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tylife 제799호 (21.10.12) BOOK

입력 2021/10/13 10:33
▶세종대왕에게는 스쿼트가 필요했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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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환 지음 / 부키 펴냄

세종대왕에게도 지병이 있었다. 운동과 말타기를 멀리해 아버지 이방원이 걱정을 했으며,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곤 했다. 눈이 까끌거리고 앞이 안보였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했다. 세종대왕은 치료를 위해 용하다는 온천을 찾아 전국을 다녔지만 마음만 답답할 뿐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의 통증은 눈병이 12번, 허리 통증 6번, 방광염 증상 5번 등으로 가장 빈번하다.

이지환 건국대 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이처럼 역사에 기록된 세종의 증상을 통해 추측되는 지병은 척추에 염증이 생겨 허리뼈가 굳는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진단한다.


우리가 흔히 세종을 ‘운동을 게을리한 왕’으로 오해해왔던 사실에 대한 변명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칼로 세워진 왕국인 조선의 왕이 운동을 싫어했을리는 없고, 그것으로 아버지께 밉보일 리도 없었을 거라는 추측도 더한다.

30대 남성의 허리 통증은 대개 인대가 늘어나거나 근육을 다쳐서 발생하기에 자고 일어날 때 허리가 아프거나, 운동을 하나 삐끗해 아픈 경우가 많다. 세종의 만성 통증과는 다른 증상이다. 저자는 조선 시대에 헬스 트레이너가 있었다면 “대왕께서는 ‘운동이 약이다’를 외치며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하시라”고 종용했을 것이라고 첨언한다.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의사가 명탐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증상과 단서를 종합해 질병을 진단하는 일은 다양한 증거를 수집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범인을 밝혀내는 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탐정 셜록 홈스를 창조한 코넌 도일도, 홈스의 모델이었던 조지프 벨 박사도 모두 의사였으니 어쩌면 모든 의사는 홈스의 후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탐정이 되기로 했다.

환자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10명의 역사적 인물을 선정했다.


언어학자 세종대왕, 건축가 가우디,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작곡가 모차르트, 철학자 니체, 과학자 마리 퀴리, 화가 모네와 로트레크와 프리다 칼로, 가수 밥 말리가 그 주인공이다. 작가는 이들의 발병 원인, 증세, 투병 과정 중에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추리해나가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가우디, 도스토옙스키, 모네 등은 병약한 신체를 이겨 내고 탁월한 업적을 남겼지만,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악질 범죄자처럼 이들을 괴롭혔던 질병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들의 삶과 업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저자는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5년 만에 돌아온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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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환 지음 / 부키 펴냄

맨부커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오른 한강의 장편 소설이 5년 만에 나왔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를 다루는 작가의 또 한번의 도전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경하는 그것이 그 무렵에 꾸었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 뒤로 몇 해 동안 힘든 시기를 겪고 겨우 삶을 회복하는 사이 계획은 진척되지 못했고, 경하는 자신이 그 꿈을 잘못 이해했다고 마음을 바꾼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경하는 병원에 있는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인선이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은 것. 곧장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인선은 갑작스레 그날 안에 제주 집에 가 혼자 남은 새를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는 인선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길로 서둘러 제주로 향한다. 그러나 제주는 때마침 온통 폭설과 강풍에 휩싸여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고 산을 오르던 길에서 폭설과 어둠에 갇혀 길을 잃고 만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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