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당개 중성화…마당개 중성화 수술 신청하세요

입력 2021/10/14 15:12
정부가 내년 유기동물 관련 예산을 113억 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계획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마당개 중성화 수술’이다. 길냥이 TNR 사업보다 늦은 데다가, 대상이 유기견이 아닌 마당개라는 점이 아쉽지만 일단 스타트를 끊었으니 꾸준한 관심과 사업 확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97519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해 키우는 이웃이 얼마 전 낯선 백구 줄을 잡고 허둥지둥 끌려 가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동네 할아버지네 개인데 6살이 되도록 산책 경험이 전무하고, 종일 묶여 지내는 데다 가끔 떠돌이 개가 마당으로 들어오기도 해 임신이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고. 산책이라도 해 주고 싶어 할아버지께 겨우 허락을 받았고 틈 날 때마다 백구를 데리고 동네를 돈다는 것이다.


산책을 해 본 적 없는 백구는 처음에 흥분해 내달리기만 했지만 지금은 좋아져 그나마 끌려가는 수준이란다. 중성화 수술도 해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반대한다고도 했다. 묻지 않아도 뻔했다. 남의 집 개 중성화 수술에 자신의 지갑을 털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만났을 때 기쁜 소식을 전했다. “보호 단체에서 백구 중성화 수술을 해 주기로 했어요!” 할아버지께 어렵사리 수술 동의도 받았다고 했다. 다 잘됐다며 맞장구 쳤지만, 두 가지 의문이 남았다. ‘저이는 왜 저렇게까지 할까’와 ‘개는 왜 관 차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지 않나’였다.

최근 두 질문 중 하나에 일말의 답이 주어졌다. 2022년부터 정부가 나서서 전국적으로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펼친다는 것이다. 마당개란 목줄에 묶여 집이나 건물 마당, 농장에 살거나, 목줄을 하지 않고 집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개를 말한다. 정부의 이번 중성화 사업 대상은 읍면 단위의 개로 특히 암컷에 중점을 두게 된다. 얼핏 생각하면 그나마 보호자가 있는 마당개보다 거리를 떠돌며 지내는 유기견의 중성화 수술이 더 급하지 않나 싶은데, 마당개를 우선 대상으로 한 데는 최근 몇 년 사이 지방 동물보호소에 입소하는 유기견의 상당수가 마당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엄연히 보호자가 있지만 풀어 키우다 보니 무분별한 번식과 유실을 방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여 마당개 중성화를 통해 의도치 않게 태어나는 생명을 최소화하자는 게 사업의 취지다. 일례로 제주도에선 지자체 주도로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펼쳐 왔는데, 올해 상반기에 제주도 동물보호센터로 구조된 유기 동물은 2599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특히 중성화 사업의 집중 대상인 읍면 지역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해, 마당개 중성화가 유기견 개체 수를 줄인다는 주장을 증명해 보였다.

전국의 마당개는 149만 마리로 추정된다. 정부는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5억 원을 책정했고 1만8000여 마리를 중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6년까지 마당개의 85%를 중성화한다는 세부안도 발표했다. 현재 경기 고양시, 평택시, 양주시, 경남 하동군, 제주 읍면 지역 등 일부 지자체가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앙 정부 차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마당개 수를 감안하면 더 큰 규모의 예산 편성이 필수겠지만, 일단 첫 삽을 뜬 데에 희망을 걸어 본다. 그리고 그 대상이 마당개에 머물지 않고 유기견으로 확대되는 날이 머지않길 기대한다. 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에는 반대 입장도 많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을 생명이 태어나고 아무렇게나 유기되고 그런 삶이 반복되는 일이 옳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건 중성화 수술을 논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기도 하다. 그리고 내게 남은 다른 의문 하나. ‘저이는 왜 저렇게까지 할까’는 아직 미해결 상태다. 뭐, 그 마음을 아주 모르지도 않지만 말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0호 (21.10.19)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