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는 옛말…단원에 감사하고 관객과 소통

입력 2021/05/05 17:11
수정 2021/05/05 22:39
'차세대 마에스트로' 최수열 부산시향 예술감독

오케스트라 핵심은 사람
단원들 아낌없이 격려해줘
"연주회 끝나면 로비로 달려가
관객에 가감 없는 평가 받죠"

7일 대전예술의전당서
베를리오즈·생상스 작품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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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부산시향 예술감독 최수열. [사진 = ⓒ황인철]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최수열(42·부산시향 예술감독)은 얼마 전 지인에게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최근 발간된 '마리스 얀손스 평전'. 마리스 얀손스(1943~2019)는 네덜란드 대표 오케스트라인 로열콘세르트헤바우를 베를린필과 빈필하모닉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반열에 올린 지휘자다. 교향악단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형 지휘자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얀손스는 자신을 낮추며 단원들과 열린 소통을 하는 다른 길을 갔다. 지인은 최수열에게 책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보니 왠지 네 생각이 나서…."

1979년생 최수열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지휘자다. 단원들을 향해선 "참 고마운 존재"라고 말하고, 연주회를 마치면 로비로 달려나가 관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2017년 최수열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부산시립교향악단 관객층은 중장년층에서 20·30대까지 확대됐다. 7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연주를 앞둔 그를 지난 3일 만났다.

"지휘자는 어떤 면에서 굉장히 이기적인 존재예요. 음악가인데도 정작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죠.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잖아요.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각자 생각하는 음악이 있을 텐데, 지휘자 요구에 맞춰 연주해주죠. 그러니 단원들에게 항상 감사해야죠."

최수열이 인터뷰 내내 역설한 지휘자론은 참신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앞선 세대 지휘자들하곤 달랐다.


"오케스트라의 핵심은 악기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얻어야 해요. 예전에는 지휘자들이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찍어 눌러 자기 음악을 끌고 나갔죠. 그런데 강압적으로 하든, 설득해서 하든 결과물은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러니 가급적 민주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게 바람직하죠. 최대한 단원들을 설득하고 격려하는 동시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해요."

부산시향은 연주회 후 지휘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케스트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연주회를 마치자마자 로비로 전력 질주한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부산시향 팬들은 땀으로 흠뻑 젖은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또 그날 연주에 관한 나름의 평론도 거침없이 전달한다.


"부산시향 예술감독 부임을 앞둔 시점에 어느 음악계 원로분이 연락을 해오셨어요. 청중이 제일 중요하다며, 관객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이 와닿았어요. 그래서 연주를 마치면 로비로 나가 관객을 만나기로 마음을 먹었고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반드시 관객과 만났어요. 솔직히 힘들어요. 연주를 마치면 체력적으로 바닥이 나거든요. 그런데 청중에게 받는 실시간 피드백이 엄청나더라고요. 오늘은 어느 곡이 좋았다, 이건 아쉬웠다, 하고 가감 없이 말씀해주시는데 큰 도움이 돼요. 자주 오시는 분들은 얼굴을 기억할 정도가 됐죠."

관객 입장에서 연주회를 생각하게 되니 보다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됐다. 최수열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드레스덴국립음악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이후 세계적인 현대음악 연주단체 앙상블 모데른에서 활동하며 현대음악 연구에 공을 들였다.

"예전엔 동시대 음악을 소개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관객들과 만나며 청중 입장에선 과연 이 곡을 소화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관객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지만 다소 난해한 근현대음악을 무대에 올릴 땐 '너무 들이대지 않는다'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또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탠더드 작품들을 함께 올려 음악회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죠."

최수열은 이달 7일 코리안심포니와 함께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프랑스 작곡가인 베를리오즈와 생상스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이어져 온 교향곡 전통을 깨고 오케스트라 작품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 작품이다. 생상스의 바이올린협주곡 3번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협연자로 나선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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