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tylife 제773호 (21.04.06) BOOK

입력 2021/04/06 16:49
▶지브리의 성공 비결은 천재들의 협업 『지브리의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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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도시오 지음 /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펴냄

“이탈리아의 군용정찰기 중에 지브리라는 게 있거든. 스튜디오 지브리로 하고 싶어.” 미야자키 하야오는 ‘gibli’라고 알파벳으로 써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외국어를 잘하는 다카하타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봐, 정확한 발음은 기블리 아닌가?” “아닙니다. 이탈리아 친구가 지브리라고 했어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름의 스튜디오가 탄생한 비화다. 나중에 기블리가 맞다는 게 밝혀져서 전 세계 사람들은 모두 ‘스튜디오 기블리’라고 부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세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왜 열광할까.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주축으로 운영된다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자인 스즈키 도시오가 스튜디오의 시작부터 운영 방식, 매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을 공개한다.

애니메이션 19편의 제작 과정이 최초 공개된 이 책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가오나시가 스토리를 변경하는 도중 3분 만에 급조된 캐릭터라든지,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가 본래 같은 인물이었다는 등 팬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비밀을 들려준다. 또한 열악했던 애니메이터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을 정규직화하고, 직장 내 어린이집을 지었으며, 여성 스태프들을 위해 두 배 넓은 화장실을 직접 설계하는 등 조직의 리더로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영가적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천재 감독을 지켜보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장을 이끌어온 저자는 지브리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두 천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두 거장의 독보적 상상력이 스튜디오 지브리를 최고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스즈키의 찬사에 두 감독은 이렇게 화답한다. “항상 똑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죠.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세계는 좀 더 유연해지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하야오는 겸손하게 답한다. “(작품을 만드는 것이) 소수 정예라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소수 정예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10편이 넘는 애니메이션을 줄줄이 성공시킨 천재감독은 스튜디오의 동료들에게 성공의 공로를 돌린다. 이런 자세야말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경쟁력일 것이다.

▶벌, 꽃, 인간의 경이로운 연대기 『벌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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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어 핸슨 지음 / 하윤숙 옮김 / 에이도스 펴냄

“벌이 없었다면 꽃은 이토록 화사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았을 것이며 자연과 인간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깃털’, ‘씨앗’ 등 독특한 작고 사소한 것들이 어떻게 경이로운 생명의 진화를 이루어왔는지를 탐구해온 생물학자 소어 핸슨의 세 번째 책이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꽃과 벌 그리고 인간, 이 세 주체가 어떻게 강력한 공진화적 소용돌이를 이루며 진화의 춤과 생명의 드라마를 써왔는지를 추적한다.

육식을 하던 말벌이 꽃가루를 먹는 채식주의자가 됨으로써 진화상에 일어난 격변, 꽃이 더욱 화사해지고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게 된 이유, 인류의 식습관에 미친 벌의 엄청난 영향 등 벌과 꽃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생명의 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벌 이야기는 생물학으로 시작되지만 나아가 우리 자신에 관해서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벌을 가까이했는지, 왜 광고제작자는 맥주에서 아침 식사용 시리얼에 이르는 모든 광고 제작에서 벌을 이용하는지, 그리고 왜 훌륭한 시인들이 꽃을 “온통 벌이 날아와 앉아 있다”고, 입술을 “벌에 쏘였다”고, 즐겨 묘사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집단적인 의사결정에서부터 중독, 건축, 효율적인 대중 운송에 이르는 모든 것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벌을 연구한다. 사회성 동물들이 최근 대규모 집단을 이루어 사는 데 적응하면서 우리는 수백만 년 동안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온 생물 집단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이 있다.

신화와 문학, 인류 역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오늘날 벌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 재발견하고 복원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3호 (21.04.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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