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19세기 영국서 외쳤다, 뭐지 이여자? [뮤지컬 리뷰]

입력 2021/07/30 17:08
수정 2021/07/30 18:27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배경
여성의 성장기·주체성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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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퍼질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

뭐지? 이 여자는. 철창에 같이 갇힌 여자 거지에게 위로의 말이랍시고 건네는 이 말. 첫 사랑과의 발칙한 상상으로 고단한 현실을 돌파한다는 당찬 고백이 신선하다. 심지어 요즘 시대 인물도 아니다. 여성이 가장 억압받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가 시대적 배경이다.

2016년 탄생한 창작 뮤지컬 '레드북'은 강렬한 캐릭터 '안나'를 앞세워 관객 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으로 선정된 후 2017년 트라이아웃 공연, 2018년 초연을 거친 뒤 3년만에 돌아왔다.

매끄러운 서사와 중독성 있는 넘버,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대사, 배우들의 능수능란한 연기들이 더해지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뭐 하나 단점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다.


여성의 꿈 찾기라는 점에서 성장물인 동시에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오마주한 느낌도 있다.

돈과 지위가 있는 남자와 가난하지만 자존심 센 여자가 티격태격 기싸움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오해와 편견으로 멀어졌다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결합하는 구조가 그렇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21세기 지금 우리 사회의 젠더 이슈를 건드리는 지점도 있다. 작가와 평론가의 관계를 '섹스'라고 규정하며 여성 작가의 성을 착취하려는 평론가에게 안나는 그의 성기를 걷어차며 단호하게 맞선다.

'올빼미를 불러' '사랑은 마치'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낡은 침대를 타고' '뮤즈' 등 다양한 색깔의 넘버가 귀를 즐겁게 한다. 안나 역을 맡은 아이비의 연기가 물이 올랐는지 맛깔스럽다. 공연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8월 22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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