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하루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게 기타 매력"

입력 2021/07/30 17:09
수정 2021/07/30 22:06
대관령음악제서 독주회 여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

"오케스트라 곡도 혼자 연주"
평창서 바흐·스카를라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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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 하지만 작은 소리는 그 어떤 악기보다도 더 작고 세밀하게 낼 수 있다. 마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처럼.

"세 살 때부터 평생 기타를 쳐왔는데도 매일매일 기타 소리가 너무 좋아요. 편안하고 하루 종일 들어도 방해가 되지 않죠. 작은 연주홀에서 기타를 연주하면 관객과 친밀하게 대화하는 느낌이에요.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음량이 큰 악기에선 찾을 수 없는 매력이죠."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5)는 클래식 기타의 불모지 한국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는 15개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그중 9곳에선 우승했다. 특히 그가 우승한 벨기에 프랭탕 국제기타콩쿠르는 기타계의 퀸엘리자베스로 꼽히는 최고 권위의 콩쿠르다.


박규희는 다음달 1일 제18회 평창 대관령음악제, 19일 롯데콘서트홀의 기획공연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피아졸라 작품을 연주하는 등 8월에만 모두 6차례의 연주회가 예정돼 있다. 30일 대관령음악제가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박규희를 만났다.

"기타는 현악기이지만 한 번에 최대 6개의 음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피아노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바이올린, 첼로 같은 현악기는 기본적으로 단선율 악기잖아요. 기타 하나만으로 오케스트라 작품을 연주할 수도 있죠. 그만큼 독립적인 악기예요. 음량이 작다는 게 반드시 단점인 건 아니에요. 작은 소리는 정말 작게 낼 수 있어서 전체적인 표현 범위는 다른 악기 못지않아요."

기타는 인류의 음악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악기다. 만들기 쉽고, 들고 다니기 편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 보편화됐다. 기타와 같은 원리의 악기를 동서양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17~18세기 피아노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기타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사람들이 피아노로 독주도 하고 노래 반주도 하면서 사실상 그전까지 기타가 해오던 역할을 대체했다.

"바흐가 류트(기타의 원조 격인 악기)를 위한 모음곡을 쓸 정도로 기타는 보편적인 악기였어요. 하지만 이후 피아노의 성능이 발전한 고전·낭만주의 시대 들어 작곡가들은 더 이상 기타 곡을 쓰지 않았어요. 실제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인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기타 곡을 단 한 곡도 쓰지 않았죠. 그러다가 스페인의 기타 연주자 세고비아 덕분에 기타 연주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됐어요. 그는 바흐의 작품 대부분을 기타 곡으로 편곡해 냈어요. 덕분에 바흐는 기타 연주자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됐죠." 다음달 1일 '시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대관령음악제 독주회에서 박규희는 스카를라티의 '건반 악기를 위한 소나타'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샤콘'을 기타로 펼쳐낸다.

"기타 소리는 바로크시대의 피아노인 하프시코드와 소리가 비슷해요. 하프시코드도 기타처럼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거든요. 스카를라티 곡은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된 곡이라 기타로 연주해도 무척 어울려요. 바흐는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를 작곡할 때 오르간 소리를 생각하면서 썼어요. 기타가 바이올린 보다 여러 음을 낼 수 있는 만큼 음을 좀 더 풍부하게 채워 연주할 생각이에요."

[평창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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