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부처의 얼굴에서 평화로운 나를 찾으세요"

입력 2021/05/18 17:05
수정 2021/05/18 19:33
황주리 개인전 '그대 안의 붓다'

12년째 부처 얼굴 그리며
관용과 인내를 배웠죠

부처는 낮은곳으로 내려가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요

태국 미얀마등 많은 불상 봤지만
미륵반가사유상에 가장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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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붓다를 표현한 작품 `식물학`(오른쪽)을 그린 황주리 작가가 돌에 부처를 그린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노화랑]

서울 인사동 노화랑 전시장에 수많은 붓다(석가모니)가 들어왔다. 캔버스 위에도 돌과 접시, 쟁반, 라디오, 맥주병, 병뚜껑에도 부처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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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붓다 Buddha in you_244 x 182cm_Acrylic on canvas_2020-2021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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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붓다 Buddha in you_Acrylic on Plate_2010-2020 (1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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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붓다 Buddha in you_Acrylic on Stone_2010-2020 (2).jpg

중견 작가 황주리(64)가 2009년부터 부처를 그려온 작품 94점을 개인전 '그대 안의 붓다'에 펼쳤다. 그는 12년째 불상을 그리면서 관용과 인내를 배웠다고 한다. "화를 덜 내는 사람이 됐어요. 나를 타인으로, 타인을 나로 바라보기 시작했죠. 무지하게 열받은 사람을 봐도 '나도 저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그러워집니다."

그는 어머니가 혼수로 사준 접시까지 꺼내 부처를 그려넣었다. 세상 만물에 붓다를 새기려고 작정한 사람 같다. 작가는 그 이유에 대해 "모든 사물에 불성(佛性)이 있다"고 답했다. "부처는 아주 낮은 곳으로도 내려앉는다고 해요. 찬장에 틀어박혀 제 기능을 못하는 혼수 접시, 뉴욕 체류 시절 사둔 각 나라의 값싸지만 오래된 쟁반들, 시계 등 내가 아끼던 모든 물건에 부처를 그려넣어요. 그 결과물이 영혼의 부적 같아서 남에게 위로를 주는 사물로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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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리 그대 안의 붓다(45.5 x 53c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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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리 그대 안의 붓다.jpg

사물의 쓸모를 바꾸는 붓다를 그리면서 작가의 욕심도 내려놓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림 가격에 신경 쓰는 자본주의에서도 벗어나게 됐다고 한다.

"마음을 쉬면서 평화로운 붓다를 그리면 나도 위로를 받아요. 그렇게 작업하면서 쌓인 세월이 작가로서 더 유명세를 타거나 미술시장에서 비싼 값을 자랑하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일체의 번뇌와 망상에서 벗어나게 해주죠. 제게 자유를 선물한 귀한 시간들이었어요."

독실한 불교신자가 아닌 그는 어쩌다 붓다에 홀렸을까. 2008년 교육방송 프로그램 '세계테마기행' 진행자로 스리랑카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수많은 불상을 보고 나서부터다. 귀국 후 그 불상들이 자꾸 떠올라 돌 위에 그리기 시작했다. "불상은 동양의 보물이에요. 20세기 현대미술 거장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자코메티가 아프리카 조각 미술에 큰 빚을 진 것처럼 내 미감으로 불상의 현대화에 도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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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리 자화상(80 x 100cm).jpg

그의 작품 속 붓다는 인자한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찡그리기도 한다.


마스크를 끼고 백신을 맞거나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기도 한다. "해탈한 부처가 아니라 중생 부처예요. 바로 우리들 마음에 부처의 씨앗이 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부처처럼 서로를 위로하는 그런 존재가 되자는 바람을 담았죠. 우리 모두 마음이 성장하는 인간이 됐으면 해요." 그가 그리는 붓다는 어쩌다 세상 사람들의 자화상으로 발전했을까. 캄보디아 앙코르 국립박물관에서 본 불상 1000개가 영감을 줬다. "그곳 불상들의 얼굴은 옛날 옛적 그 지역에 살았던 농민들의 얼굴을 그대로 조각했다고 합니다. 그 온화하고 인간적인 얼굴들에 깊은 감동을 받은 이후, 내 시각으로 바라본 1000명의 현대적 불상을 그리는 중이에요. 내가 그린 현대적 붓다는 바로 나 자신의 자화상, 우리 모두의 자화상, '그대 안의 붓다'들이죠. 어쩌면 모든 사람의 단 하나뿐인 삶이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며 종교경전이라고 생각해요." 전시장에는 붉은 안경을 끼고 머리에 꽃이 만발한 채 가슴속에 부처 둘을 품은 작가 자신을 그린 '자화상'이 걸려 있다. 태국, 라오스, 미얀마로 수많은 불상을 만나러 다녔던 그는 정작 한국 '미륵반가사유상'에 가장 매료됐다고 한다. 그는 "세상을 뺑 돌아 비로소 내 집을 찾듯, 우리의 반가사유상을 내 마음의 언어로 변주한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시대에 붓다의 평화로운 얼굴을 보면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이번 전시는 6월 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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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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