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물 맑은 호수 꽃 대궐 여행…물길 따라 봄 구경

입력 2021/04/20 12:37
수정 2021/04/20 13:02
대한민국의 깊숙한 속살 충북. 그 보드라운 땅을 감싸 안은 영롱한 보석이 있다. 바로 충주호와 남한강이다. 제천과 단양을 가로지르는 그 물결들을 따라 가면 새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제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그 길로 접어들 시간이다. 1박2일로 알맞은 코스다.

▶충주호의 봄빛을 만끽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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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란 단어처럼 낭만적인 것이 있을까? 하늘과 햇살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잔잔한 물결. 썰물과 밀물의 격함이 없고, 오름과 내림이 없는 일관된 평화로움. 그래서 인간은 호수를 보며 평정심을 되찾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꽃망울이 터지고 새순이 솟는 봄이 오면 호수는 빛나는 계절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럼으로써 아름다움은 배로 증폭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부풀대로 부풀어오른다.


그 신비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나자. 이제부터 내륙의 평화로운 바다인 충주호로 안내한다.

충주호는 단순한 호수가 아니다. 유람선이 운행될 정도로 길고 넓다. 6600평방 미터에 이를 만큼 광활하다. 충주시, 제천시, 단양군에 걸쳐서 충주호가 있다. 충주에 있어 충주호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제천 지역이 60%나 된다. 호수의 이름은 충주댐을 지으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붙여진 것. 그렇다. 충주호는 거대한 인공호수로 1985년에 댐 건설에 의해 조성됐다. 이렇게 여러 지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천에서는 청풍호, 단양에서는 단양호로 불리기도 한다. 이름이야 어쨌든지 간에 호수를 따라 이웃 지역을 넘나들며 즐기면 그만이다. 제천을 시작으로 단양에서 충주로. 이 모든 지역이 모두 이웃해 있다. 어디를 가나 차로 30~40분 거리다.

4월의 충주호는 눈부시다. 알록달록한 봄꽃이 호수를 둘러싼다. 물빛은 새순을 담아 초록으로 빛나고 햇살을 받아 생선의 비늘처럼 반짝인다. 충주호를 따라 길을 떠나자. 온몸에 봄을 담아보자. 이제부터 호수의 아름다움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는 코스를 제안한다.

▶제천 청풍문화재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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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546호인 청풍 석조여래입상, ‌청풍문화재 단지 초입에 위치한 민가 내부, ‌조선시대 목조 건축물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여행의 시작을 청풍문화재 단지로 정한 것은 충주호의 탄생 기원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다. 청풍면은 자연 경관이 수려하고 문화가 발달했던 마을이다. 수많은 문화 유적을 가진 이 마을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빠졌었다. 충청북도청에서는 위기 해결책으로 마을의 문화재들을 원형 그대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래서 1983년부터 3년간 지금의 위치에 가치 있는 문화적 유산들을 고스란히 옮겨 복원하고 지켜냈다. 이곳은 건조한 역사교과서 같은 박물관 단지가 아니다. 들어서면 오래된 마을을 유람하는 기분이 드는 서정적인 마을이다. 단지의 입구엔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골목을 지나 산책을 하다 보면 관아, 정자, 향교 등이 자리한다. 지금이라도 어르신들이 어디에선가 나타날 것 같은 모양새다.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드는 건 그 자연스런 마을 분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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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루에서 바라보는 충주호, ‌‌청풍 문화재단지 곳곳은 봄꽃의 향연이다.

마을 초입에 자리한 민가들은 작고 소박하다.


마당엔 살구나무와 목련이 있고 뒷마당의 장독과 창고에 쌓인 농기구가 성실한 생활의 흔적을 드러낸다. 일반적인 박물관처럼 딱딱한 설명서를 붙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소박하고 진실한 생활의 흔적이 인상적이다. 낮은 담장 건너로 시선을 돌리면 비단결처럼 수려한 청풍호(충주호)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사립문을 열고 나와 소나무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금남루를 만나게 된다.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세 개의 문이 있는 독특한 형태의 누각이다. 조금 더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선 향교와 관아를 만날 수 있는데, 오래된 목조 건물의 우아함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고려 때 관아의 연회 장소로 건축된 청풍 한벽루(보물 528)와 청풍 석조여래입상(보물 546) 같은 보물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마을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는 망월루다. 망월루는 망월산성의 전망대. 망월산성은 지방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된 삼국시대의 산성이다. 망월산(336m) 봉우리 꼭대기를 깎고 둘레에 산성을 높이 쌓아 축성한 산성인데 이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생각보다 힘들진 않다. 5분 정도 가볍게 산책하듯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을 마주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청풍호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숨을 고르고 바라본 풍경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부드러운 청풍호를 병풍처럼 두른 외솔봉, 작성산, 신선봉이 굽이쳐 산수화가 따로 없으니 말이다. 이 다이내믹한 마을을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 반 정도. 구석구석 이야기가 담긴 유적들이 많기도 하지만 소나무, 벗나무, 산수유, 목련, 살구나무, 철쭉이 어우러진 마을의 조경이 눈을 희롱하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환상적인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든다.

주소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2048 청풍문화재단지

운영 시간 매일 09:00~18:00(3~10월), 매일 09:00~17:00(11~2월) 요금 3000원(성인)

▶단양의 구담봉과 옥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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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에 자리한 구담봉과 옥순봉. 평화로운 풍경이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기묘한 모양으로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는 충주호의 물결 속에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마치 완벽하게 세팅된 연극 무대처럼 환상적이다. 곧 무대 상공에서 선녀들이 출몰할 것만 같은 분위기다. 구담봉은 그 모양새가 거북을 닮았다 해서, 또한 옥순봉은 희고 푸른 아름다운 바위들이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두 개의 바위를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코로나 시절이 아니라면 유람선을 타고 유유자적 신선놀음을 즐기며 감상하는 코스를 권한다. 하지만 요즘엔 장회나루 휴게소를 산책하며 봄빛을 머금은 충주호와 구담, 옥순봉을 감상하는 게 최선이다.


이곳에는 편안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가 자리해 느리게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휴게소에는 매화도 벗꽃도 나란한데, 그 사이로 보이는 호수와 봉우리들이 세상 시름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선선한 봄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청풍호 풍경 사이로 절절한 옛이야기가 들려온다. 퇴계 이황 선생이 단양 군수로 있을 시절의 이야기다. 퇴계는 단양에서 관기 두향을 만났는데 그들은 장회나루 앞 강선대에 올라 시와 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퇴계가 담양을 떠나는 날, 두향은 퇴계에게 매화를 선물하고 평생을 수절했다고 하는데, 그 두향의 묘가 강선대에 남아있다. 이 휴게소에서 그 묘가 한눈에 보인다. 애절한 풍경이다.

▶남한강의 비경이 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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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매달린 공중 산책로 단양강 잔도

강은 강대로 사계절을 흐른다. 언제나 한결같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강은 변화무쌍하다. 봄의 꽃길을 받아들인 강, 여름의 신록을 입은 강, 가을의 단풍에 빠진 강, 여백 그 자체인 겨울의 강까지. 봄의 강은 반짝인다. 긴 겨울을 나고 기지개를 편 봄의 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그 강을 높은 곳에서 바라본다면?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멀리서, 높이서 바라보는 강물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수채화를 감상하듯 멀리서 조망하는 강의 아름다움. 그 미적 희열을 극대화시키는 여행길이 있다.

▶환상의 벼랑길, 단양강 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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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강 잔도에서 바라본 남한강 풍경, ‌절벽 곳곳에 개나리가 한창이다, ‌잔도의 끝엔 짚라인, 스카이워크 등 액티비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있다.

강을 낀 트레킹 코스로는 무조건 ‘단양강 잔도’를 추천한다. 잔도는 험한 벼랑에 선반을 달아 만든 길을 뜻한다. 중국의 기암절벽에서나 볼법한 그 길이 국내에 있다. 바로 단양에. 그것도 남한강을 끼고 말이다. 벼랑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길이라 짜릿한 스릴과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 것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풍광에 곧 마음이 풀어진다. 정말 환상적인 벼랑길이다. 남한강의 거대한 물줄기는 봄햇살을 받아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눈부신데 그 푸르름이 온몸으로 봄을 말한다. 잔도는 짜릿하게 절벽에 매달려 있다. 심지어 공중에 매달린 이 길의 중간엔 스릴을 배가하기 위해 구멍이 송송 난 철판으로 마감된 구간이 있다. 그곳을 지날 때면 긴장을 풀기 위해서라도 먼 풍경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트레킹은 스카이워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도담삼봉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 차를 세우고 이정표를 따라가면 바로 잔도 진입로다. 잔도를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아무 생각 없이 이 공중 잔도에 발을 들이자 이내 긴장감이 엄습한다.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한 높이에, 그것도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길이 설치돼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높이 20m에 설치된 잔도는 암벽 구간이 거의 1km에 달한다. 앞선 이들이 걷는 길을 바라보면 마치 암벽에 매달려 걷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큰 호흡과 함께 풍경에 집중하다 보면 곧 긴장이 풀리고 심지어 절경의 힘에 취하며 가슴이 탁 트인다. 이 길의 끝에는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오락 시설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여행을 왔다면 스릴을 더블로 묻고 가는 이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

▶단양 도담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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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 개의 봉우리 도담삼봉

도담삼봉은 충주호에 솟아있는 세 봉우리를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에 떠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봐도 마치 산 봉우리 세 개가 물에 둥둥 떠내려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유한 남한강 강 한가운데 높이 6m의 늠름한 장군봉을 중심으로 양 옆에 작은 봉우리, 총 세 봉우리(삼봉)가 솟아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조형적인지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뷰파인더 안의 그 모습은 여백이 많아 존재감이 커진 한 폭의 동양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도전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올랐다고 전해지는 도담삼봉. 하늘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남한강의 유유자적한 강물이 아니라면 이 세 개의 봉우리가 이토록 아름답게 느껴질 수는 없는 일. 물 위에 솟아난 작은 산들을 마주하면 자연의 신비, 그 끝은 어디까지일까 싶어 마음을 숙이게 된다.

주소 충북 단양군 매포읍 삼봉로 644-13 운영 시간 매일 09:00~18:00(연중무휴) 주차 3000원

▶강을 낀 패러글라이딩, 카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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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산에서 바라본 남한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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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산은 베이커리 카페임과 동시에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다.

강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면 이곳 ‘카페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면 된다. 도담삼봉에서 멀지 않은 ‘카페 산’은 해발 600m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임과 동시에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다. 아슬아슬하게 뻗은 산길을 돌아 도착하면 하늘을 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뷰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풍경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요즘처럼 따스한 날엔 실내 카페에 들어설 생각을 하지 않고 아예 야외에서 풍광을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패러글라이딩을 하고자 하면 카페 3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등록을 하고 진행을 하면 된다.

주소 충북 단양군 가곡면 두산길 196-86

운영 시간 9:30~19:30(연중무휴)

[글과 사진 우주엔(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5호 (21.04.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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