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렇게 매력적인 것들…창의적 인디 브랜드의 약진

입력 2021/10/13 10:32
요즘 특히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여러 브랜드를 보면 생소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매혹적이다. 인디 브랜드들의 약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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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은 감각적인 쇼룸과 생산 과정을 공유하는 오픈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사진 stickher 홈페이짖)



▶더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디’

최근 지인의 소개로 곡물 가루를 구입했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구매하려 함이었다. 소위 미숫가루 또는 선식이라 불려 온 가루다. 가까운 전통 시장이나 마트에만 가도 우후죽순 널려 있는 제품들이기도 하다. 추천을 받았기에 한번 구매해 봤다. 흔한 제품들보다는 비쌌다. 배송을 받고 한번 시음해 봤다. 결과적으로 현재, 매일 아침 필자는 이것만 먹고 있다. 스스로 팬이 된 거다. ‘바움baugm’이라는 브랜드인데, 이걸 만드는 사람의 연구와 정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통칭 미숫가루라고 불리는 이 곡물 가루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방랑하고, 좋은 재료를 선별하여 만드는 그 ‘스토리’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대기업도 식사 대용 가루를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굳이 곡물 가루가 아니어도 우리네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대량 생산 체제와 대형 브랜드 범주에서 유통된다. 단편적으로 결론지어 말하자면 모두가 이 브랜드들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 ‘인디’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상투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인디펜던트’의 약자인 이 단어는 한국에서 유독 ‘독립’이라는 의미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영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흔히 독립 영화라고 불리는, 그래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어떤 것들을 총칭하는 용어로 쓰여 왔다. 1990년대에 활성화되기 시작한 음악 신의 ‘인디 뮤직’ 또는 ‘인디 밴드’라는 명칭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이 말은 메인 스트림이 아닌, 또 다른 시장에서 유통되는 어떤 것으로 많이들 이해해 왔다. 작은 규모의 자본이 투여되고, 또는 주류 산업과는 차별화된 길을 걷는 어떤 이들을 총칭할 때 이 단어를 주로 사용해 온 것이다. 이렇게 제외 혹은 배제의 경계에 있던 인디라는 말이 이제는 주류보다 더 괜찮은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에서 특히 더 부각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산업의 한 범주에 인디라는 수사를 붙이게 되면, 거기에는 조금 더 독립적이고, 더 자유로우며, 더 창의적인 발상이 가미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이미지가 덧입혀진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서두에서 말한 곡물 가루 역시 ‘인디 브랜드’라 칭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인디가 영세한 독립 제작의 형태로 이해되면서, 만듦새에 있어 일정부분 엉성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데 반해 현재의 인디는 이를 완전히 넘어서 대기업의 어떤 것보다 더 훌륭한 품질을 갖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움이라는 브랜드의 수제 곡물 가루를 받아서 시음한 이후 필자도 인디 브랜드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되려 이 가루는 대기업 제품보다 조금 더 장인 정신이 가미된 훌륭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인디 브랜드에 대한 인식론적 변화는 현대의 소비자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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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만나다

역사적으로 소비자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서 가장 하단에 위치해 있었다. 이는 부정하고 싶어도 그간 우리네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금세 이해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주로 톱다운 방식, 전통적 미디어의 광고 등을 통해 어떤 상품의 정보가 전달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소비의 선택지가 없이, 필요하다면 구매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급자와 소비자의 입장이 전복되었다. 그래서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또 힘을 합친 소비자 세력의 권력을 통해 비교 우위 선상에 놓인 제품들을 능동적으로 소비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취향, 가성비, 가심비 등의 요소들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면서부터 인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더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 새로운 소비자는 전통 미디어 플랫폼의 광고에 휘둘리지 않는다. 심지어 온라인 미디어에서 일종의 광고 기사로 작성되는 이런저런 소식들도 필터링 할 줄 안다. 그만큼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하고, 옳은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치가 탑재되어 있다. 이들은 명확한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광고에 의지해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소비자 세대는 수많은 정보를 비교 분석하고, 또 스스로 롤 모델로 설정한 인플루언서(연예인 혹은 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인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의 소개,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로 급부상한 환경 문제까지 고려해 제품을 선택한다. 그래서 인디 브랜드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굉장히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니까 과거의 인디에 대한 이해가 저예산, 독립성 등을 강조했다면, 현재의 인디 브랜드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더 친환경적인,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한 라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다소 가격이 높게 책정되더라도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부합되면 선뜻 지갑을 열어 구매하기에 이른다.

요즘 필자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희녹hinok’이라는 브랜드가 종종 눈에 띈다.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데, 이들은 섬유 탈취제, 공간 방향제 정도를 판매하는 아주 작은 규모의 인디 브랜드다. 그런데 (물론 마케팅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해서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음이 확연히 느껴진다. 이를 보면서 느낀 점이 한 가지 있다. 인디 브랜드의 특성은 대기업과 조금 더 다른 측면에서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일단 패션, 리빙 등을 포함한 대부분 인디 브랜드들은 브랜드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등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쓴다. 이 역시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MZ세대는 텍스트로 소통하기보다는 이미지와 비주얼로 이야기한다. 핫 플레이스라 불리는 인기 있는 카페, 레스토랑들이 좋은 품질의 커피나 음식을 서빙하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사진 촬영 시 좋은 이미지를 뽑을 수 있는 공간감과 색채감이다. 그래야 핫 플레이스 등극이 더 쉬워진다. 인디 브랜드 제품들의 패키지가 굉장히 감각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인디 브랜드라는 말은 영세한 소상공인을 넘어 소비자의 관심을 뜨겁게 받는 브랜드로 재편되고 있다. 매번 의미 없이 사용하는 세탁 세제 하나를 구매할 때도 대형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보다는 조금 더 환경을 고려하고,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세탁실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디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욕실 공간에 샤워기 하나를 교체할 때도 마트에서 판매하는 은색 컬러의 보편적인 것들보다는 감각적인 컬러와 디자인을 내세운 제품에 호감이 간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을 고를 때조차도 이런 무드에 포커싱 된다. 패션, 뷰티 제품을 비롯해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또 소비자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물론 이 많은 브랜드들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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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자라는 편백나무를 원료로 스프레이 제품을 생산하는 ‘희녹’(사진 hinok 홈페이지)



▶인디의 ‘스토리’에 매료되는 사람들

그런데 말이다. 인디 브랜드의 성공에는 그 브랜드를 만든 이들의 ‘스토리’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굳이 인디 브랜드가 아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우리네 주변에서는 ‘세계관’이라는 어떤 스토리의 구축이 일상화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아이돌 그룹 모두가 그룹의 세계관, 혹은 앨범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활동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할리우드의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일종의 마블 유니버스도 마찬가지다. ‘MCU’라고 불리며 사용되는 이 세계관과 마찬가지로 게임, 메타버스, 아티스트 등에게 이 세계관은 소비자와 만나는 핵심 소통 창구가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계관은 마치 스토어에 일렬로 진열된 제품과 유사하다. 모든 세계관을 다 소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소비자는 자신과 부합하는 세계관(스토리)을 선택하고, 그에 깊은 로열티를 가진다. 인디 브랜드의 스토리도 이 세계관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에 있는 소비자와 만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근래 구매한 욕실 필터 샤워기 제품이 있다. 철물점에서도 판매하는 흔하디 흔한 샤워기를 배제한 지 오래다. SNS 커뮤니티 마케팅을 통해 기능성을 강조한 (그 탓에 외관은 기존 제품과 유사한) 필터 샤워기를 구매 후 사용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필자의 집 욕실에는 ‘언커먼하우스uncommonhouse’라는 인디 브랜드의 필터 샤워기가 장착되어 있다. 일단 샤워기 본체의 컬러 감각이 다채롭다. 제품 디자인의 창의력이 돋보여 구매한 경우다. 그런데 브랜드의 스토리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버지와 딸이 브랜드 설립자고, 해외의 저렴한 기업들에 밀려 자리를 잃어 가는 한국의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표 장인’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이야기인가 말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사례가 어쩌면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인디 브랜드의 모범이 될지도 모르겠다. 파타고니아는 설립부터 지금까지 의류 산업에 의해 파생되는 환경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브랜드다. 많은 소비자들은 이들의 선한 기업 이미지와 또 좋은 디자인에 흔쾌히 구매를 한다. 심지어 이 브랜드에 충성심마저 가진다. 이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태어난 해외의 인디 패션 브랜드들이 우리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아니 지금도 그런 브랜드들이 우리의 마음을 열기 위해 줄 서 있다. 마케팅적 측면에서 대부분 새로운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로 소비자와 소통하려 한다. 동시대의 소비 중심이 된 MZ세대들은 공감할 수 있는 세계관이 생기면 빠져들고 매료된다. 이처럼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했을 때 공감을 얻은 브랜드들은 꽤 성공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기회를 얻는다.

굳이 소비재를 생산하는 회사를 인디 브랜드라고 지칭할 이유도 없다. 인디 브랜드라는 건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서비스 플랫폼에까지 확장될 수 있기에 그렇다. 팬데믹이 지속됨에 따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고, 그 탓에 홈 인테리어는 많은 이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아파트멘터리apartmentary’라는 회사는 인디 브랜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방송사 PD였던 창업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한 이력을 책으로 담아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인디 브랜드 아파트멘터리를 차렸고, 2019년 즈음에는 벤처 기업으로서는 꽤 큰 사이즈인 1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현재 그 브랜드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편의성을 앞세운 이야기로 인테리어 시장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패션 및 뷰티 인디 브랜드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로 소비자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누차 언급하지만 여기에 디자인, 품질이 담보되어야 하는 건 필수다. ‘클로브clove’라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의 설립자는 골프와 테니스를 좋아해서 자신이 편하면서도 멋스럽게 입을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눈길을 끄는 로고 디자인과 제품 퀄리티를 기저에 깔고, 이 색다른 브랜드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다. 최근 클로브는 카카오로부터 좋은 조건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인디 브랜드의 시작은 미미할 수 있어도, 그들의 스토리가 전파되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 좋은 반응이 도출됨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인디 브랜드에의 관심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동세대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감성과 이야기를 원한다. 옷을 사더라도 명품으로 대변되는 하우스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면 조금 더 개성 넘치는 인디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한다. 리빙 디자인 제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먹고 마시는 식음료조차 그렇다. 필자는 최근 파기름과 고추기름을 레트로한 캔 패키지에 담아 판매하는 식자재 세트를 구매했다. ‘누구든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브랜드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에는 수많은 인디 브랜드들이 피고 진다. 물론 그 설립 의도 속에는 (돈 잘 버는)기업으로의 견인이라는 성장 목표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큰 기업이 되었다고 해서 비난할 필요도 없다. 왜냐고?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세계관을 설파할 것이니 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확장되었다는 점. 이것 하나만으로도 인디 브랜드의 약진을 응원할 만하다.

요즘 특히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여러 브랜드를 보면 생소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매혹적이다. 인디 브랜드들의 약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글 이주영(라이프 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각 브랜드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9호 (21.10.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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