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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런 전성기는 언제든 환영합니다···중후한 존재감 넘치는 여배우들

이승연 기자
입력 2021.02.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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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각종 기사를 통해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기사가 쏟아질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주연 자리를 지켜오면서도 빛을 잃지 않는 카리스마와, 연기력은 단연 그녀들의 무기다. 그들에게 황금기, 전성기란 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이들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드라마, 영화, 연극 무대 등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여배우들. 지금 이 전성기가 ‘한 순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무르익은 중후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Actor#1 염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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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과 철’ 스틸컷 , ‘아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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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긴 보험금을 노리는 이모(‘도깨비’), 연하 남편의 철 없는 행동에도 자존심과 도도함으로 무장한 변호사(‘동백꽃 필 무렵’), 아픈 딸을 보내야 했던 엄마(‘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변신을 거듭해온 염혜란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선보이며 그야말로 ‘대세’ 반열에 올라섰다. OCN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화제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카운터의 리더 추매옥 역을 맡은 그녀는 빨간 트레이닝 복을 입고 액션은 물론, 카운터를 이끄는 리더십, 틈틈이 터뜨리는 유머 감각, 모성애 깊은 엄마로서의 서사까지 완벽히 보여주며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가 하면, 놀라운 캐릭터 해석력을 드러냈다.

그녀의 행보는 스크린으로도 이어진다.


2월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서도, 각기 다른 세 편의 영화에서 염혜란의 매력을 고루 만나볼 수 있다. ‘새해전야’(감독 홍지영, 2월10일 개봉)에서는 하나뿐인 남동생 용찬(이동휘)의 국제결혼에 심란한 누나 용미로, ‘아이’(감독 김현탁, 2월10일 개봉)에서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동료 미자로 분했다. ‘새해전야’는 새해를 앞두고 각기 다른 두려움을 극복하는 네 커플의 로매틱한 일주일을 그린 영화로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아이’는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아이가 초보 엄마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를 그린 영화로, 두 작품에서 염혜란은 각기 다른 매력의 인물이지만 새해 극장가에 온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그에 이어서 주목해볼 작품은 주연작 ‘빛과 철’(감독 배종대, 2월18일 개봉)이다.


영화는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히게 된 두 여자와 그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았다. 메인 포스터 속 느껴지는 서늘한 분위기와 존재감은 무엇일까. 극 중 염혜란은 사고 후 의식불명이 된 남편과 남은 딸을 위해 고단한 삶을 살지만, 그 속에 말 못 할 사정을 품은 ‘영남’ 역을 맡았다. ‘희주’ 역의 김시은과 영남의 딸 ‘은영’ 역의 박지후, 세 사람은 진실을 둘러싸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빛과 철’은 염혜란에게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배우상을 안기며 그야말로 ‘염혜란 전성시대’를 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옷을 입던 섬세한 감정연기로 극의 흥행을 이끈 그녀는 올해 역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Actor#2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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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1988’ ‘동백꽃 필 무렵’ 속 김선영(사진 tvN, KBS2), 영화 ‘세자매’ 포스터, 스틸컷 장르와 캐릭터를 막론하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극에 생동감을 더해 관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배우 김선영이 공감대 넘치는 스토리로 돌아온다. ‘응답하라 1988’의 선영, ‘동백꽃 필 무렵’의 찬숙, ‘사랑의 불시착’ 월숙 등의 캐릭터는 매번 같은 사람이 연기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연기, 의상, 말투, 디테일한 요소 등이 상당히 다르게 느껴진다.


그 결과, 김선영은 지난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조연상), ‘꼰대인턴’(MBC 연기대상 여자조연상), ‘오! 삼광빌라’(KBS 연기대상 조연상)까지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녀가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연극에서 영화, 드라마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이어오며 구축해나간 묵직한 존재감과 경험치일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그녀의 모습을 주목해볼 작품은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 1월27일 개봉)다. ‘세자매’는 김선영, 문소리, 장윤주라는 세 배우의 조합과 공감 가는 일상 속 이야기를 소재로, 개봉주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며(1일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수 4만2302명)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극 중 김선영은 항상 “미안하다” “괜찮다”라는 말로 아픔을 속으로 삼키며, 버릇 없는 딸과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에게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희숙 역할을 맡았다.


세 자매 중에서도 첫째 희숙은 버거울 정도로 삶의 고충을 혼자서 짊어지는 인물. 그만큼 감정의 폭이 끝없이 치닫는다. 영화 ‘세자매’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배우 문소리가 ‘희숙’ 역으로 김선영을 추천하며 함께 하게 됐고, 영화 ‘베테랑’ 이후 배우로 돌아온 장윤주가 합류하며 세 사람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새해 ‘희숙’의 가면 외에 또 다른 밝고 통통 튀는 김선영 특유의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다면, ‘오! 삼광빌라’(KBS2)에서 사랑꾼 만정의 모습을 찾아보자.

▶Actor#3 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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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 포스터, 스틸컷(사진 seezen, 백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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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무대 장면(사진 정동극장) 시작은 SNS에서 회자된 한 게시글이었다. ‘큰엄마가 우리 엄마랑 작은 엄마랑 사촌언니, 동생들 해서 여자 가족들한테 읍내 장 보러 가자고 봉고차에 태우더니 지금 고속도로 달리심ㅋㅋㅋㅋㅋㅋ 우리 강릉간다ㅋㅋㅋㅋㅋㅋ’ 명절을 앞둔 며느리, 딸들의 반란?! 큰엄마의 결의 가득한 얼굴이 상상이 가는가. 결국 이 문장 하나로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감독 백승환, 1월21일 개봉)가 탄생했다. 가부장적 문화를 이어가는 유씨네 명절. 며느리와 딸들은 부엌에서 제사 음식에 치이던 중, 뒤집개 대신 봉고차 열쇠를 집어든 큰 며느리가 남편 몰래 며느리들을 하나둘 차에 태워 탈출하는 에피소드를 담은 로드무비다.


극 중 (봉고) 키를 쥔 인물이자, 명절 대 반란을 일으킨 인물 큰엄마 ‘이영희’역은 배우 정영주가 맡았다. ‘며느리 혁명’ ‘시월드 탈출’이란 말을 이렇게 시원하게 표현하는 인물이 있을까. 백승환 감독이 한 인터뷰를 통해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 기획을 접했을 때부터 큰엄마 역할로 대한민국에 정영주 이외의 배우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출처 매거진 『PAX』)고 밝혔을 정도다.

며느리 혁명의 선두에 이어 정영주가 첫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18명의 여배우들과 무대를 이끈다.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통해서다.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가. 남편 안토니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상을 치르고 집에 돌아온 알바는 남편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그녀의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그 속에서 그녀와 가족들은 몇 가지 사건을 거치고 각자 움트는 본능과 깨어나는 욕망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극은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무거운 적막 속 인물들의 뜨거운 감정을 강렬한 퍼포먼스로 표현하며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3년 만에 귀환하는 이번 작품에서 정영주는 출연과 함께 직접 프로듀서 역할을 맡아 무대 안팎을 책임진다. 정영주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처절하게 극적이고 슬프게 관능적인 작품이다”라며 이 작품의 매력을 소개했다. “이 작품은 10명의 여자 배우들만 출연하는 공연으로(총 18인의 여배우 캐스팅)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흔치 않은 시도를 하고 있다. 10명의 여자 배우를 모으는 건 어렵지 않지만, 10명의 여자 배우만 나오는 공연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3월14일까지 정동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스틸러 그들을 주목하라

▶Actor#4, 5 김영선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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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 출연한 배우 김영선(사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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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에서 편의점 주인 부부 역할을 연기한 우현(중앙)과, 김현(오른쪽) (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 공식 영상 갈무리), ‘스위트홈’ 배우 김현 스틸컷(사진 넷플릭스 스위트홈 장면 갈무리)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가장 익숙한 명대사를 꼽으라면 “살아있네~”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는 유행어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극 중 최익현(최민식)이 여동생의 결혼을 위해 결혼 자금을 내놓자, 못마땅한 아내의 조용히 한마디.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어디 오빠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이 짧은 대사 한 마디가 SNS를 강타했다.


지난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부산세관 조사관 편에서 성대모사 장면이 예상치 못한 ‘밈’을 일으킨 것. 이후 ‘유퀴즈’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명이 ‘난리났네 난리났어’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난리났네 난리났어’의 원조 배우, 김영선을 주목해보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으로 단연 ‘유퀴즈’를 꼽을 정도로 갑작스런 유행의 중심에 섰다. “올 초 후배가 그 말이 유행어가 됐다고 하더라.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에게도 물어봤다. 모른다더라. 유행이 아닌가 보다 했다.


”(김영선) 연기 경력 27년 차 배우로서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의 처, ‘추격자’ 하정우의 누나, ‘응답하라 1994’ 정우의 엄마 등 주인공의 가족 역할로 익숙했지만, 갑작스런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극 곳곳에서 존재감을 피워온 김영선의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극은 탄탄한 원작과 퀄리티 높은 연출, 놀라운 CG, 캐릭터별로 높은 입체감을 살린 것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슈퍼 아줌마 ‘안선영’ 역으로 등장한 배우 김현이 ‘신스틸러’로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위트홈’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와는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두 번째 호흡으로, 극 중에서 그녀는 남편의 가정 폭력을 견뎌온 유약한 인물로 등장한다. 겁 많아 보이지만, 선영은 폭력과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 점차 변해가는 인물이다. 남편이 변이(괴물화)하자 그녀는 일행의 앞에 서서 담담하게 말한다. “제 남편이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정신차리라고!”를 외치며 자신을 억압해오던 남편의 마지막을 직접 떠나 보낸 선영. 김현은 특유의 차분한 말투와 분위기로 극에 스며든다. 그 속에서 남편에게 억압당해온 유약한 인물에서,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주며 마지막 변이해가는 모습까지, 자신의 서사를 완성시켰다.


김현은 드라마 ‘오월의 청춘’(KBS2)으로 차기작 소식을 전하며, 오는 상반기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OCN, tvN, KBS, 시즌, 각 영화사, 정동극장, 넷플릭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7호 (21.0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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