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진영논리 갇히면 반성못하고 염치 없어져"

입력 2021/04/08 11:12
수정 2021/04/08 19:38
'나홀로 읽는 도덕경' 펴낸 철학가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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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 - 나홀로 읽는 도덕경 저자 2021.3.31 [이승환 기자]

"교수 생활 18년 하니 나만의 고유한 비린내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정년 8년 앞두고 그만뒀어요."

노장 철학의 대가 최진석(62)은 2018년 서강대 철학과 교수직을 미련 없이 내던졌다. 주변 만류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말새몸짓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었어요. 저에게 일관된 사명이 있어요.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죠.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술국가에서 전략국가로 건너가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의 정의에 따르면 선례·유행을 만들면 선진국, 그것을 따라가면 중진국이다. 최근 출간한 '나홀로 읽는 도덕경' 역시 주체적인 삶과 태도를 중시한다. 고전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론이다. "노자도 장자도 숭배 대상이 아닙니다.


나를 키우는 연료일 뿐이지요."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노자와 도덕경에 대한 문답을 대화체로 쉽게 풀이한 것이 전반부고 후반부엔 도덕경 원문과 번역을 실었다. 노자 사상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한 뒤 홀로 읽기를 시도해 보라는 것이다. "오독을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다 오독의 위험성까지 감수하는 도전이 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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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 - 나홀로 읽는 도덕경 저자 2021.3.31 [이승환 기자]

5000자 도덕경을 한 글자로 줄인다면 어떤 글자가 남을까. "한자로 도(道)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알 지(知)가 있고 밝을 명(明)이 있어요. '지(知)'는 해를 해로 보거나 달을 달로 보는 거죠. 명(明)은 반대되는 두 개 즉 해와 달이 한 글자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흔히 노자는 반문명적이고 현실 도피자라는 인식이 있다. "아주 잘못된 편견이죠. 노자의 '무위(無爲)'라는 것은 진정한 성취를 이루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세계는 변화하는데 내 뜻대로 세상을 보는 것을 유위라 한다면 내 뜻은 최대한 줄이고 세계가 그대로 드러나게 보는 것을 무위라고 합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노자가 강조하는 올바른 리더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념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특정한 이념으로 세계를 끌고 가거나 특정한 이념을 세상에 구현하려면 안 된다고 보는 거죠. 왜냐면 그 이념이 아닌 것은 적으로 간주·배제시키잖아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로 이어졌다. "진영 논리에 갇히면 답이 정해집니다. 생각하는 능력이 거세되죠. 반성이 없어지고 염치가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잘못된 길로 간다는 걸 모르고 고집만 부립니다. 노자는 이런 걸 경계해야 한다고 했죠."

[이향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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