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문화

지하철로 떠나는 시간여행-100년 전 흔적 깃든 배다리

입력 2021.02.23 15:28  
  • 공유
  • 글자크기
인천 배다리는 경인철도가 생기기 전까지 배가 들어 왔던 갯골 포구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쇄락한 인천의 원도심이지만 도도한 근대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지금은 정중동의 기세로 개발시대와 맞서고 있지만 기진맥진하다. 너무 낡지도 세련되지도 않지만 보면 볼수록 정감 가는 옛 도시의 매력을 이러다 영영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배다리를 한번 찾아가 보자.

▶아벨서점 & 나비날다 책방

이미지 크게보기
배다리는 서울 청계천, 부산의 보수동과 함께 전국 3대 헌책방 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가수 송창식은 어린 시절 이곳에서 음악책을 사 독학으로 음악을 배웠다고 전해진다. 지금 배다리 책방 거리는 몹시 노회한 풍경이다. ‘헌책방’이라는 문화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쓸쓸해진 모습이지만, 과거의 빛나는 유산을 이어가려는 노력들은 아직 유효하다. 드라마 ‘도깨비’와 영화 ‘극한직업’의 배경이 된 후 젊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아직 남아있는 헌책방들의 역사와 의미를 찬찬히 살펴보면 감성 핫플 이상의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1973년에 처음 문을 연 아벨서점은 배다리 책방 거리의 중심. 서점 옆에 따로 전시관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가끔씩 시 낭송회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갖는 곳이다. 책방 거리 초입에 있는 나비날다 책방은 북카페와 배다리 마을 안내소를 겸하는 재미있는 헌 책방으로 사람과 공간을 잇는 문화 창작 실험실 역할을 한다. 고양이가 손님을 맞는 책방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주요 배경이 되었던 한미서점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으로 알려진 집현전도 둘러볼 만하다.

위치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로 18-10

▶인천문화양조장

이미지 크게보기
인천을 대표하는 막걸리는 소성주다. 1927년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그 술을 빚어내던 양조장 건물이 문화공간으로 바뀐 건 10여 년이 넘었다. 오래된 양조장 건물을 대안적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던 스페이스빔은 인천의 역사와 인문학적 정체성을 지키는 거점 공간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 공간이 지금은 인천문화양조장이라는 좀 더 크고 확실한 정체성을 지닌 공간으로 변모했다. 스페이스빔이 주도하던 문화 행동의 폭을 좀 더 넓혔다고 하면 될까. 아무튼 지금 이 공간에는 스페이스빔을 비롯한 출판, 영화, 독립서점 등 문화 관련 단체들이 입주해 인천과 배다리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고 펼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잠시 멈춘 듯, 조용해 보이지만 공간은 건재하고 기획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배다리를 찾는 여행객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공간이다. 특히 건물 2층에 자리한 독립서점 커넥더닷츠는 꼭 한번 방문해보길 권한다. 책방 주인이 직접 고른 특별한 주제의 책들이 눈길을 끌고, 빈티지와 낭만이 공존하는 공간은 바라만 봐도 멋스럽다. 마치 잘 꾸며진 서재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이다.

위치 인천광역시 동구 서해대로513번길 15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

이미지 크게보기
몇 년 전, 백영규라는 가수가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을 만큼 ‘인천’과 ‘성냥공장’은 단짝처럼 이어진 이미지다. 우리나라에 성냥 공장이 처음 들어선 것은 1917년. 인천 배다리에 세워진 조선인촌주식회사가 그것이다. 한때 이 공장에는 800여 명의 직공이 있었고 연간 7만 상자의 성냥을 만들어냈단다. 게다가 이 성냥공장이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이기도 했다니 성냥 하면 인천을 떠올릴 만하다. 2019년 조선인촌주식회사 자리에 문을 연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은 우리나라 성냥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이다.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에 성냥이 들어온 시점부터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현재까지의 역사는 물론 성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각종 자료와 영상으로 소개해준다. 그리고 최초의 성냥부터 일제 강점기 시대의 성냥과 그 이후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던 갖가지 모양의 성냥을 전시하고 있다. 위치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로 19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7호 (21.02.23)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