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디지털 호수·모란 꽃밭, 첨단 기술 입은 박물관

입력 2021/07/27 17:05
수정 2021/07/28 08:41
국립중앙박물관 '호모사피엔스'展
3D모션캡처로 인류 진화 영상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연출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展
동작센서가 관람객 감지땐
바닥서 모란꽃 활짝 피어나
725216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국립중앙박물관 `호모 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천장에 하늘 영상이 펼쳐지고 바닥에는 디지털 호수가 일렁인다. 한 벽면 전체를 거울로 만들어 호수와 하늘 공간이 확장됐다. 드넓은 디지털 호수에는 멸종된 동물 매머드와 동굴곰,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살아있는 유인원 침팬지와 고릴라, 원숭이 표본(뼈)이 서 있다. 그 사이에서 관람객이 가만히 서 있으면 바닥에 원이 생기고 주변 동물들과 선으로 연결된다. 동작감지센서를 활용해 인류의 삶이 다른 생물종들과 연결돼 있으며 평화롭게 공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실감형 콘텐츠 '함께하는 여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인류 진화 여정 700만년을 조망하는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9월 26일까지)를 위해 3D 프린팅, 3D 모션 캡처 영상물, 동작감지센서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유물만 고이 모셔놓은 박물관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전시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코로나19로 관람 인원을 30분에 50명으로 제한했지만 평일 300여명, 주말 500여명이 찾아올 정도로 화제다.

개관 후 처음으로 고인류 진화 전시를 연 국립중앙박물관 김동완 학예연구사는 "국립중앙과학관에 있는 매머드 화석 표본을 3D 프린팅해 설치하고 3D 모션 캡처로 인류 진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며 "화석 자료 등 전시품 700여점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상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연출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725216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전시실 입구. [사진 제공 =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안녕, 모란'(10월 31일까지)도 미디어아트로 전시장 곳곳에 꽃을 피워 관람객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말에는 하루 관람 허용 인원 630명을 꽉 채우며 주중에도 400~500여명이 찾아올 정도로 성황이다.


김재은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사는 "전시물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던 영상으로 연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모란꽃이 시각화하기 좋은 주제여서 실감형 3D 영상을 적극 활용했는데 관람객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디.

박물관 변신에 앞장서는 국립중앙박물관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 전시장 입구에선 대형 화면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유인원에 깜짝 놀란다. 네발로 기던 유인원이 벌떡 일어나 엉거주춤 직립보행을 시작한다. 3D 모션 캡처로 실제 배우 동작을 따서 제작한 영상 '700만년 동안의 기억'이다. 직립보행 외에도 돌을 날카롭게 깎은 도끼로 사냥을 하고, 불을 피우며, 죽은 자에게 꽃을 올려주는 최초의 장례식, 돌에 눈금을 그어 뭔가를 표시하는 기호로 사용한 4만년전 단양 수양개 유적 '눈금을 새긴 돌', 동굴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 언어, 현대인의 달 탐험 등 10가지 주제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이후 최초의 사람 조상인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부터 네안데르탈인, 꽃 매장 의례를 치룬 샤니다르인 등 고인류 화석 복제품 28종을 만질 수 있는 전시관이 나온다. 700만년 전 초기 인류가 처음 등장한 이래 20여종의 진화를 거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만 남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9개 모자이크 화면에서 다양한 피부색 세계인의 눈·코·입이 조합을 이루는 영상 '우리는 모두 사피엔스입니다'를 지나면 동굴 같은 전시실이 나온다. 어둡고 굴곡진 통로 양쪽 벽에 반인반수와 강을 건너는 사슴떼를 그린 1만8000년전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등이 펼쳐진다. 빔 프로젝터로 유명 동굴 벽화 이미지를 투사하고 종류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려준다.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입구는 꽃길이다. 동작감지센서가 관람객 움직임을 감지하면 바닥에서 모란 꽃이 활짝 피어난다. 천장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 4대가 영상을 바닥에 쏘고 양 벽면에 거울을 달아서 드넓은 꽃밭을 만든다. 전시장은 소나무 숲 3D 영상과 모란 조화로 꾸민 정원이다. 비가 내리고 새가 날아다니는 5분짜리 화면이 흐르고 창덕궁 낙선재에서 포집한 모란꽃 향기가 전시장에 퍼진다. 숲길을 걷다가 꽃을 발견하듯 그림을 설치했다. 19세기에 활동한 조선 화가 김수철이 그린 괴석·모란 그림, 남계우가 그린 모란·나비 그림, 신명연이 그린 산수화훼도 중 모란, 모란 그림을 많이 그려 '허모란'으로 불렸던 허련의 모란 화첩 등이 펼쳐진다. 아크릴 조명 박스의 모란 문양이 전시장 천장과 벽면에 투사되는 포토존도 볼거리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을 담은 조선 왕실 병풍, 혼례복, 그릇, 가구 등 유물 120여점을 만나는 전시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