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싸도 프라이빗…해외 막히자 제주풀빌라 '불티'

입력 2021/04/02 17:36
수정 2021/04/02 21:22
코로나 1년 제주관광 '양극화'

신혼부부·2030 '밀물'
허니문여행지로 제2 전성기
'비싸도 프라이빗' 풀빌라 불티
호텔 한달살이도 꾸준히 인기

유커 등 외국인 '썰물'
관광객 들썩이던 쇼핑가 한산
시내면세점 철수, 상가 임대중
카지노 수익도 60%이상 줄어
◆ 뉴노멀 제주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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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자 제주도가 국내 최고 럭셔리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제주 관광을 마친 방문객들이 돌아오는 편 발권을 위해 제주공항에서 줄을 서고 있다. [박진주 기자]

제주시 노형동에 우뚝 솟은 2개의 쌍둥이 타워. 지난해 말 문을 열면서 여행족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드림타워다. 제주권 호텔로는 고가인 30만원 후반대 방 1만개를 최근 홈쇼핑에 공개했는데 1시간 만에 완판됐다.

한미선 롯데관광개발 홍보팀 과장은 "주방도 개방 형태로 완전히 공개돼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다"며 "비싸도 사적이면서 개인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다면 사람이 몰린다. 코로나19 시대가 만든 새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고급 여행의 핫스폿으로 떠올랐다. 가격 불문이며, 안전이 보장되고 비대면인 곳으로 일단 가고 보는 '코로나19 여행 뉴노멀'의 최대 수혜지가 된 셈이다. 제주 중문의 호텔 터줏대감인 호텔신라에는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예약 기준이 생겨났다.


20만원대 초반의 일반 방보다 먼저 예약이 마감되는 것은 놀랍게도 하룻밤에 100만원대인 코너 스위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라면 성수기에나 겨우 찼을 법한 이 방, 요즘은 3개월 전에 예약해야 그나마 방을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서일호 호텔신라 홍보총괄 부장은 "딱 10개밖에 없는 희소가치도 있지만 비싸도 사적인 분위기에서 즐기겠다는 호캉스족 수요가 반영된 것 같다"며 "신혼여행 패키지로 묶어도 이 방이 가장 먼저 나간다"고 귀띔했다.

호텔을 찾는 호캉스족의 구성도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제로 상태였던 신혼여행족 비중은 신라, 롯데 등 중문 지역 호텔의 경우 20~30%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자녀 동반 가족 고객이 전체의 70~80%를 차지했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신혼여행족을 포함해 2030 밀레니얼 세대의 방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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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호텔 한 달 살이'도 새로운 흐름이다.

제주 신라스테이가 작년 말부터 선보인 신라스테이 한 달 살기 패키지는 지난 2월 말까지 300개가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김대관 문화관광연구원장은 "코로나19 여행의 새 기준 핵심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비롯된 사생활 보호와 안전"이라며 "알뜰·초저가 위주의 숙박 추세도 코로나19 시대에는 독채형 빌라나 풀빌라, 특급호텔의 스위트룸 같은 고급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성은 야놀자 숙박마케팅 팀장은 "코로나19로 개인화된 공간에서 즐기는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440개 독채 풀빌라 전문관을 열었는데 단 1주일 만에 제주도 독채 빌라들이 인기 순위 상단을 대거 점령했다"고 말했다. 숙박 스타트업 온다에 따르면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20만원대 초반에 불과했던 제주 내 고급형 풀빌라 1박당 가격은 코로나19 시대를 기점으로 30만원대 초반까지 35.4% 치솟으며 작년 전국 방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신혼여행 커플이 즐겨 찾는 유명한 빌라는 성수기 1박 가격이 70만원을 훌쩍 넘고 최고급형 빌라는 1박 가격이 200만원대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5월 초 어린이날과 맞물린 연휴나 주말에는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부석현 제주관광협회 기획부장은 "하늘길이 제한되면서 제주가 제2의 신혼여행지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가격대를 불문하고 안전한 비대면 숙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코로나19 시대의 숙박 기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던 곳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2월 4일 제주지역 무사증 입국 제도를 중단한 여파가 컸다. 외국인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 카지노 등 관련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제주관광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21만명으로 2019년 173만명보다 87% 줄었다. 2011년 중국 바오젠그룹 직원 1만1000명이 방문해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밤 9시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술집과 노래방, 편의점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상가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해오던 곳이다. 근처 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이곳을 찾는 손님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다"면서 "몇몇 상가들은 임대를 붙여놓고 세입자를 찾고 있지만 문의가 거의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던 시내면세점은 철수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영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지난해 4월 제주신화월드 내 JTO면세점의 문을 닫았다. 제주의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평균 500~700명이 이곳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100명도 안 된다"면서 "이에 따라 일부 브랜드 면세점 영업을 중단하고 직원을 다른 지역 매장에 파견을 보낼 정도"라고 말했다.

도내 8개 카지노가 올린 수익도 60% 넘게 줄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지역 경기가 크게 위축됐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제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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