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안성팜랜드 #코스모스 #핑크뮬리 #가을여행 오늘, 가을, 꽃길 걷기

입력 2021/10/14 15:10
누구든 인생의 전성기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이다. 여행의 절정은 조금 다르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단풍이 마음을 찢어놓을 때, 은행잎이 눈을 멀게 하는 날,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내 첫 발자국을 찍을 수 있을 그때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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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면 만끽할 수 있는 꽃들의 전성기

국화와 코스모스, 핑크뮬리가 절정기를 맞았다. 동네에서도 느낄 수 있고 온갖 미디어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10월여행’이라는 해쉬태그를 입력하면 온통 꽃 이야기뿐이다. 여행지를 안성으로 잡은 것은 팜랜드에 한번 가 봐야지 하곤 여태 미루어왔던 게 첫 번째 이유다. 9시쯤 강남구 세곡동 근처 서울공항 앞에서 출발해 내비게이션을 켜니 소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였다.


안성팜랜드는 얼핏 개인이 조성한 농장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공공성을 지닌 공간이다. 안내문을 보니 이곳이 조성된 것은 1964년의 일이었다. 당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여 우리나라와 독일 정부가 지원한 돈으로 낙농업의 씨앗을 만든 것이다. 일반인이 팜랜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동물 구경과 체험, 꽃 구경이 전부이지만, 사실 이곳은 농협에서 주관하는 낙농업 연구, 육성, 상품화 시설의 일부를 시민과 공유하는 자연 동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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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양마을



팜랜드는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승마센터’, 애견파크 ‘파라다이스독’,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몸짓을 볼 수 있는 ‘체험목장’, 계절 꽃이 만발하는 꽃동산 ‘그림 같은 초원’ 등 네 곳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일부 체험은 별도 요금). 찾는 사람들의 주된 목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 방문객들의 동선은 ‘기-승-전-꽃동산’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곱고 향기로운 꽃에 홀리는 게 어디 벌과 나비뿐이랴.

승마센터는 승마의 이론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린이 승마교실, 재활 승마, 유소년 승마, 말 산업 체험 교실 등 몇 가지 프로그램들이 운영 중인데, 승마 체험이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다. 생후 36개월 이상 어린이부터 60세 미만 성인이 조교의 도움을 받아 말을 타 볼 수 있다. 체험 티켓은 현장 구매 가능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체험목장이다. 사람만 보면 ‘메엠엠엠’ 외치며 다가오는 양들이 사는 면양마을에서는 양몰이, 양털 깎기, 동물놀이 등 가벼운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관상용 조류관, 새모이체험관, 산양놀이터 등에서는 인간이 사랑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다람쥐놀이터는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모습, 안전철망으로 만든 둥근 관 속을 달리는 녀석들의 잽싼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바람개비 언덕 시작 지점에 있는 팜피크닉의 활쏘기 체험장에는 미래의 국가대표 양궁선수 김제덕과 안산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국궁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체험장이다. 팜피크닉에는 국궁 체험뿐 아니라 피크닉 용품을 대여할 수도 있고 기념품 구입도 가능하다.

바람개비 언덕 꼭대기에 오르면 다소 생경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보통 동물원에 가면 맹수든 온순한 동물이든 종이 다른 녀석들이 한 울타리 안에 사는 모습은 흔치 않다. 대규모 사파리 수준의 동물원의 경우 사자와 호랑이가 한 공간 안에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곰은 곰들끼리, 낙타는 낙타끼리 모여 사는 게 상식이다. 안성팜랜드의 동물들 역시 따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곳 바람개비 언덕 위에 있는 사육장에는 종류별 소와 타조, 꽃사슴, 흰사슴 등 몇몇 동물들이 모여 살고 있다. 특히 사진으로만 보았던 특이한 품종의 소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여행이 즐거움을 높여주는 신나는 경험이다.

▶얼룩소는 젖소가 아닌 우리 토종 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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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고양이에게 선물하고픈 다람쥐 원형 이동 놀이터, 풀 뜯어먹고 있는 노새들

한우의 국가대표인 황소, 1년에 8500kg의 우유를 생산하는 홀스타인 젖소, 저지소, 그리고 칡소를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칡소가 눈에 띄었다. 칡소는 한우 품종 중 하나로 피부 패턴이 갈색과 흙색이 섞인 위장복처럼 생긴, 강인해 보이는 녀석이다.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가사의 동요 ‘송아지’의 작사가는 시인 박목월이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얼룩소를 놓고 우리나라 토종 한우는 누렁이인데 얼룩소가 뭐냐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지만, 이것은 한우의 주요 품종 중 하나인 칡소의 실체를 몰라서 나온 오해의 발로다. 전해오는 말로는 일제 시대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엄청나게 많은 칡소가 있었지만 일제의 수탈로 거의 멸종 위기까지 갔다고 전해진다. 얼룩소는 바둑이 젖소가 아닌 칡소였던 것이다. 우리소 칡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귀한 칡소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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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없다고 울며 발길 돌리는 양들, 눈부신 산양들

저지소도 특별해 보인다. 영국령인 저지Jursey섬은 프랑스 노르망디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으로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으로 유명한 건지Guernsey섬과 더불어 채널군도의 주요 섬으로 분류된다. ‘국제 어두운 밤하늘 공원’으로 지정된 ‘사크섬’도 채널군도에 위치해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서 온 저지소는 일반적인 젖소에 비해 뛰어난 우유, 치즈, 버트 등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평가받은 우수 품종이다. 저지소는 한국의 흔한 바둑이 문양의 젖소와 달리 옅은 갈색을 띄고 있는 게 특징이다.

타조가 소들과 함께 있는 모습도 특이하다. 관계가 어떨까 궁금했는데, 역시 힘에서는 타조가 소의 한 수 아래였다. 소가 풀을 뜯어먹고 있을 때 타조가 와서 얼쩡거리자 소가 머리로 타조의 몸통을 툭 밀어버렸다. 타조는 바로 깨갱하고 멀리 떨어져 풀을 뜯기 시작한다.

▶노랑코스모스와 핑크뮬리의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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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코스모스, 핑크뮬리, 그리고 계곡 건너 드넓은 코스모스 밭

동물 구경도 잠시, 이미 눈길은 나도 모르게 드넓은 꽃 들판으로 향한다. 가까운 곳에는 노랑코스모스 밭이, 그 아래로는 핑크뮬리가, 그리고 만발했던 해바라기 밭을 밀어 부드러운 흙을 드러내고 있는 대지 옆으로는 놀랍도록 넓은 코스모스 군락지가 보인다. 마음은 20대라 마구 달려가고 싶지만 천천히 꽃길을 걷는다. 노랑코스모스는 사실 처음 보는 꽃이다. 얼핏 국화처럼 보였는데, 이는 코스모스가 국화과이기 때문이다. 노랑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1930년대 이후에 들어왔다고 한다. 지자체나 개인 농원의 기획된 꽃동산의 경우 씨 뿌리고 가꾸는 일을 사람이 하지만, 사실 코스모스는 야생화로서의 생명력도 단단한 편이라 어느 곳에나 씨를 뿌려두면 스스로 잘 자란다고 한다. 꽃이라는 게 관심자가 아닌 이상 그 꽃이 그 꽃 같아 설명으로 기억할 수는 없으니 사진을 보고, 꽃밭에서 복습하며 일상의 기억으로 저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흔히 보는 보라, 하양코스모스와 거의 똑같이 생겼으니 같은 모양에 노랑이나 오렌지색을 띄고 있으면 노랑코스모스인줄 알면 되겠다. 단 노랑코스모스는 솔잎금계국과 흡사하다고 하는데, 조금만 자세히 보아도 차이가 확연하다.

노랑코스모스 밭을 지나 언덕 아래도 내려가면 핑크뮬리 언덕이 있다. 몇 년 전부터 한반도 남단 가을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핑크뮬리는 한국의 토종 벼과 식물인 억새와 먼 친척 뻘이 된다. 핑크뮬리가 들어오기 전에는 한국의 가을은 억새와 갈대가 춤추는 계절이었다. 특히 제주의 억새는 여행자의 눈을 멀게 하는 바람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날 핑크뮬리가 등장하면서 이제 지역마다 이 미국산 분홍색 억새를 열심히 심고 가꾸곤 한다. 핑크뮬리의 본명은 Pink muhly 즉, 분홍(핑크) 쥐꼬리새풀(뮬리) 또는 분홍 쥐꼬리새이다. 인기의 비결은 역시 그 곱고 환상적인 색깔이다.


이 분홍색 억새가 인증샷과 인별그램으로 이어지면서 스타가 된 것이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다. 핑크뮬리 동산 앞에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놀고 있을 때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핑크뮬리 얘기를 하자 ‘환경 운운하며 부담을 준다. 핑크뮬리는 환경부에 의해 우리 생태계에 위협을 줄 수도 있는 식물(생태계 위해성 2급)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생태계를 교란할 정도의 수준(생태계 위해성 1급)은 아니며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식재 자제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니 당장 핑크뮬리를 감상하고 즐기는 일에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겠다.

핑크뮬리 동산 꼭대기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즐겁송’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안성팜랜드가 문을 연 1969년 10월11일에 심었다고 한다. 당시 네 그루를 심었는데, 현재는 세 그루는 죽고 이 소나무 한 그루만 살았다. 홀로 남았다 해서 한때 ‘외롭송’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지금의 꽃동산으로 옮겨 심으며 즐겁송으로 개명했다. 중국식 이름은 늙고 커다란 소나무를 뜻하는 낙락장송落落長松의 떨어질 낙자를 즐길 락으로 바꿔 만든 낙락장송樂樂長松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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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 동산과 즐겁송, 사진 촬영을 위한 조형물들이 있지만, 코스모스 자체가 최고의 배경이다.



▶하늘하늘 사랑하고 싶은 꽃 코스모스

빼곡하게 매우고 있는 빨강, 분홍, 하양의 꽃잎들이 이 가느다란 바람에도 우수수 흔들리며 고개를 바짝 들기도, 살포시 내리기도 하는 모습이 황홀하기 때문이리라. 방문객들 역시 코스모스 언덕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커플 여행을 온 남녀는 곳곳에 나 있는 샛길로 들어가 세상에 하나뿐인 인생 컷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노랑코스모스, 핑크 뮬리, 코스모스가 만발한 동산의 이름은 ‘그림 같은 초원’. 그 이름처럼 봄에는 유채와 냉이과 호밀을, 여름에는 해바라기 꽃을, 가을엔 핑크뮬리와 코스모드 등을 피워, 겨울철을 제외한 계절 내내 꽃동산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같은 초원’ 간판이 있는 코스모스 언덕 꼭대기에는 사진 촬영의 도구가 될 만한 대형 의자, 모형 마굿간과 말들, 커다란 액자 프레임 등이 있다.

그림 같은 초원의 최대 단일 풍경은 역시 미루나무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팜랜드는 가축들의 우리, 드넓은 꽃 들판, 그 넓은 언덕을 두르고 있는 오솔길로 이뤄져 있다. 꽃이 만발할 땐 너무도 예쁜 풍경이지만 사실 쉴 만한 그늘이라곤 미루나무 몇 그루 근처가 전부다. 그래서 이곳에 갈 땐 양산 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준비하는 게 필수. 한두 시간 꽃길을 걸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곳 미루나무 근처에 설치된 그늘이나, ‘바람쉼터’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앉아 광활한 꽃동산을 감상하며 휴식 시간을 갖곤 한다.

▶독일식 건축물들과 팜랜드 역사관

팜랜드 역사관에 잠깐 들렸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충분히 먹여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독일 정부로부터 돈과 기술을 지원받아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낙농목장이다. 단순한 낙농 목장을 너머 시민이 낙농과 축산,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는 녹색 휴가촌으로서의 공간임도 강조하고 있다.

팜랜드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독일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으로 지어졌다. 독일의 낙농 기술자들이 설계했고, 독일의 자본이 들어온 곳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이 이국적 건축물들은 주로 식당 등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기, 전골 등 한식을 먹을 수 있는 목원 식당, 곰탕 돈까스 냉면, 갈치찌개 등을 맛볼 수 있는 팜팜식당도 인기다. 매직아트홀의 스낵하우스에서는 치즈돈가스, 짜장면, 떡볶이, 어묵 등 가볍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가족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실치즈, 피자, 카스테라, 유기농 소프트아이스크림, 커피 등을 파는 임시엘도 들려볼 만한 낙농 목장의 식료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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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팜랜드 Info

-시간 10:00~18:00(11월까지)

-요금 성인 기본 1만2000원(+승마 1만7000원), 36개월~18세 기본 1만 원(+승마 1만5000원), 전동자전거, 동물 먹이주기, 국궁, 레이싱카트 등 체험 이용료 별도 *모바일 등 온라인 예매 가능

▶안성구포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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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옆 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되었다, 한국식과 서양식이 혼재된 안성구포동성당. 2층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일층 건물이다.

안성은 김대건 신부와 한국 천주교 역사의 상징인 미리내성지가 있는 곳이다. 안성구포동성당은 1901년 프랑스인 공안국 신부(프랑스 이름 안토니오 꽁베르)가 세운 성당이다. 지금의 기본 모습은 1922년에 보개면 신안리 강당의 건축부재를 이용하여 한옥성당으로 고쳐 지은 것이다. 또한 정면의 로마네스크 형식의 벽돌 탑이 1955년에 건축됨으로써 구포동성당은 절충식 건축물로 완성되었다. 강화도에 있는 성공회성당 등 간혹 만날 수 있는 한옥 스타일의 성당 건물 중 하나인 것이다. 규모는 아담한 편이고 성당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현관문을 열어두어 누구나 실내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기록에 의하면 안성구포동성당은 제2차바티칸공의회(1963~1965년) 이전의 제단의 형식과 이후의 제단 형식을 모두 갖추고 있고, 한옥과 서양식교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 한국 천주교의 건축양식과 공간구조를 잘 보여주는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경기도기념물 82호). 제단의 제대와 장식은 1925년 덕원 수사원 목공부 출신의 원제동 씨가 만들었다. 구포동성당 건축물을 중심으로 십자가의 길이 마련되어 있어서 조용히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구포동 성당은 실제로 미사를 드리기 위한 성당도 함께 있는데,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새 성당의 모습 역시 풍화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서운산 석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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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닫집이 특이한 대웅전, 이렇게 착한 표정의 사대천왕이라니.

서운산은 경기도 안성시와 충청북도 진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 중 한 곳이다. 서운산은 자연휴양림으로도 유명하며 계곡 주변 능선에는 그림 같은 전원주택들의 모습도 보이는 곳이다. 서운산 석남사는 휴양림 이웃 능선에 있다. 이곳은 고요한 사찰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계단을 걸어 대웅전까지 오르는 길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마음을 압도하는 웅장한 사찰은 때로 혼란스럽고, 개미 새끼 한 마리 볼 수 없는 절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 때문에 번뇌가 다가온다. 스님들이 많이 보이면 수행은 어떻게 하지 걱정스럽고, 너무 보이지 않아도 이래서 절이 제대로 돌아가겠나 싶은 마음. 석남사는 그 중간쯤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잔잔해졌다. 석남사는 통일신사 문무왕 20년 서기 680년에 고승 석선이 세운 절이다. 고려 때 혜거국사가 중수했으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탔고, 훗날 화덕 스님에 의해 중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남아 있는 대웅전, 영산전 등 건축물들과 요사채, 누각, 탑, 부도, 마애불 등은 모두 조선 시대 때 조성된 것이다. 영산전은 석가모니불과 그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 그리고 500나한을 함께 모셔놓은 불전이다. 임진왜란 때 다행히도 불에 타지 않고 살아남았다. 대웅전은 원래 영산전 앞에 있었는데 1978년 이 자리로 옮겼다. 석남사가 조선 태종 때 지복사(복을 기원하고 들어주는 절)로 지정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이웃의 복을 빌기 위해 이곳 대웅전을 찾는다고 한다. 대웅전에는 석가삼존불을 모시고 있는데, 그 위에 보기 드문 2층 닫집이 있어서 예불의 느낌을 더욱 경건하게 해 준다. 사찰 주변에 고려 때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석남사는 통일신라 시대 때 창건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행과 도량의 공간으로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위치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상촌새말길 3-120

위치 경기도 안성시 혜산로 33

[글과 사진 이영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0호 (21.10.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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