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직장인 레시피] 관용의 리더십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입력 2021/06/10 15:39
수정 2021/06/10 15:46
리더가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능력, 인품, 카리스마, 학벌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용과 신의다. 리더는 가급적 손해 보는 게임을 해야 한다. 칭찬도, 공도, 실적도, 자신의 몫에 더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윗사람은 업고, 아랫사람은 안고 가는 ‘함께 가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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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는 무엇보다 강하다

요즘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직원들의 근태에 상사들이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주로 2030 직장인들이 신청하는 연차, 조퇴 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단 연차 휴가를 내지 않아도 매일 사무실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다고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 장세를 타는 코인 때문이다.


월급 모아서 집 장만하고 결혼하는 것이 꿈이 아니라 그저 ‘망상’임을 깨달은 젊은 세대들이 코인에 투자를 하면서 일어난 상황이다. 그들은 ‘영끌’과 ‘빚투’로 그야말로 인생을 건 배팅을 하는데 이 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애간장이 타기 때문이다. 해서 각 회사의 화장실마다 빈칸이 없을 정도로 그 좁은 공간에 들어앉아 모바일을 주시하는 직장인이 많아진 것도 요즘 세태라고 한다. 상상만 해도 애처롭다. 더구나 ‘코인으로 대박 나서 드디어 회사 사표 냅니다’라는 확인 불가능한 인증 샷까지 등장하는 지경이니 직장인들의 마음이 회사 일에 집중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나마 전셋값이라도 있는 부장님의 소망인 셈이다.

생각해 보자. 리더인 당신은 부서의 모습이 위와 같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코인에 투자해서 대박이 나건 쪽박을 차건 그건 당신 문제야. 왜 사적인 일로 회사 일에 지장을 주나”라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야박하게 들릴 잔소리를 날릴 것인가, 아니면 “조급하고 애타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겠네. 그렇지만 회사 일도 중요하게 생각해야지. 부서에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눈치껏 하게나”라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하겠는가.

사실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아니다. 대출금에다 비상금 얹어서 3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는데 수익은커녕 반토막이 난 부서원에게는 그 어떤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은 건성으로 하고 하루 종일 코인 시세만 들여다보는 것을 눈감아 주는 것 역시 옳은 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 원칙을 정해야 한다. 그 원칙이 일테면 오전, 오후에 1시간씩 “지금은 코인 시세 확인하는 시간입니다”를 고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코인에 투자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 책임 역시 개인이 전적으로 지는 것이다. 회사는 그런 것까지 이해하고 배려하는 조직이 아니다. 다만 부서장이 부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유통성을 발휘할 뿐이다.

직장인은 프로다.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회사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신의 현재와 미래 또한 각 개인의 선택의 몫이다. 어떤 일이건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과가 있다. 이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는 조직의 성격, 구성원의 자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에서 중시하는 것은 결과다. 그렇다면 리더가 할 일은 최대치의 결과를 생산하는 것이다. 혹여 당신 부서원들이 모바일을 들여다보며 내는 한숨 소리가 사무실을 무겁게 짓눌러도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대신 부서원들 각각이 만들어 내는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면 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 역시 현업을 포기한 채 코인 등락에만 매달릴 수는 없고, 또한 그렇게 할 여건도 안 된다. 이 순간, 리더는 매일, 매시간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눈총을 주기보다 ‘우리 부장님은 과정보다 결과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네’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인식은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생각해 보면 직장 생활 역시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할 때까지 매시간 전투적으로 일을 할 수는 없다. 다 큰 어른들이니 재량껏 하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평가가 도출되는 기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정기적인 인사 고과를 매기는 1년일 수도 있지만 어떤 프로젝트를 맡고 어떤 성과를 내는 것 역시 평가의 일부분이다. 회사의 중요한, 혹은 임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매우 적합한 프로젝트는 직장인들이 더 잘 알고 또한 누가 맡는지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체크해 근태와 업무 역량을 고려해 배분하면 된다. 부서원들 역시 현재의 나, 즉 회사의 일원이라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들에게는 코인 시세의 등락도 중요하지만 매달 월급 나오고, 또 어쩌면 10년 이상을 다녀야 하는 회사의 평가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물론 이 결과 평가에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냉정함보다는 공정함이 앞서야 하고, 객관적이라는 이유로 야박하기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용’이다. 빡빡한 학교 생활도 가끔은 땡땡이치고 싶은 것처럼 직장인들 역시 작은 일탈을 꿈꾼다.


그 일탈이 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직장인의 일탈이 근무 시간에 모바일을 들여다보는 정도라면, 해서 과정이 리더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매일 소리치는 단순하고 야박한 리더십은 버려야 한다. 일탈이란 제자리로 돌아오는 관성이 있다. 개인별로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코인으로 대박 나면 사표 쓰고 나가는 것이고, 반대로 쪽박 차면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목표는 승진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할 일 없어 심심해서 다니는 직장인은 없다. 그러나 직장은 학교처럼 1년이 지나면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다. 시작은 똑같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누구는 계단으로, 누구는 에스컬레이터로, 또 몇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르게 수직 상승한다. 올라간다는 것, 즉 승진한다는 것은 직장인에게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확인서지만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는 예비 리더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직장은 피라미드 조직을 선호한다. 물론 중간 직급이 강화된 항아리형도 있지만 그 항아리조차 주둥이는 좁다. ‘리더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조직은 회사를 오래 다녔다고 ‘별’을 달아 주지 않는다. ‘회사에 도움이 될 능력이 있는가’, ‘한 부서를 운영할 리더십을 갖추었는가’라는 기준에서만 별을 준다. 승진을 내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물론 그 능력을 수치화할 요소는 있다. 업무 평점, 근무 태도, 영업 성과 등등이다. 하지만 회사는 수치화 되지 않는 기준을 분명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사람이 10년 후에 부장, 이사로서의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가’ 하는, 즉 가능성의 테스트다. 회사는 이 가능성을 여러 사람의 눈을 통해 검증한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 능력, 인품, 카리스마, 학벌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관용과 신의다. 리더는 가급적 손해 보는 게임을 해야 한다. 칭찬도, 공로도, 실적도, 자신의 몫에 더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윗사람은 업고, 아랫사람은 안고 간다는 ‘함께 가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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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실패의 용서가 관용의 시작

기원전 3세기경, 당시 지중해의 패권은 카르타고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 카르타고에 도전장을 낸 것은 로마였다. 로마는 뛰어난 전술로 제1차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해 시칠리아를 얻고 지중해의 패권 장악에 나섰다. 카르타고는 복수심에 불탔다. 그때 카르타고의 운명을 짊어진 전쟁 영웅이 바로 한니발이다.

한니발은 수만 명의 병사와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로마 정복에 나섰다. 한니발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길을 선택했다. 바로 지금의 스페인에 상륙해 유럽 남부를 횡단하고 마지막으로 험난한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를 북쪽에서 공격하는 것. 로마는 한니발의 작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신 지중해 연안, 즉 남쪽에 병력을 배치하고 한니발의 상륙 작전에 대비하고 있었다. 기상천외한 한니발의 작전은 성공했다. 로마는 무너지고 거의 모든 영토가 한니발의 수중에 들어갔다.

이때 로마에서도 명장이 탄생했다. 그는 바로 스키피오. 스키피오 역시 한니발의 알프스 횡단 작전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작전을 생각해 냈다. 스키피오는 해군을 이끌고 카르타고로 진격했다. 로마 원정에 동원돼 주력군이 비었던 카르타고는 위기에 처했다. 다급해진 카르타고는 한니발에게 귀국을 명령했다. 한니발은 눈물을 머금고 철수했다. 그에게는 로마 정복보다 본국의 위기가 더 급했다. 이후 로마와 카르타고는 수많은 전투를 벌였지만 결국 기원전 146년 카르타고는 로마에 멸망 당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자마전투에서 패전, 여러 곳을 떠돌다 자결했다. 로마는 철저하게 카르타고를 응징했다. 역사에서, 지도에서 지워 버리듯이 살아 있는 모든 것, 풀 한 포기마저 불태웠다. 한때 로마와 지중해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던 강국 카르타고는 역사에서 지워졌다.

무려 120년간의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은 로마의 승리로 끝났지만 한니발의 공격으로 로마가 위기에 처한 것처럼 수많은 전투에서 로마보다 카르타고의 승전이 더 많았다. 하지만 로마는 결국 승리했다. 그 요인은 정예화된 로마 군대와 작전의 우수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실수와 실패를 용서하고 패장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패전한 장수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에게 다시 전투에 임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의 실패 경험조차 소중하게 여겼다. 로마의 장군들은 패전을 거듭할수록 완벽해졌고 로마군은 더욱 강해졌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카르타고군의 전술을 읽고 대응할 수 있었다. 실패와 승리를 모두 경험한 장군들, 그들은 한마디로 노련한 리더였다.

이런 로마와 달리 카르타고는 패전의 책임을 엄하게 물었다. 패전한 장수는 일말의 변명도 핑계도 대지 못했다. 죽도록 매를 맞거나 목이 잘려 죽는 것이 다반사였다. 카르타고의 많은 장군들이 전쟁터가 아닌 궁전의 광장에서 죽어 갔다. 시간이 흐르자 카르타고군은 승전과 패전을 동시에 경험한 지휘관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실수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이 로마와 카르타고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중국 전국 시대 때의 일이다. 초나라 장왕은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대신들과 장군들을 모아 연회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장왕의 후궁들도 참석했다. 자리는 한창 무르익었다. 해는 지고 밤이 되었다. 순간, 바람이 불어 연회장을 밝히던 촛불이 꺼졌다. 그 순간 장왕의 옆에 있던 후궁이 소리를 쳤다. “누가 나를 껴안고 희롱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의 투구 끈을 잡아 끊었습니다.


불을 켜 그가 누군지 찾아 벌을 주세요.” 장내는 침묵이 흘렀다. 평소 장왕이 격의 없이 행동해도 왕의 후궁을 건드리는 것은 큰 죄였다. 모두 장왕의 분노와 무례한 짓을 저지른 자의 최후를 상상했다. 잠시 후, 장왕은 명령을 내렸다. “모든 장군는 지금 투구 끈을 끊어라. 나부터 끊겠다.” 모든 장군들이 투구 끈을 끊었다. 불을 밝혔지만 누가 후궁을 희롱했는지 밝힐 수가 없었다.

한참 후, 전쟁에 참전한 장왕은 적의 함정에 빠져 포위된 채 헤어나질 못했다. 이대로 가면 죽든가, 포로로 잡히는 치욕을 당할 지경이었다. 이때 한 장군이 적을 헤치고 장왕을 위기에서 구출해냈다. 그 장군의 몸은 적의 칼과 창에 베여 상처투성이었다. 목숨을 걸고 장왕을 구한 장군은 당교였다. 그는 바로 장왕의 후궁을 희롱했던 장군이었다. 당교는 연회장에서 장왕이 보여 준 관용에 감격했다. 그때 그는 장왕을 위해 죽기로 결심했다. 해서 적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빠진 장왕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것이다.

실수와 실패 혹은 공로와 노력에 대한 엄격한 신상필벌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다가 범할 수밖에 없는 실수와 실패마저 엄격하게 처벌한다면 결국 아무도 책임이 있는 일에는 나서지 않고 결국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이 되고 만다. 설거지를 많이 하면 접시를 깰 수 있다는 것이 용인된 조직만이 설거지를 하기 위해 소매를 걷고 덤벼드는 직원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살아 있는 조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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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관용은 일종의 투자다

J기업의 박 전무. 현재 그는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른바 실세이다. 회사에서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 부서의 장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그는 승진에서 매번 누락되어 2기수 아래인 후배들과 동급 대우를 받았다. 부장까지도 겨우 승진했고, 동기들은 이사나 상무를 달았다. 그럼에도 박 부장은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일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부서원들을 잘 챙겼다. 물론 부서원들이 박 부장에게 가진 불만은 있었다. 매번 승진에서 누락되고 뒤처진 상사가 리더인 부서에 배치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럼에도 박 부장은 한결같이 부서원들을 대했다. 점차 부서원들도 박 부장의 리더십에 승복하기 시작했다.

박 부장은 한마디로 신사였다. 그는 예의도 바르고 부하 직원이라고 막 대하지도 않았다. 하나의 인격체, 또 성과를 같이 만들어 내는 팀원으로서 존중했다. 물론 박 부장이라고 상사의 압력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특히 박 부장의 동기인 최 이사는 유난히 박 부장을 괴롭혔다. 최 이사 입장에서는 동기를 아랫사람으로 부리는 것이 영 불편했기 때문이다. 최 이사는 박 부장에게 큰소리로 야단치거나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박 부장은 그러나 최 이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부서원들에게 풀지 않았다. 자신이 감내하고 부서원들의 실수조차 자신의 부주의라며 대신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런 박 부장을 보면서 부서원들은 ‘우리 부장님 승진시키기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업무 성과 올리기에 뛰어들었다. 차츰 박 부장 부서의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박 부장은 업무는 물론이고 부서원들의 개인적인 사정도 꼼꼼히 챙겼다. 결혼해 신혼 생활을 시작한 이 대리가 회사에서 먼 곳에 신혼집을 마련해 출퇴근에 무려 4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안 박 부장은 야근이나 특근에서 이 대리의 사정을 봐주었다. 그리고 이 대리의 업무를 다른 부서원에게 시키지 않고 되도록 자신이 해결하기도 했다. 다른 부서에서 문제 사원으로 낙인 찍혀 자신의 부서로 배치된 오 과장에게도 박 부장은 편견 없이 대했다. 오 과장은 다혈질로 걸핏하면 박 부장의 지시에 큰소리로 대꾸했다. 그럴 때마다 박 부장은 오 과장의 말을 다 들어주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오 과장의 감정이 가라앉으면 그를 불러 조용히 자신의 생각과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면서 ‘나와 다른 생각’도 인정했다. 차츰 오 과장도 박 부장의 관용과 배려의 리더십을 따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지만 박 부장의 부서는 점차 안정되어 가고 실적도 상승했다.

박 부장은 ‘내가 조금만 움직여서 동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불편함을 선택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즉,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표시 나지 않는 그리고 진심 어린 따뜻함의 실천이고, 이는 박 부장 리더십의 정체였다.

박 부장 부서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 모두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박 부장은 자신의 리더십 부족을 반성하며 부서원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 일로 끝나지 않았다. 다른 부서에서도 박 부장 부서와 같은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예산의 일부분이 사라지며 프로젝트 역시 무산된 것을 회사가 파악했다. 감사팀이 각 프로젝트별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박 부장이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도 약 3000만 원의 예산이 장부에만 남아 있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박 부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부서는 발칵 뒤집혔다. 박 부장은 부정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그럼에도 만약 부서에서 잘못이 드러나면 그것은 전적으로 부서장인 자신의 실수고 잘못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약 한 달 동안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는 예상 외였고 파장이 컸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몇 년 동안 이런 식의 동일한 프로젝트를 각 부서별로 이름만 바꿔 진행해 온 것을 알았다. 그 과정에서 배정된 예산은 조금씩 누수되었고 프로젝트별로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회계 이월되는 과정에서 그 돈은 장부에만 남는다는 것을 회사가 알게 되었다. 더구나 이 프로젝트의 총괄 임원은 최 이사였고 그 돈 중 상당 부분이 최 이사에게 넘어간 것까지 파악되었다. 회사는 최 이사를 비롯해 수 명의 직원을 해직했다.

박 부장의 결백은 증명되었다. 물론 박 부장도 실수가 있었다. 프로젝트에 임해서 이를 매년 진행되는 관행으로 생각해 크로스 체크를 하지 않은 점은 감사팀에서도 지적하고 징계를 건의했다. 하지만 회사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감사팀에게 직접 보고를 받은 회장은 박 부장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박 부장에 대한 부서원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타 부서는 모두 몸을 사리고 그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만 하는데, 박 부장 부서원들은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예산의 흐름과 사용처를 쫓기 시작했고 박 부장의 결백을 밝혔다. 이를 회사 고위층이 특별하게 보았다. 회사 임원들은 부서원들이 불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박 부장을 따르고 그의 무관함을 증명해 보호하려는 모습에서 박 부장의 리더십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회장의 지시로 회사 입사 이래 박 부장의 실적과 업무 평가 그리고 직원들의 평판 조회를 실시했다. 결과가 나왔다. 업무 성적은 물론 리더십에서 박 부장이 그동안 저평가 받았다는 사실을 회사도 알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 부정을 저지른 최 이사의 적극적인 방해와 음해로 박 부장이 피해를 본 것도 드러났다. 최 이사는 과장 시절부터 박 부장의 리더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그를 라이벌로 삼았던 것이다. 그해 발령이 났다. 박 부장은 최 이사의 후임으로 임명되었고 이후 능력을 발휘해 전무까지 승진하며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작은 배려가 쌓이면 태산보다 더한 믿음이 생긴다. 누구나 자신의 논리와 기준이 있다. 그것이 정확하게 일치되는 사람을 직장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단지 조직의 목표를 위해 그 기준과 논리를 안으로 다듬어 가고 밖으로는 표출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에서 목표를 향해 나가는 방법에 이견이 생길 수 있고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은 지위를 떠나 조직원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행동이다. 리더는 리더로서의 의무가 있듯이 조직원 또한 자신이 맡은 직급의 권한에 따른 의무와 책임이 있다. 회의 때마다, 상사의 지시가 있을 때마다, 토를 달고 논리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그 순간은 통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직원을 반기는 것은 상사는 물론 동료나 부하 직원도 없다. 누구나 곤혹스러워하는 나의 모습을 대입하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부하 직원에 대해서도 훌륭한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보이지 않는 그들의 고충과 마음을 읽어 내 조직과 부서에 소리 없이 반영시키는 모습에서 부하 직원들은 깊은 신뢰를 느꼈다.

리더십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다 세상 사는 방법의 하나다. 공은 팀원에게, 실수와 실패는 나에게 돌리는 것, 부하 직원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백 번의 말보다 말 없는 배려의 행동 한 번이, 상사의 권한만 행사하려 들지 않고 그 권한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 힘을 사용해 보려는 호기심을 억제하고 그 힘을 일에 집중하는 것, 내가 실세와 친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보다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 휴가도 자신이 먼저 정해 팀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것, 심지어 회식도 자신이 좋아하는 삼겹살 집만 고집하지 않는 것 등등이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그것을 그저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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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다른 말은 ‘업고, 안고 가는 것’

이 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많은 사람을 속이는 연기를 완벽하게 장시간 동안 할 수 없다. 아름다운 꽃은 눈을 행복하게 하고, 좋은 소리를 귀를 행복하게 한다. 그럼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따뜻함이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의 첫걸음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리더는 베풀고, 상대의 실수를 용서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며, 부서의 실적 미비와 임원의 지적을 자신의 반성으로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는 쉽지 않은 마음 씀씀이다.

평범한 리더는 권모술수를 중시한다. 즉,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력보다 각종 정보에 귀를 집중하고,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 중에서도 어떤 것이 회사 고위층의 관심을 집중시키는가를 따진다. 즉 노력 대비 효과가 큰 것, 또 그야말로 숟가락만 얹을 기회를 찾는 하이에나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권한을 행사하는 데 능숙하다. 이런 리더는 부하들의 복종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심을 얻지 못한다.

이런 리더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은 걸핏하면 시도 때도 없이 모이고 술 마시고 서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며 앙금 없이 공유하고 풀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리더십이다. 이는 소통과 단결이 잘 이루어지는 조직처럼 보이고 감정 이입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원칙과 책임 앞에서 경계가 모호해지며 기강이 무너지는 리더십이 된다.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으로 조직원 모두를 승자로 만들겠다는 리더는 흔치 않다. 그 리더십에 우선하는 것은 탁월한 현실 분석력이다. 진정한 리더는 귀로 듣고, 눈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자다. 이런 관용의 리더십은 엄한 기강, 술로 맺은 단결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리더는 참을성 있게 의견을 듣고 조심성 있게 말하며,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또 상사에 대한 존경심과 부하에 대한 배려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상대의 장점은 기억하되 단점은 잊는 것이 좋다. 즉, 칭찬에 후해야 한다. 그리고 내 생각만이 옳고 정답이라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 게다가 부서원이 ‘나를 좋아한다’는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당연히 리더는 자신의 행동과 말을 원칙에 냉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글 박기종(커리어 코칭 칼럼니스트) 사진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83호 (21.06.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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