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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북스마트’ 인생이라는 실전서 마주한 책벌레들

입력 2021.02.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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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패기 넘치는 책벌레들이란. 영화 ‘북스마트(book-smart: 책으로 배운 지식이 많은)’는 죽어라 책만 팠는데, 열심히 놀던 다른 아이들이 명문대에 붙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들의 ‘인싸 되기 졸업 전야 파티’를 다룬다. 일탈마저 글로 배운 그녀들은 인생 최초로 실전에 맞닥뜨린다. 포맷은 코믹인데 메시지는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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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에 합격한 ‘에이미(케이틀린 디버)’와 ‘몰리(비니 펠드스타인)’는 대학과 스펙이 인생의 전부라 믿고 도서관에서만 산 ‘초’모범생이다. ‘규칙 빼면 시체’인 에이미는 졸업 후 아프리카 여성을 돕기 위한 봉사를 떠나려 하지만 정작 짝사랑 앞에 설 용기는 없다. 열심히 놀았던 친구들도 명문대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몰리는 졸업 하루 전 전설을 만들자며 에이미를 꼬드긴다. 그러나 공부벌레였던 두 사람에겐 졸업 파티 안내 문자가 오지 않고, 그녀들은 둘의 장기인 ‘탐구 정신’으로 그 위기를 타개한다.


MZ세대인 두 주인공은 조용하며 소극적인 전통적 의미의 모범생이 아니다. 파티 의상을 입은 서로에게 “숨을 못 쉴 정도로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며, 그간 놀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주눅드는 대신, “전설이 되도록 놀아보자”며 전열을 가다듬고, 친구가 자기 비하를 할 땐 뺨을 때려서라도 멈추게 한다. 그러나 소울메이트이자 인생 절친으로 서로의 모든 걸 안다고 생각했던 둘은 하룻밤 파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른 채 상처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몰리는 자신이 늘 결정하고 그 결정만 따라오는 듯 했던 에이미가 때론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뚝심의 소유자란 걸 알게 되고, 자신의 성격이 지닌 양면성의 위험도 깨닫는다.

소울메이트와의 다툼과 연대, 정체성에 대한 고민, 짝사랑과 인간관계, 첫경험 등 청춘을 장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흔한 클리셰나 화장실 유머 없이 통통 튀며 빛을 발한다. 영화엔 100% 악당도 없고, 진지하게 설교하는 해설자도 없으며, 미운 오리 새끼에서 급하게 파티 퀸으로 변신하는 신데렐라 설정도 없다.


한마디로 클리셰가 없다. 성소수자 10대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그녀들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성장을 뿌듯하게 지켜보는 부모가 있으며, ‘인싸’로 불린 친구들이 지닌 그늘과 고민이 등장하고, 그 과정에서 여자들의 우정이 관계의 이면을 비추는 바로미터로 등장한다. 미드 ‘하우스’로 유명한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는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 ‘북스마트’를 귀엽고 패기 넘치는 사랑스러운 코믹물로 완성시켰다. 10주간 합숙을 하며 함께 먹고 잔 두 주인공 비니 펠드스타인과 케이틀린 디버는 실제 절친인 듯한 환상의 티키타카로 장면마다 극사실주의 찐친 케미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극중 말투 역시 10대인 배우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와 말투로 수정됐다. ‘그녀’와 ‘레이디버드’ 제작진이 보여준, 관계와 감정에 대한 성찰, ‘허슬러’와 ‘나를 사랑한 스파이’ 제작진이 여성의 우정에 초점을 맞춘 독창적인 코미디가 여태껏 본 적 없는 케미를 탄생시켰다.


그 히어로는 단연 비니 펠드스타인. ‘레이디 버드 주인공 시얼샤 로넌의 절친 ‘줄리’로 등장했던 그녀는 온몸으로 뿜어내는 유쾌하고 맛깔 나는 코믹 에너지를 ‘북스마트’에서 그야말로 200% 폭발시킨다. 케이틀린 디버는 유약한 듯 강단 있는 10대 성소수자 역을 현실감 있게 소화해낸다. 은밀한 이중생활을 선보이는 ‘브라운 교장’ 역의 제이슨 서디키스, 인싸가 되고 싶은 ‘아싸’, 눈치 제로 영앤 리치 ‘제러드’(스타일러 거손도) 등 입체적인 조연도 주인공을 빛낸다. 요즘 핫한 리조(Lizzo)가 참여한 OST, 학교와 파티 장소 등 리얼함을 더한 공간과 패션의 미장센 역시 볼거리. 우울할 때 보면 러닝타임 102분 내내 몇 번이나 웃음을 터뜨리게 될 영화다.

[글 최재민 사진 콘텐츠판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7호 (21.0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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