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Find Dining | 아재 입맛? 꿀맛!

입력 2021/10/14 15:07
아재가 좋아하는 메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아재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젊은이도 음식은 걸쭉한 걸 좋아하기도 하고, 누가 보아도 나이 지긋한 아저씨인데, 최애 메뉴가 햄버거나 떡볶이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균적인 아재들이 즐기는 음식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똑 떨어지는 맛, 녹차보리굴비정식 대치동 ‘사월에 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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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라는 이름의 생선은 없다. 조선 시대 반란을 꾀하다 영광 법성포로 유배를 간 이자겸이 어느 날 참조기 맛을 보고는 임금께 용서도 구할 겸 진상으로 올리며 그 이름을 굴비라 한 것이 어원이다. 요즘은 녹차굴비정식을 하는 식당들이 많다. 굴비는 참조기를 말려 가공하는 게 최상의 맛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새라는 이름의 생선도 참조기 못지 않게 맛있다.


굴비 맛을 결정하는 것은 어디에서 말려 어느 곳에서 숙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녹차 물도 중요하다. 굴비 가공 과정이 깔끔해야 하고 좋은 차로 우려낸 녹차 물에 밥을 말아야 보리굴비와 잘 어우러진다. 정직한 식당이 아니면 제맛을 내기 어려운 이유가 이런 까다로운 관리법 때문이다. 사월에 보리밥은 마늘수육보쌈(2만 원), 바싹불고기(1만8000원), 보리밥정식(8900원), 고등어구이정식(1만4000원) 맛집으로 유명해 대치동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식당이다. 이 집의 보리굴비는 중국산 부새를 해남의 해풍에 6개월 동안 말리고 쌀뜨물에 6시간 동안 담가 비린내를 제거한 후 오븐에 넣어 고온으로 찌고 다시 그릴에 구워낸다. 함께 나오는 녹차 물에 밥을 말아 한 숟가락 뜬 후 보리 굴비 한 점을 올려 먹는 그 맛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시설, 서비스 모두 수준급이지만, 오직 음식 하나로 격조를 느낄 정도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남부순환로 2913 동하빌딩 지하1층

운영 시간 11:30~21:30

▶홍어 먹을 줄 아시남? 야탑역 ‘남도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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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애탕이 먹고 싶어 검색해 보았더니 홍어 전문점보다는 술집, 특히 전라도 음식을 주로 하는 식당의 이름들이 많이 뜬다.


남도술상의 요즘 메인 메뉴는 생굴, 꼬막, 과메기 등 겨울 제철 음식들이다. 홍어 삼합이 포함된 코스 요리들도 메인급 메뉴다. 홍어 삼합과 조합을 이루는 메뉴로는 문어, 갑오징어, 매생이탕, 서대구이(8만5000원), 전복, 문어, 갑오징어, 계절 별미(9만8000원) 등이 있다. 물론 홍어삼합(3만8000원), 벌교꼬막(2만5000원), 우럭젓국(3만5000원), 홍어애탕(2만 원) 등 단품 요리도 판매한다. 그 밖에 식사 메뉴는 조금 더 간단하고 싼 편이다. 이 집의 음식들은 짜거나 매운 게 주제가 아니다. 식재 고유의 맛과 향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홍어애탕 한 그릇만 먹어도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제대로다. 삼합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장미로86번길 12 운영 시간 13:00~01:00, 일요일 및 공휴일 13:00~23:00

▶이것이 아재 찌개 공덕역 ‘굴다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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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화건달’로 불리던 사람치고 경의선 공덕 굴다리 아래에 있던 굴다리식당 한두 번 가 보지 않은 사람 없다. 시원 칼칼한 국물 맛, 씹는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풍성한 김치, 굵직굵직한 비계가 떡 하니 붙어있는 돼지고기만으로 공깃밥 두 그릇은 기본이었다. 함께 나오는 계란말이와 김의 인기도 최고였다.


그 메뉴, 그 맛 그대로 지금도 공덕역 근처에서 식당을 열고 있으니, 제대로 만든 음식 하나가 대를 이어 먹여 살린다는 말이 실감난다. 경의선 도시 구간이 공원, 지하화 되면서 굴다리식당은 근처 일반 건물로 이전했고, 맛도 굴다리 아래에 있을 때와는 달라졌다. 문화건달들의 입맛이 늙었고, 세월이 흘러 주방 이전에 따른 변화 등도 한몫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 형식은 지금도 변함 없다. 김치찌개 8000원, 제육볶음 1만1000원, 계란말이 1만 원.

위치 서울시 마포구 새창로 8-1 운영 시간 08:00~22:00 *명절 휴무

▶나이 들면 나물이지 판교 ‘에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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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을 느끼는 집이다. 수확철에 맞춰 확보한 나물들과 지리산에서 자란 콩을 사다 볏집에 띄운 청국장을 끓여준다. 모든 소스, 반찬을 손수 만든다. 방풍나물, 곤드레나물, 참나물, 깻잎순 등 누구나 즐겨 찾는 우리의 나물을 밥에 올리고, 참기름,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는 그 맛이 담백하기 짝이 없다. 도토리묵, 깻잎 등 수제 밑반찬들의 정갈함도 뛰어나다. 희한한 것은 고추장을 평균보다 많이 넣어도 맵기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게 다 살아있는 나물과 좋은 기름 덕분이다. 이 집의 출발은 남원시 운봉읍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26년 전에 시작한 나물 전문식당인데, 그 때 그 정성을 그대로 판교까지 가져왔다. 산나물과 반찬의 가짓수에 따라 산나물정식(1만 원), 산나물특정식(1만6000원)으로 나눠지고, 제철해물탕(1만2000원), 청매실 안심구이(2만4000원), 산나물보쌈(1만7000원), 표고버섯강정(1만7000원), 낙지볶음(1만7000원), 해물 산나물전(1만8000원) 등도 맛볼 수 있다.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177번길 25 아브뉴프랑 2층

운영 시간 11:00~21:30, 브레이크타임 15:00~17:00

[글과 사진 아트만]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0호 (21.10.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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