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걷다보면 힐링" 한달 걸리는 425km 올레길 완주자 78% 늘어

입력 2021/04/02 17:36
수정 2021/04/02 20:14
해안길·산길 코스마다 볼거리
코로나에 '언택트 관광지' 부상
◆ 뉴노멀 제주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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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7번길인 도두봉을 걷고 있는 관광객들.

지난달 23일 제주공항 근처인 도두봉 정상. 제주올레 17번길 중 사진 찍기 최고의 '명당' 자리가 있다. 이 포토존은 초콜릿 모양을 닮았다고 해 '키세스존'이라 불린다. 벚꽃이 만개한 길 사이에 서면 뒷배경은 푸른 바다가 된다. 관광객 수십 명이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키세스존에서 사진을 찍은 김혜영 씨(27·부산)는 정상에 서서 비상하는 비행기를 가리키는 모습을 남자 친구가 휴대전화에 담았다. 김씨는 "취업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다. 일주일 코스로 제주올레길을 걷기 위해 부산에서 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박종호 씨(48)도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제주올레길을 택했다. 서울에서는 가족끼리 식당에 가는 것조차 꺼렸다. 너무 상쾌하고 가족들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백유미 제주올레 홍보마케팅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특징적인 것이 소수로 방문해 오랫동안 걷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제주올레가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코로나19가 발병한 지난해 완주자가 크게 늘었다.

제주올레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올레길 26코스(총길이 425㎞)를 모두 완주한 여행객은 27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624명에 비해 71%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완주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539명으로 2019년(268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제주올레길을 한꺼번에 걷기 위해서는 한 달은 족히 필요하다. 완주자 문세움 씨(30)는 세계 여행 대신 제주올레길 완주를 택했다.


문씨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기 위해 퇴사했지만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그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면서 "덕분에 제주올레길 완주라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올레가 20·30대 완주자에게 동기를 물었더니 '도전 후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가 64.3%(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제주 여행 즐거움'(55.7%), '자아성찰과 사색'(49.6%)이 뒤를 이었다.

호텔에서 일하다 코로나19로 그만둔 최숙경 씨(25)는 "예기치 못한 시간이 생겨 제주올레길을 걸었고 마음의 안정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제주올레길을 걸으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었다'(90.4%·복수 응답), '몰랐던 제주를 잘 알게 됐다'(73.9%)는 점이 주로 꼽혔다.

또 10명 중 6명은 '힐링과 사색의 시간'(66.1%), '도전을 통한 성취감을 맛보는 시간'(60.9%)이었다고 답했다.

[제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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