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작곡가 박영희 "최양업 신부 사랑, 음악으로 돌려드려"

입력 2021/10/26 18:45
수정 2021/10/26 19:15
최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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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작곡가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26

최양업 토마스 신부(1821~1861)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사제가 된 인물이다. 라틴어로 된 교리를 우리말로 번역해 천주교인들에게 전한 그는 조선에서 많이 불리던 가사(歌辭) 양식을 차용해 천주가사를 만드는 등 한국 고유의 음악과 서양 음악을 조화시킨 선구자로도 꼽힌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은 재독 작곡가 박영희(76)는 동양 철학과 한국의 소리를 바탕으로 서양 음악을 표현하며 한국의 정신과 음악을 세계에 알려왔다. 다음 달 처음 무대에 오르는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음악을 그가 맡았다.

시대는 다르지만 닮은 가치를 추구한 두 사람의 삶과 철학이 오페라를 통해 하나로 겹쳐지는 셈이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열린 '길 위의 천국' 제작발표회에서 박영희는 "15년 전에 서한집을 읽고 신부님을 너무나 사랑하게 됐고, 음악을 바쳐서 나의 사랑을 돌려드리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영희는 우연히 읽은 최 신부의 서한집 속에 나오는 라틴어 가사로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하면서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겸손한 자세로 살면서 고통받는 민초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한 최양업 신부의 삶에 감동하고 음악적으로도 영감을 받았다. 최 신부의 흔적이 남아있는 배티 성지를 순례하고 곡을 써나갔고, 그 음악이 모여 이번 오페라가 완성됐다.

그는 "신부님에 대한 사랑은 점점 깊어졌지만, 곡을 쓰면서는 오히려 순간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조금 멀어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길 위의 천국'은 서울부터 산간 오지까지 하루 최대 100리(약 40㎞)를 걷는 등 천주교를 설파하기 위해 전국을 누빈 최 신부의 업적과 일대기를 그린다.


기존 오페라 양식을 벗어나 서양음악, 한국음악, 무용, 성악, 연극 등이 조화를 이룬다.

박영희는 "우리말이 갖는 특징을 노래에 얹어서 조금 다른 형태로 청중들이 듣게 하는 게 목표였다"며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에서 벗어나 포기하는 것을 배우면서 소박한 음을 들려주려고도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본은 고연옥 작가와 이번 오페라 프로젝트 총감독인 청주교구 류한영 신부가 함께 썼다. 최 신부가 스승인 르그레즈와 신부, 리브와 신부와 주고받은 19개 편지가 바탕이 됐다.

예술감독과 지휘는 독일 트리어시립극장과 울름극장의 부총음악감독 및 수석지휘자를 지낸 지휘자 지중배가, 무대 연출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이수은이 맡았다. 테너 김효종이 최 신부 역으로 출연하고, 배우 이윤지가 해설자로 무대에 선다.

지중배 예술감독은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보다 조선 후기 민초들의 삶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며 "극의 주인공은 최양업 신부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합창단과 조연들이 표현한 민초들"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 달 12~13일 청주, 20~21일 서울, 23일 광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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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종 테너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제작발표회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1.10.2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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