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잘 만든 게임 하나, BTS도 안 부럽다…한해 8조원 수출 '콘텐츠 끝판왕'

입력 2021/06/23 17:20
수정 2021/06/23 23:03
中 신규진출 막힌 상태서 성과
10년간 연평균 9% 고속 성장

韓 대표 게임기업 '3N'부터
스마일게이트·크래프톤 등
해외 영토확장 위해 가속도

비주류인 콘솔시장도 조준
기존 IP 활용해 신작 개발
◆ K콘텐츠, 세계로 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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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응시하며 사업을 전개하는 한국 게임 기업이 거액의 자금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크래프톤 상장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보도에서 니혼게이자이는 크래프톤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국내시장에만 매달리지 않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게임업체들 수출액은 66억5778만달러로 8조원에 육박한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9%에 달한다.

이는 중국시장 신규 진출이 막힌 상태에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과 세계 최대 게임시장을 다투고 있는 중국은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통해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견제하고 있다. 약 4년간 판호를 한 건도 내주지 않다가 지난해 말 국내 게임사 컴투스의 대표작인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에 판호를 부여하며 문을 살짝 열어준 정도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뒤에도 한국 게임업계가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국시장 재진출을 비롯해 계속해서 해외 진출을 노릴 수밖에 없다. 내수시장이 좁은 한국 게임업계의 숙명이다.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외에도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후발주자까지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래프톤을 대표하는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은 중국을 넘어 인도와 중동 등 그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 기준으로 프랑스와 독일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콘솔(게임기)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PC 게임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모바일 게임에서는 중국 추격이 거세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콘솔 게임은 2019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 총 1864억9100만달러(약 211조5367억원)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점유했고 코로나19 이후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암페어애널리시스는 지난해 글로벌 콘솔 게임시장 규모를 539억달러(약 61조1388억원)로 전년 대비 19%가량 성장했다고 파악했다. 한국에서 콘솔 게임은 그동안 비주류였지만 점차 관심을 끌며 2016년 이후 연평균 40%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고 올해는 드디어 1조원 고지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콘솔 게임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국내 게임사들도 본격적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라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적은 이용자가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기도 하는 만큼 일단 성공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일찍이 '검은사막' 엑스박스 버전을 개발했던 펄어비스는 신작 '붉은사막'을 필두로 '도깨비' '플랜8' 출시를 위해 개발 중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스마일게이트는 자사 대표작인 '크로스파이어'를 활용한 '크로스파이어X'를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제작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국내 게임 기업들이 최근 우수한 콘텐츠로 게임시장 본고장인 북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고 그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도전이 곧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경쟁사들은 물론이고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해외 매출 수준이 5배나 성장한 중국 게임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최근에는 국내 큰 게임사들보다 중국 게임사들이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올 상반기 한국 게임업계를 달궜던 '확률형 아이템' 역시 염두에 둬야 할 이슈로 꼽힌다. 돈을 주고 게임 아이템을 사는데,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정해져 소비자들 불만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서야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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