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풍문으로 들었소 '무릉도원도' 100년만에 보았소

입력 2021/05/07 17:48
수정 2021/05/08 07:22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기증품 1488점 공개


근대화가 이상범作 실물 첫 공개

이중섭의 스승 백남순 희귀작과
1세대 여성화가 나혜석의 작품도
김기창 4m 대작 '군마도' 눈길

8월 일반관람…모네 등은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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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무릉도원도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그동안 풍문으로만 들었던 청전 이상범(1897~1972)의 1922년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158.6×390㎝)가 10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상범이 불과 25세에 후원자 이상필의 요청으로 제작한 그림으로, 존재만 알려졌을 뿐 실물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의뢰작인 만큼 최고급 재료로 작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 이 그림이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품'에 있었다.

7일 이 작품을 공개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스승인 심전 안중식(1861~1919) '도원문진도'의 전통을 잇는다고 할 만한 과감하고 아름다운 색채와 구성이 눈길을 끈다"고 밝혔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미술품 1488점(1226건)을 공개했다.


이번 기증작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 작품 119점으로 구성됐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다양한 장르가 고르게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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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한 주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작 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 점으로 전체 기증품 중 약 22%를 차지한다. 그러나 작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1930년 이전에 출생한 이른바 '근대작가'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의 작품 수는 860점에 이르러 전체 기증품에서 약 58%를 차지한다. 작가별 작품 수를 보면 유영국이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포함),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이다.


기증작 중에 운보 김기창(1913~2001)이 1955년 달리는 말들을 강렬하게 그린 대작 '군마도'(205×408.2㎝)가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말들의 동세(動勢) 표현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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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군마도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1916~1956)이 1950년대 한국전쟁 중 피난지에서 맞이한 첫눈의 인상을 그린 '바닷가의 추억/피난민과 첫눈'(32.3×49.5㎝)도 있다. 눈이 펑펑 내리고, 거리로 나앉은 피난민들은 그저 새와 물고기 등 동물들과 어울려 나뒹굴고 있다.

이중섭 스승인 백남순(1904~1994)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인 1937년 작 '낙원'(166×367㎝)도 기증됐다. 백남순은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작가로, 정주 오산고보에서 영어·미술 교사로 재직하면서 이중섭과 문학수 등을 가르쳤다. 현존하는 작품이 거의 없는 나혜석(1896~1948)이 1930년대 '이혼고백서'를 발표한 후 그린 작품 '화녕전작약(華寧殿芍藥)'(33×23.5㎝)도 포함됐다. 나혜석은 일제강점기 1세대 유화가이자 첫 여성 서양화가이며 문학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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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화녕전작약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29세에 요절한 김종태(1906~1935)의 1929년 작 '사내아이'(53×45.4㎝)도 희귀작이다.


거의 독학으로 서양화를 공부해 조선미술전람회 서양화부 추천작가가 된 인물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내년 과천관, 청주관 등에서 특별 전시, 상설 전시, 보이는 수장고 등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먼저 8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을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12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을 통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내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을 통해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덕수궁관에서는 오는 7월 '한국미, 어제와 오늘'전에서 일부 작품을 선보이고, 11월 '박수근' 회고전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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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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