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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괴로움은 결국 허상…모든 고통서 벗어날 수 있어"

허연 기자
입력 2021.01.14 17:05   수정 2021.01.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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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7만 유튜브 '목탁소리' 운영 법상스님

"수천년 진리가
문명 만난 건 행운"
'도표로 읽는
불교 교리' 펴내
"망상 걷어내면
깨달음 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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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삶의 철학입니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괴로움 원인을 깨닫고 해결하는 것이 불교 교리라고 할 수 있죠. 무승자박(無繩自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도 나를 묶지 않았는데 스스로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 묶임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선물하는 게 불교입니다."

인터넷 마음공부 유튜브 채널 '목탁소리'로 유명한 법상스님(45·부산 대원정사 주지)은 "모든 괴로움은 반드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괴로움은 결국 스스로가 만든 허상이기 때문이다. 7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스님은 기술문명 시대를 '큰 행운'이라고 표현한다.


"유튜브만 생각해도 그래요. 수천 년 된 진리가 첨단 기술문명을 만나 전 세계인에게 전파되는 길이 열렸잖아요. 옛날 불교는 스승과 제자 간에 전해지는 비밀스러운 가르침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열린 시대예요. 진리도 함께 열린거죠. 격식이 파괴된 겁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를 공부하다 뒤늦게 출가한 스님은 긴 시간 깨달음의 길을 찾아 헤매면서 많은 절망을 경험했다. "동서고금의 영성을 찾아 헤맸지만 답은 없었어요. 결국 돌고 돌아 초기 불교와 선불교로 돌아왔어요.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더군요. 깨달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높이 올려놓고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20년 동안 군부대에서 군승(軍僧)으로 있었어요.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가까이 상대하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때 대중 눈높이에서 말과 행동을 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그 경험이 유튜브를 운영하는 자양분이 됐습니다. "

스님은 최근 '도표로 읽는 불교 교리'(민족사 펴냄)라는 책을 냈다. 고답적이고 어렵게 느껴지기 십상인 불교 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어떻게 하면 마음공부를 보다 쉽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오래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현대인들이 도표로 정리된 지식을 선호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

발상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스님은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하고,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책을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줄이고 줄여 꼭 필요한 부분만을 담기 위해 초기 원고의 3분의 2를 포기해야 했다. "책을 읽으면서 '지혜는 이미 내 자신 안에 있었구나'하고 느끼실 겁니다."

스님은 요즘 세태를 보며 새로운 종교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신뢰를 잃어가는 종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기득권이 됐음에도 청정한 척하는 종교를 대중은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스스로 권위와 기득권, 방편과 전통을 모두 내려놓고 종교 본연의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해요.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세상이 종교를 외면함으로써 종교를 일깨울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스스로 깨달아야죠."

스님은 수행법 사상 격식 불교문화까지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그것들이 흡사 불교의 본질인 것처럼 왜곡돼왔기 때문이다. "초기 불교는 방편에 사로잡히지 않는 가르침입니다.


'이것이 진리'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사실 인간의 근원은 지금 이대로 완전한 것이어서 무엇을 다시 채울 필요가 없어요. 스스로 만들어낸 허망한 망상만 걷어내면 됩니다."

스님은 법구경 한 구절을 들려준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100년을 사는 것보다, 바르게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스님은 '그 현실이 곧 진실'라는 말을 던진다. 제법실상(諸法實相)이라는 의미다. 우리에게 닥쳐온 이 시련 속에 진실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진실을 찾으면 오히려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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