묻혀 말할 수 있을까. 물안개를 모두 걷어버린 속살의 수면 같은 목소리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삶은 찬란하고 찬란한 만큼 절박한 것이라고 외칠 수 있을까. 그 절박함으로 당신을 사랑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인가……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자신이 결코 양수리에는 갈 수 없을 것임을 확신처럼 짐작하고 있었다.


아내가 그에게서 뺏어간 차는 결코 양수리로 달려가지 않을 것이며, 세상은 고요히 그를, 지도상에 양수리라는 지명이 적혀져 있지 않은 나라로 데려갈 것이다."

우리들 기억에도 이런 두물머리 같은 공간이 있을 것이다.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강물이 만나 두물머리라 불리는 그곳. 가려 했으나 매번 생각하거나 꿈꾸기만 하고, 정말 가지는 못했던 곳, 그러나 가고 싶었던 곳.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두물머리에 다녀오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두물머리는 남양주 수종사와 함께 돌아보는 것이 좋다. 수종사에서 두물머리를 조망할 수 있는데, 그 경치가 은은하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일출 명소이기도 한 수종사는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온 뒤, 1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산 아래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산을 오르는 방법과 절 입구까지 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길이 비좁고 경사가 가파르므로, 산 아래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것이 좋다. 운길산 등산과 수종사를 연계해 코스를 짤 수도 있다.

수종사에서 운길산 정상까지는 도보 30분 거리다. 수종사 경내에는 세조 때 심어 수령이 500년이 넘는다는 은행나무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도록 하자. 두물머리는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두물머리에서 파는 핫도그도 별미이니 먹어보면 좋다.

[허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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