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금목서…달 향기 노을 빛의 꽃

입력 2021/10/14 15:12
양재꽃시장에서 금목서 사진이 올라왔다. 수려한 나무요 수줍은 꽃송이들이다. 사진을 보자마자 당장 시장으로 달려간 것은 그 향기를 맡기 위해서다. 살구 먹을 때 입 안에 가득 풍기는 그 향기를 기억하시는가? 금목서는 초겨울까지 꽃을 보여주고 일년 내내 열매를 달고 사는 고귀한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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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장에 대형 금목서가 전시되었다면 그 나무는 하루이틀 만에 누군가가 모셔가게 되어 있다. 특히 요즘같은 초가을엔 더더욱.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순수한 향기도 날리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 금목서가 떴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당장 달려가 구입하거나 구경하거나 냄새라도 맡아봐야 한다. 꽃을 보고 냄새를 맡았다면 꼭 구입하지 못했다 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금목서꽃의 향기는 그 어떤 꽃나무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달콤한 향이다.


오죽하면 그 향기를 삼키고 싶어질까 싶을 정도다. 금목서의 이름을 뜯어보면, ‘쇠 금, 나무 목, 코뿔소(또는 코뿔소뿔) 서’ 자로 이뤄져 있다. 연결해 보면 ‘황금빛 나무 코뿔소 코’ 정도로 풀 수 있다. 이 나무에 코뿔소가 들어오게 된 것은 털 없이 매끄러운 잎의 표면이 코뿔소 피부를 닮았기 때문이다.

원산지가 중국인 금목서의 중국 이름은 ‘목서’ 또는 ‘계수’, ‘계화’ 등이다. ‘반달’이라는 제목의 동요 속 가사인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에서의 그 계수나무를 말한다. 계수나무가 달에 살았고, 그렇게 지어진 이름의 어원에 계수나무 즉 금목서가 있다니 달에서 살구향이 나는 느낌이다. 물론, 학문적으로 금목서는 계수나무와 전혀 다른 목서목이므로 헷갈리지 않는 게 좋다. 어쨌든 ‘목서’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일본어 발음 그대로 ‘모쿠세이’로 불렸고, 한국에서는 꽃의 색깔이 황금색이라 해서 금목서가 된 것이다.

금목서는 최고의 향기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은은하게 핀 금목서 앞에 섰을 때의 후각적 느낌을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마치 꿈결 같은 살구향 거품 욕조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 향기가 너무 좋아서 금목서는 옛날부터 잎을 따고 숙성시켜 술을 만들어 먹었고 나무 크기에 비해 너무 작아 겸손한 꽃으로 불리기도 하는 꽃잎은 찻물을 내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금목서의 향기는 강력한 편이어서 금목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그 향기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수많은 조향사들이 금목서를 이용해 향수, 방향제, 아로마테라피 등 향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금목서는 따뜻한 지역에서는 정원수로, 쌀쌀한 지역에서는 실내목으로 키우기에 적당하다. 온난화로 수목 환경도 달라졌지만 금목서는 아직은 우리나라 충청도 남쪽 지역에서 잘 자라는 편이다. 제대로 생육하면 4m까지 훌쩍 자라니 정원수로 키우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수도권 등 북쪽 지역에서는 화분에 심어 영상 5℃ 이상의 온도에서 보살펴주면 그 아름다운 꽃과 잎과 향기와 함께 할 수 있다. 생육 난이도는 하(下)급으로 누구나 손쉽게 관리할 수 있으며, 특히 지금부터 초겨울까지 개화된 꽃의 향기에 취할 수 있다. 내년 5월까지 예쁜 열매를 볼 수 있으며, 새로운 초가을이 열리면 또 다시 꽃과 향을 마주할 수 있으니, 가을 버킷리스트 최상단에 금목서 구입을 올려놓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마지막으로 중요한 정보 하나. 금목서는 암수 구별이 되어 있다. 꽃을 보려면 암꽃나무를 모셔와야 한다. 화원에서 생육한 금목서가 개화했을 때 후다닥 팔리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금목서의 꽃말은 진정한 사랑, 첫사랑, 겸손 등이다.

[글과 사진 이영근]

[*기사에 사용된 사진은 양재꽃시장 식물 상점 포블라도의 상품을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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