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부산 맥주투어] 女心저격 코젤다크·사나이맛 사우어…부산엔 다 있다

권오균 기자
입력 2021/03/16 04:01
떠나요, 부산으로 맥주투어

체코 스타일의 황금빛 라거
따르는 방식 따라 세가지 맛

치맥 이전에 오킴스의 '버맥'
부시 訪韓에 맞춰 특별제작한
프레지던트 버거&기네스맥주

국내 첫 사우어맥주 전문점
에일도 라거도 아닌 '설레임'
시큼·톡쏘는 첫맛 파도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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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몽크

봄이 오면 꽃들이 피어난다. 덩달아 움츠렸던 몸을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애주가들 사이에서 불러내는 인사말도 봄에는 달라진다. "소주 한잔 하자" 대신에 "맥주 한잔 마시자"는 말이 오간다. 코로나19 때문에 '방콕'으로 지친 몸에 한 모금 양식은 허락해야 하지 않겠는가. 포근한 부산에는 시원한 바닷바람만큼이나 청량한 맥주가 있다.

◆ 체코 스타일로 마시는 체코 맥주


광안리 야경은 해수욕장과 불 밝힌 광안대교가 수평선으로 어우러진 풍경이 압권이다. 봄바람 불어오니 창문을 활짝 열고 맥주를 홀짝거릴 수 있다. 게다가 황금빛 라거맥주의 원조로 불리는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과 함께다. 체코 플젠 지역의 연수와 귀족 홉이라 불리는 사츠홉으로 뽑아낸 맥주가 케그째 날아와 생맥주로 맛볼 수 있다. 필스너 우르켈은 캔이나 병맥주로는 하나이지만 생맥주로는 따르는 방식에 따라 세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한국 생맥주보다 두툼한 거품이 풍미를 짙게 한다. 우선 '할라딘카'는 45도 정도 기울여 세 손마디 정도 높이의 거품을 만든다. '슈니츠'는 거품을 마지막에 채우는 크리스피와 달리 거품을 먼저 만들고 거품 아래 맥주를 따르는 형식이다. '밀코'는 맥주로 만들어진 거품만 가득하다. 밀코 맥주는 도대체 왜 먹는 것일까. 미카엘 프로하스카 체코관광청 한국지사장은 한국으로 치면 팥빙수 먹듯이 무더운 날 더위 사냥 용도로 즐기는 맥주라고 귀띔하면서 "치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즐긴다"라고 농담을 했다. 해피몽크 펍에서 밀코를 찾는 이들이 왕왕 있다고 한다.


주로 체코 여행 때 기억을 소환하고 싶어하는 이들이란다. 필스너 우르켈의 안주는 어떤 맥주와도 잘 어울리는 치킨과 감자튀김 종류가 무난하다.

필스너 우르켈만큼 유명한 체코 맥주는 흑맥주 코젤 다크다. 남포동에 누에보는 코젤 다크로 네 종류의 맥주를 선보인다.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 다크를 반반씩 섞어 밑부분은 노랗고 윗부분은 검은 믹스비어가 있다. 체코말로는 줴자네이다. 체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 한국 첫 아이리시 펍에서 버맥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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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킴스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동백섬에 꽃이 피었다. 꽃구경도 하고, 포근한 날씨와 브런치를 즐길 맥주맛집이 있다. 1989년 문을 연 대한민국 최초의 아이리시 펍인 오킴스다. 웨스틴 조선 부산 호텔에 있는 오킴스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오씨와 한국 대표 성씨인 김씨를 합쳐 상호를 정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도 즐겨 찾았다. 부산에서 인기를 끌자 서울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에도 분점을 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없다.

오킴스는 한국 첫 아이리시 펍답게 발 빠르게 버맥(버거+맥주) 문화를 선도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유명 배우나 해외 명사들이 자주 찾는 신세계조선호텔 부산의 스위트룸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리모델링한 후에 처음 묵었다. 때는 부산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린 2005년이었다. 그때 부시 스타일에 맞춰 오킴스 펍에서 특별히 버거를 제작했다. 사실상 부시 버거인데, 이름을 메뉴로 쓸 수 없어 프레지던트 버거로 명명됐다. 지금도 그 버거와 기네스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가 남아 있다. 하윤경 웨스틴 조선 부산 호텔 매니저는 "치맥, 피맥이 유행하기 전인 2005년에 오킴스의 버맥이 있었다"고 자부했다. 태초에 '버맥의 선구자'가 오킴스에 있었던 셈이다.

술맛도 훌륭하지만, 해운대의 풍경도 예술이다. 가까이 백사장부터 쭉쭉 늘어선 호텔가의 스카이라인과 바다와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붐비는 저녁 시간을 피해 브런치나 낮 시간에 느긋하게 즐기기도 괜찮다. 호텔 앞마당처럼 붙어 있는 동백섬 산책길은 식후에 걷기 딱 좋다. 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고 거리도 부담스럽지 않다.

◆ 부산의 거친 파도 닮은 사우어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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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웨이브

부산에 왔으니 부산의 맛을 빼면 섭섭하다. 부산의 시원시원함을 담은 맥주는 부산 토박이들이 사람 많은 해운대나 광안리를 피해 찾는 송정에 있다.


거친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의 보듬자리이자, 어촌 같은 풍경을 간직한 해변이다. 송정역 인근 와일드 웨이브 브루어리는 어떻게 알았는지 맥주 '덕후'들이 성지 순례하듯이 찾는 명소다. 한국에서 최초로 사우어 맥주 전문점을 표방하며 2015년 개점했다. 김관열 와일드웨이브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사우어 맥주는 에일도 라거도 아닌 '제3의 맥주'다. 대표 맥주 '설레임'은 2년 연속 한국크래프트 맥주 대상을 수상했다. 셀레임은 시큼하고 톡 쏘는 첫맛으로 거친 파도를 연상케 하다가 개운하고 깔끔한 끝맛이 잔잔하게 잔상처럼 남는다. 한번 마셔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다. 이런 신기한 맥주는 왜 만든 것인가.

김 대표는 "마치 와인의 세계에 빠지듯이 맥주의 세계도 다양한데, 그중에 대표적인 맥주가 사우어"라며 계기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군 중위로 전역 후 서울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에서 일하다가 독일에서 맥주를 배우고 고향 부산에 돌아왔다.

최근 선보인 다크 더스트는 부산 지역 대표 막걸리인 금정산성막걸리의 누룩을 재료로 사용했다. 참고로 금정산성막걸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에서 군수사령관으로 근무할 때 자주 찾았던 막걸리다. 금정산성막걸리도 새콤새콤한 막걸리인지라 사우어 맥주와 조합이 썩 잘 어울렸다.

이 외에도 와일드 웨이브는 '서핑 하이'를 비롯해 총 16종류의 개성 넘치는 맥주 라인업을 갖췄다. 얼마 전 2호점인 광안리지점은 임대료 문제로 철수했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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