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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동물학대 판례평석』 발간-‘있어야 할 법’을 논하다

입력 2021.02.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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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지 30년 되었다. 이에 즈음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동변)’이 주요 동물 학대 사건을 되짚어 보는 『동물학대 판례평석』을 발간했다. 판결문 1200건을 분석해 학대 유형, 법률적 쟁점, 한계 등 의미가 있는 사건 27개를 선정하고 평석 작업했다. 우리나라의 동물 보호법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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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동물 학대와 관련해 최초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무엇일까? 2019년 경의선 고양이 ‘자두’ 사건이 다. 학대 당사자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동물 보호법이 시행된 지 무려 28년 만에 내려진 첫 실형 사례다. 그러면 그간 일어난 동물 학대 사건 사고는 이보다 가벼워서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던 걸까. 지금까지 동물 학대 사건은 아무리 잔혹하거나 많은 동물을 죽여도 처벌이라고 해 봐야 벌금형이나 집행 유예가 대부분이었다. 차마 입에도 올리기도 끔찍한 범죄들이 기억에서 쉬 잊히고, 도처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동물 보호법 위반으로 1심에서 선고받은 사람은 304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벌금형이고 실형 선고는 10명에 불과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동물 학대 사건은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9%가 ‘동물 학대자 처벌과 동물 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 덕에 동물 보호법은 개정을 거듭하며 진일보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학대 행위를 보다 세분화·구체화하고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그쳤던 처벌 수위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다. 동물 학대 범위를 확대한 점도 그렇다. 가령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 행위도 양형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자두’ 사건에서 판사는 양형 이유 중 하나로 피고인이 자두를 도살할 당시 범행을 목격한 고양이가 충격을 받아 사람들을 피하고 구석에서 숨어 지낸다는 사실을 명시했다고 한다.

『동물학대 판례평석』은 이 같은 동물 학대 사건 27개를 선정해 각 사건마다 [사건 개요-적용 법조-법원의 판단-검토-결론] 형식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 우리가 익히 아는 자두 사건부터 천안 펫숍 방치 치사 사건, 유튜버 동물 학대 및 학대 영상 전시 사건,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시켜 도살한 사건 등이 다루어진다. 자료집은 불기소 처분된 사건과 동물 학대 행위가 분명함에도 학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사건까지 분석 범위를 넓혔다. 가령 강원도 화천군은 ‘산천어 축제’의 핵심인 ‘산천어 체험’을 위해 축제 전 일주일간 사료를 급여하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서 죽임을 당하게 해 동물 학대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춘천지방검찰청은 식용 목적의 어류는 동물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점, 지역 발전을 위한 행사로 상규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대해 평석은 식용 가능한 것과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의 구분, 동물 이용 축제의 해외 동향 등을 검토하고, 기타 생태계 파괴와 교란 행위 등을 고려해 “산천어들은 동물 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동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며, 동물 보호법 시행령에서 ‘식용’을 제외한다는 단서 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린다. 또한 살해나 신체적 상해뿐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학대 유형, 야생동물과 실험 동물 등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례들도 되짚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작업은 ‘있는 법’에 대한 해석에 멈추지 않고, ‘있어야 할 법’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동물 보호법의 그물은 점점 조밀해지고 처벌 규정도 강화되었지만 동물 학대는 여전히 혹은 더 빈번하고 잔혹하게 계속된다. 갈 길이 멀지만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동물학대 판례평석』은 동물자유연대 누리집에서 PDF로 다운받을 수 있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맘) 사진 픽사베이, 동물자유연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7호 (21.0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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