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호소다 마모루의 감성 메타버스

입력 2021/10/13 10:33
제작비 300억 원을 투입한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 아이’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3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는 엄마의 죽음으로 더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된 소녀 ‘스즈’가 가상 세계를 통해 화제의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는 메타버스 힐링 판타지다.

96889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주근깨를 가진 소심한 성격의 아웃사이더 ‘스즈’는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된다. 우연히 가상 세계 ‘U’에 접속한 스즈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 순식간에 수천만 명의 폴로어를 지닌 스타가 된다. 그러나 벨의 대규모 콘서트 날, ‘용’이라 불리는 의문의 존재가 나타나 공연을 망치고 U의 질서를 흐트러뜨린다.


경비대는 모두의 미움을 받으며 악성 댓글과 루머를 몰고 다니는 용의 현실 모습을 U에 드러내려(언베일) 하고, 벨은 온몸에 멍이 든 채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용에게 마음이 쓰인다.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일본 감독 역사상 최고 흥행작이 된 ‘용과 주근깨 소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부터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 ‘미래의 미라이’(2018)까지, 3년 주기로 새 작품을 선보여 온 ‘감성 재패니메이션의 대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역시 3년 만의 신작이다. 12년 전, 인터넷 가상 세계 Oz를 배경으로 한 영화 ‘썸머 워즈’를 선보였던 감독은 3D 애니메이션 CG를 캐릭터에 도입하고, 실제 5G 전문가와 보디 셰어링 연구자의 자문을 받아 더 업그레이드된 가상 세계를 선보인다. 영화 속의 U 유저들은 이어폰을 착용하면 시각이 동기화되면서 가상 세계 U로 접속한다.


현실의 생체 정보와 연동해 유저(오리진)의 내외면이 모두 아바타에 스캔되는 보디 셰어링으로, 현실과 가상 세계는 한층 허물어진다. 가상 세계 U, 그 세계 속의 분신 As 등 메타버스 소재에 자신의 주무기인 감성 성장 스토리를 가미한 호소다 마모루는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미녀와 야수’를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어 냈다.

스즈와 가상 세계 아바타인 벨의 목소리는 1992년생 뮤지션 나카무라 카호가 연기했다. 수년 전 그녀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목소리에 반한 감독이 직접 캐스팅했는데 그녀는 극중 하이라이트 곡인 ‘노래여(Gales of Song)’, ‘멀리 떨어진 너에게(A Million Miles Away)’ 등의 작사에도 참여했다. 비밀을 품은 의문의 존재 용은 ‘바람의 검심’ 시리즈로 유명한 사토 타케루가, 스즈의 소꿉친구이자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냉미남 ‘시노부’는 배우이자 모델인 나리타 료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내성적인 스즈의 평범한 일상은 판타스틱한 가상 세계의 모습과 확연한 대조를 이뤄,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다. 마이너한 존재를 배척하는 것은 가상 세계도 마찬가지다.


AI, 사이버 불링(디지털 괴롭힘), 메타버스 등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인터넷이 발전한 디지털 시대의 명암을 통찰력 있게 드러낸다. 엄마의 죽음 후 서먹했던 스즈와 아빠와의 관계 회복과 현실 속 용의 오리진을 고난에서 구하는 내용을 통해서는 가족애를, 사이버 가수 벨에 열광하는 가상 세계는 SNS 팔로어 수에 목숨을 거는 현실 세계를 보여 준다. 벨의 캐릭터 디자인은 ‘겨울왕국’, ‘모아나’, ‘라푼젤’ 등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상진이 맡았다. 뮤지컬 같은 공연 모습과 멋진 작화가 호소다 마모루의 성장 만화를 타고 흐른다. 메인 테마곡 ‘U’는 일본의 유명 밴드 ‘킹누’ 리더 츠네타 다이키의 프로젝트 그룹 ‘밀레니엄 퍼레이드’의 솜씨.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성장 스토리에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의 미래 모습과 함께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하는 가사가 귀에 남는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첫 시네마스코프 방식 제작 영화로 극장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 러닝 타임 121분.

[글 최재민 사진 얼리버드픽쳐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9호 (21.10.12)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