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허진의 문학 속 공간] '삶의 터전' 청계천 거닐며 서울의 맨얼굴을 마주하다

입력 2021/02/22 04:01
수정 2021/02/2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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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로 어떤 일들을 계획하기가 어려워졌다. 문학 작품 속 공간을 소개하며 여행지를 안내하는 것도 지금 시기에는 조심스러울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지면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공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여행의 공간이기도 한 청계천을 다뤄보기로 한다.

청계천을 다룬 소설로는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잘 알려져 있다. 박태원은 청계천 근처인 경성부 다옥정 7 일대에서 태어났는데, 다옥정은 오늘날 서울 중구 다동에 해당한다.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이기도 한 박태원은 이상·이태준·정지용·김기림 등과 함께 구인회에서 활동했다.

'천변풍경'에서 천변은 청계천 주변을 의미한다.


1930년대를 사는 평범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그려낸 '천변풍경'은 제1절 '청계천 빨래터'부터 제50절 '천변풍경'까지 총 50개 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빨래터에서 청어값이 비싸다고 이웃들에게 하소연하는 여인네, 이발사가 되기를 꿈꾸는 소년, 고된 시집살이 끝에 친정으로 돌아온 새댁, 한약국 집 금슬 좋은 젊은 부부, 드난살이하는 여인,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군밤을 파는 청년, 포목전 주인, 카페 여급 등 1930년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 모습이 펼쳐진다.

오늘날에도 청계천과 그 주변은 서울 시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이다. 종로3가역 근처에는 가전제품·음향기기·영상기기 등을 파는 세운상가가 위치해 있고, 종로5가에는 빈대떡·육회·김밥·꽈배기 등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광장시장이 있다.


또 광장시장과 지근거리에 있는 방산시장에는 베이킹 용품을 파는 상점들과 도배·장판·타일 등을 취급하는 인테리어 가게가 있고, 동대문 근방에는 의류를 판매하는 청평화패션몰·동평화패션타운·신평화패션타운·평화시장이 있다. 입구에 물건을 쌓아둔 가게들, 어딘가로 향하던 오토바이가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 있는 모습은 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포목전 대신 패션몰과 패션타운이 들어섰고 여인들이 빨래하던 공간이 시민의 산책 장소로 변화했지만 청계천은 여전히 서울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다.

박태원은 '천변풍경'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었다. "입춘이 내일모레라서 그렇게 생각하여 그런지는 몰라도, 대낮의 햇살이 바로 따뜻한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코로나19가 물러가서 다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그리고 여행 또한 편안히 즐길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허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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