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tylife 제798호 (21.10.05) BOOK

입력 2021/10/13 10:32
▶주식시장이 개미지옥이 된 이유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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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지음 / 민음사 펴냄

“한 용감한 인류학 연구자가 몸으로 부딪혀 그곳을 탐사하고 근사한 보고서를 들고 돌아왔다. 개인전업투자자. 50대 대졸 인문계 출신 남성이 주로 희생되는 지형이다.”

장강명 소설가가 이렇게 묘사하는 ‘그곳’은 어딜까.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혈혈단신으로 자본시장과 맞서 싸우는 주식시장이다. 비트코인, 주식, 선물옵션… 대학생연합 주식동아리는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되었고 ‘존버’, ‘손절’ 등의 주식 용어는 일상어로 편입, 확대되어 그 기원을 궁금해 하는 자가 없을 정도다. 지금은 주식하는 사람보다 주식 안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세상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900만 개인주식투자자의 시대. 주식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때로 경제라는 대우주 안에서 주식이라는 소우주에 기거하는 투자 인류로 정의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성공 신화로 가득한 개인투자자 서사에 균열을 내는 다른 목소리다. 개인전업투자자들, 그들은 왜 손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어떤 배경을 가진 자들이 개인전업투자자, 속칭 개미가 되는가. 개미들은 어떻게 돈을 잃어 가며 그들은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추지 못한 채 끝내 필패의 질서에 포섭되는가. 매매방 입실자의 책상에 붙여진 매매원칙 십계명, 투자자 명심보감,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 주식에 대한 각종 통계 자료와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차례로 응답해 준다.

저자가 만난 주 면담자는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남성이지만 저자는 최근의 급증한 청년투자자들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는다.


‘손절매’를 철칙으로 삼는 중년 세대의 투자관과 ‘존버’를 기본으로 하는 청년세대의 투자관에서 비롯되는 세대별 인식 차이를 포함, 주식투자를 둘러싼 변화의 풍경을 통해 현대인의 꿈인 ‘경제적 자유’를 향한 신념과 희망의 연원을 추적한다. 더불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거나 ‘수업료’ 등 고통을 성공에 수반되는 필수 과정으로 여기는 언어의 속임수에서도 투자를 계속되게 만드는 동력을 찾는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금융경제 풍속도를 재치 있게 통찰함으로써 일상에 숨겨진 투자를 권하는 사회의 측면을 분석한다. 사회적 관점으로 주식을 바라보는 이 책은 개인투자자의 실패를 개인 차원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재맥락화함으로써 투자하는 인간 본연의 인지 심리적 경향과 더불어 투자를 할 만한 것으로 재생성하는 사회문화적 구조, 이를 통해 개미 집단이 내면화하고 있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념과 믿음을 정면으로, 또한 총체적으로 바라본다. 주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치열하고 복잡하며 공허하고 모순적인 욕망의 사슬에 대한 신중한 관찰과 명민한 분석은 오늘날 금융의 시대가 만든 인간 초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선사한다.

▶조직의 병폐를 현미경으로 들어다보다 『관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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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지음 / 민음사 펴냄

국도 옆으로 파 놓은 터에 관을 매립하는 일로 정신없는 인부들 사이, 좀처럼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름은 선길이다.


한때 기업의 회계팀장으로 일했던 그는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장 최고 관리자의 의지에 따라 멧돼지 보초병이라는 불가해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며칠 밤을 새워도 멧돼지는 보이지 않고, 멧돼지를 지키던 선길의 모습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는 여느 일터와 다를 바 없던 현장을 순식간에 갖은 병폐를 안고 있는 부조리한 무대로 탈바꿈시킨다.

무에서 유를 일구어 내는 공사 현장이자 누군가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삶의 현장, 동시에 은폐와 카르텔로 얼룩진 불의의 현장이기도 한 이곳은 도덕과 윤리가 고장난 죽음의 현장으로 기능하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어둠의 장소가 된다. ‘관리’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힘과 저기에 기생하는 작은 인간들의 타협은 현실을 점점 더 왜곡시키고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재난과 부조리가 일상이 된 한국의 조직사회를 현미경처럼 파헤치는 소설이다.

저자인 이혁진은 계급사회를 그리는 최고의 화가다. 장편소설 『누운배』와 『사랑의 이해』를 통해 회사로 대표되는 계급 사회와 그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들의 다층적 욕망을 그려 내며 개성적인 색채를 보여준 바 있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8호 (21.10.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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