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벌이 만드는 세상…우리는 매일 꽃을 먹는다

입력 2021/10/13 10:33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을까. 꿀벌에 대한 생각은 조금 더 각별해질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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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먼저였다. 식물은 번식을 위해 바람과 비, 그리고 곤충을 이용하도록 진화했다. 번식의 기본은 꽃가루를 뿌리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곤충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역시 고운 색깔과 향기로운 냄새가 최고다. 꽃잎에 일정한 홈을 만들어 빛을 발산하고, 꿀을 만들어 그 향기에 유혹 당한 꿀벌, 나비, 꽃무지 같은 곤충 등이 꿀을 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지에 뿌려주는 꽃가루가 새로운 생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꿀벌 한 마리의 무게는 약 0.1g이고 자신의 모이주머니에 저장할 수 있는 꽃꿀의 무게는 최대 0.14g 정도다. 집으로 돌아간 꿀벌은 꽃꿀을 소화시킨 후 그것을 꿀통 즉 벌집의 육각형 방들 안에 토해 보관한다.


벌집에는 이렇게 꽃꿀을 따오는 일벌과, 새로운 벌을 생산하는 여왕벌, 그리고 여왕벌의 번식을 돕는 수벌 등 세 종류의 벌이 산다. 일벌은 꽃꿀을 따오는 것으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애벌레 양육도 일벌의 몫이다. 애벌레가 성장하는 시기가 오면 일벌은 로얄젤리를 분비한다. 이것을 애벌레에게 4일 동안 먹이고, 나머지는 여왕벌의 먹이로 저장한다. 로얄젤리를 먹고 산 여왕벌은 일생 동안 약 120만 개의 알을 낳는데, 그 수명이 5~7년에 이른다. 그에 비해 평생을 일만 하며 사는 일벌의 평균 수명은 고작 50일 정도에 불과하다. 벌집의 건축도 일벌이 다 한다. 자신의 몸에서 분비되는 밀랍이 건축 자재다. 솜씨가 얼마나 정교한지 면도날처럼 얇은 벽을 육각형으로 구축하고, 그곳에서 살고, 꿀을 보관하며 애벌레를 키우기도 한다. 애벌레를 키울 때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뚜껑을 만들어 밀봉하는 일도 일벌이 한다. 애벌레가 성장을 끝내면 뚜껑을 깨고 세상에 나온다. 그렇게 나온 일벌은 모두 암컷인데, 그중에는 수컷도 있다. 녀석들은 일생을 번식 작업만 하고 사라지고, 일벌은 일만 하다 죽는다. 육각형 벌집은 그 두께가 너무 얇아 갈라지기도 하는데, 그 보완 공사도 일벌이 한다.


이때 일벌은 식물의 잎과 줄기의 수액을 담아 돌아온다. 그리곤 자신의 침과 섞어 프로폴리스라는 물질을 만들어 마감 작업을 한다. 이 물질은 갈라진 벌집의 틈새를 메꾸기도 하지만 외부의 세균, 곰팡이 등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천연 벌꿀이 보관만 제대로 하면 1000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간은 꿀벌 덕분에 그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꽃과 식물들을 매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역사가 8000년에서 5000년에 이른다는 게 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이다. 도대체 기원전에 누가 꿀벌을 일상으로 데려와 양봉을 하기 시작했을까 신기할 뿐이다. 천연꿀(RAW HONEY)이나 로얄젤리, 프로폴리스 등 꿀이 된 꽃과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효능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으니 여기서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단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착하고 상식적인 인간의 과제다. 꿀벌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살충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성 물질을 농장에 뿌려대니 그 안에 있던 벌, 나비 등은 온갖 곤충들은 몰살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 살충제가 주변 들판과 숲의 꽃과 식물을 오염시키면 그곳에서 채취 활동을 한 일벌 등이 힘없이 죽어버리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살충제 퇴출 정책과 그 정책을 지지하는 아바즈 등 시민운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벌이 사라진 세상엔 인간도 있을 수 없다.

[글 이영근 사진 픽사베이, 이영근 참조 BEE&YOU]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9호 (21.10.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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