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tylife 제790호 (21.08.03) BOOK

입력 2021/07/29 17:56
▶내 환자는 범죄자입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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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민 지음 / 아몬드 펴냄

“내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입니다.” 치료감호소로 흔히 불리는 국립법무병원은 범법 정신질환자가 수용되는 국가 기관이다. 개원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단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0개 병상을 지녔지만,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는 저자까지 5명뿐이다. 의사 한 명당 담당하는 환자 수는 170명에 육박한다.

언론에 보도된 강력사건 피의자를 직접 정신감정한 저자는 책에 그 뒷이야기와 그들에 관한 생각, 느낀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담았다. 다양한 형사정신감정 사례와 그동안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도 빼곡하게 실었다.


특히 일반 정신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변태성욕장애 환자와 사이코패스, 약물중독자들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낯설지만 독특한 사례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범죄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분명 나쁜 것이며 반드시 그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 범죄가 악의나 계획이 아닌 ‘정신질환의 증상’에 의한 것이라면 치료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그 병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난 뒤라야 참회와 반성,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감형을 위해 정신질환을 ‘연기’하는 걸 어떻게 감별할 수 있는가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라도 진료실에서 한두 번 잠깐 얼굴만 본다면 피감정인의 거짓된 증상 호소에 속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 달에 달하는 감정 기간 동안 간호사와 보호사들이 계속 피감정인의 행동을 관찰해 면밀히 기록을 남기고, 정신과 의사도 수시로 면담하기 때문에 피감정인이 상태를 속이기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피감정인이 하루 24시간씩 한 달 내내 계속 미쳐 있는 척 연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누가 봐도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부여하는 지나친 서사에 나도 반대한다”면서도 “그러나 누구에게나 마이크가 허락되는 것은 아님을 말하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떤 사람은 그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벌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사전에 계획하고 특정한 의도를 가진 채 범죄를 저지른 ‘악인’과 도매금으로 ‘나쁜 놈’으로 몰린다. 정신질환이 가진 편견이 낳게 되는 역설적 현실이다.

저자는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고 썼다. 이 책은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무서운 사람’으로만 존재하는 집단에 대해 담담하고 솔직하게 기록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내부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연애편지도 업무편지도 아니지만…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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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연애편지도 업무편지도 아니지만, 이토록 서로의 내밀한 감정을 고백하는 서간문의 교환이 있을 수 있을까. 문학동네가 새로 시작한 작가들의 왕복 서간 시리즈 ‘총총’의 첫 권으로, 에세이스트 이슬아 작가와 의사 남궁인이 주고 받은 편지를 모은 책이 출간됐다.


성별은 물론 출신 배경과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아슬아슬 불안하면서도 뜻밖의 호흡을 보여준다.

내로라하는 글쟁이인 두 사람은 초장부터 절교 위기를 맞으며 편지를 시작한다. 큰 배에서 처음 만나 동료작가로 교류하던 그들 사이엔 드넓은 오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슬아 작가는 다정하고 훈훈한 인사말과 서로에 대한 격려와 예찬이 아닌, 대찬 ‘선빵’을 날리며 편지를 시작한다. “그럼 활시위를 당겨보세요. 과녁은 저입니다. 닷새 안에 답장이 없으면 절교하자는 뜻인 줄로 알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편지는 남궁인 작가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서간에세이의 문법과 관습을 뒤집어엎으며 기획자조차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항해한다.

성별도, 나이도, 인생 궤적도, 작가로 데뷔한 루트도, 너무나 달라서 도리어 서로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편지 상대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까지 들었다 놓으며, 문장과 문체의 다채로운 실험을 보여주는 스파링을 이어나간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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