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보이스’ 쫄깃한 액션에 잘 만든 피싱 디테일

입력 2021/09/18 09:55
영화 ‘보이스’는 전직 형사가 보이스 피싱으로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 피싱 본거지에 잠입하는 리얼 범죄 액션물이다. ‘보이스 피싱’을 전면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인 데다 뛰어난 디테일로 보이스 피싱 범죄의 치밀함을 보여 주며, 그 와중에 영화적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코로나 시국의 비대면 피싱 피해가 심각한 지금, 영화가 주는 함의는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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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형사인 건설 현장 작업반장 ‘서준’(변요한)은 보이스 피싱 전화로 인해 아파트 중도금을 잃고, 아내까지 교통사고로 쓰러진다. 건설 현장 직원과 가족들을 상대로 한 피해 금액 30억 원을 되찾기 위해 서준은 중국에 위치한 보이스 피싱 본거지에 콜센터 직원으로 잠입한다.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 피싱 스케일을 두 눈으로 목격한 서준은 그곳에서 아내가 처음 들었던 보이스 피싱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인 ‘곽프로’(김무열)를 만난다.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 피싱 작전을 기획하는 과정, 그것을 실천하는 이른바 ‘보이스들’의 모습, 체계화된 현금 인출책들의 움직임 등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보이스 피싱 세계의 최심부를 깊이 파헤친다. 범죄 초창기 연변 사투리로 전화를 걸어 현금을 요구하던 범죄자들은 이제 개인정보들을 불법으로 수급하는 금융 전문가에 가까워졌고 실제로 리얼한 작전 대본을 완성한다. 이들은 누구나 속을 법한 위장 앱, SNS 메신저, 위장 홈페이지를 이용해 순식간에 피해자를 낚아채고, 역할극과 IT 기술로 공권력을 완벽히 사칭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김현수 변호사’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조직에 잠입한 서준 역의 변요한은 ‘보이스’를 통해 ‘본격 액션 배우’로의 변신을 알린다. 떼로 몰려드는 적들과의 격투는 물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엘리베이터 안을 타고 오르는 거친 추격 신까지 직접 해냈다. 특히 정체가 탄로나 쫓기는 장면에서는 밀실, 엘리베이터와 사무실, 옥상을 오가며, 역대급 다이내믹한 액션 신을 선보인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악역의 탄생을 예고한 곽프로 역의 김무열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 깊은 욕망과 서늘함, 정교한 악함을 동시에 보여 주며 ‘구강 액션의 달인’임을 증명한다. 보이스 피싱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블랙 해커 ‘깡칠’(이주영)과 지능 범죄 수사대 ‘이규호 팀장’(김희원)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나, 기획실 총책 곽프로와 콜센터 감시자 ‘천 본부장’(박명훈)의 조직 내 힘겨루기가 선사하는 긴장감은 ‘두뇌와 주먹의 대결’을 연상시키며 심장 쫄깃한 재미를 선사한다. 본인이 피해자로, 피해 금액을 메우려 다시 보이스 피싱 조직에 취업했던 ‘막내 보이스’(이규성 분)가 선사하는 반전 역시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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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선 가까이 접근하기도 힘들다는 보이스 피싱 조직을 영화에서나마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은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영화 속에서 거대한 보이스 피싱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콜센터 공간이 주는 압도감과, 환치기와 인출책 등 보이스 피싱 용어들이 주는 디테일이 영화적 긴장감에 리얼함을 더한다. 특히 ‘박비에르 바르뎀’으로 보일 정도로 국적을 알기 힘든 모호한 헤어스타일에 특유의 강렬한 눈빛 연기를 입힌 박명훈의 등장은 짧지만 강렬하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피해자를 낚기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은 정도로 치밀한 보이스 피싱의 디테일과 함께, ‘배운 범인’ 김무열의 스펙터클한 구강 액션, 온몸으로 구르고 달리는 변요한의 다이내믹한 액션이 영화적 재미를 완성한다. 러닝 타임 109분.

[글 최재민, 사진 수필름, CJ ENM]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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