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전통과 현대 미술의 절묘한 어우러짐

입력 2021/10/13 10:33
2012년 첫선을 보인 ‘덕수궁 프로젝트’는 2017년, 2019년에 이어 올해 ‘현대 미술과 어우러진 궁중의 정원’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함께 준비한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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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로 작가의 ‘홍도화’



전시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은 건축물을 통해 덕수궁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정원으로 과거와 지금을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특히 정원에 집중한다. 정원은 만들어진 제2의 자연이며,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이자, 자연과 문화에 대한 인간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을 구현한다. 로버트 포그 해리슨은 자신의 책 『정원을 말하다』에서 “정원은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는 곳이다.


그 시간이 개인적이든, 역사적이든, 지리학적이든 간에 말이다. 과거의 모든 차원은 신체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여기 한 뼘의 땅에 모이기 때문이다”라고 정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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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원 작가의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윤석남 작가의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 1930년대 어느 봄날’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 미술가 권혜원, 김명범, 윤석남, 이예승, 지니서와 조경가인 김아연, 성종상, 애니메이터 이용배, 식물학자이자 식물 세밀화가인 신혜우, 무형 문화재 황수로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9팀이 참여한다. 9점의 작품은 덕수궁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권혜원 작가는 덕수궁 터에서 정원을 가꿨을 정원사를 상상하며 덕수궁 정원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변화하면서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 이야기한다. 작가는 인간과 더불어 존재해 온 덕수궁 내 식물들의 모습을 낯선 방식으로 포착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지식 범위 밖에 있는 식물의 세계를 보여 준다.

윤석남 작가는 1930년대 어느 봄날을 펼쳐놓았다. 작가는 폐목을 말려 밑칠하고 그 표면에 전근대와 근대를 살아온 이름 없는 조선 여성들의 얼굴과 봄을 명쾌한 윤곽선과 색으로 그려냈다. 폐목은 작가의 손을 거쳐 생명을 얻고 새로운 시대를 마주한 그녀들의 의지와 기대를 담아낸다.


작가 지니서는 중화전과 석조전, 즉 덕수궁의 전통 영역과 근대 영역의 중심축이 평행을 이루지 않고 한 지점에서 만나는 장소의 역사성을 주목한다. 동과 서, 전통과 근대의 ‘다름’을 ‘차이’로 보고 대립과 갈등을 강조하는 대신, ‘간격’으로 간주하며 둘을 서로 마주보게 한다. 이 마주 보기는 관념이 아닌 현상학적 경험을 통해 풍경을 재인식시킨다. 경험의 정수는 거닒과 멈춤에 따라 변하는 풍경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놀라움에 있다. 석조전의 웅장한 기둥과 역사에서 사라진 중화전 행각의 열주를 상기시키는 장대에 열린 구조의 구리로 만든 큐브가 걸려 있다. 이 구조물은 가변적이어서 접혔다가 펼쳐지고 직선의 형태에서 곡선의 형태가 되고 바람이 불면 움직이며 풍경 소리를 낸다. 그의 작품이 바로 ‘일보일경一步一景/驚’이다.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단청이 없는 석어당을 중요 무형 문화재 제124호 황수로가 주목했다. 그리고 그의 작품 ‘홍도화’를 그곳에 설치했다. 황수로는 일제 강점기에 맥이 끊긴 채화, 즉 조선 시대 궁중 공예의 정수이자 궁중을 꾸미던 가짜 꽃으로 정원 문화를 보여 준다. 식물학자 신혜우는 우리나라의 식물학은 어떻게 시작됐을 지를 상상하며 ‘면면상처: 식물학자의 시선’을 선보였다. 작가는 2021년 봄부터 덕수궁에서 발견되는 모든 식물을 대상으로 채집과 조사 관찰, 기록을 수행해 덕수궁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간직한 식물들을 표본과 그림, 글로 풀어낸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9호 (21.10.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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